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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열매’ 아로니아, 어디 한 번 먹어볼까?  
‘왕의 열매’ 아로니아, 어디 한 번 먹어볼까?  
  • 박태균
  • 승인 2021.02.06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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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력한 항산화성분인 카테킨으로 활성산소 없애준다
- 대표적인 '블랙푸드(Black Food)', 안토시아닌 풍부해

 

 

 

지난 2018년 농촌진흥청과 한국영양학회는 현대인의 피로한 눈을 건강하게 지켜주는 식품 성분 네 가지를 선정해 발표했다. 

안토시아닌ㆍ루테인ㆍ비타민 Aㆍ오메가-3 지방이다. 이중 안토시아닌은 보라색ㆍ검정색 식품에 많이 함유된 항산화 성분이다. 아로니아ㆍ블루베리ㆍ복분자(블랙베리)ㆍ오디(멀베리) 등 ‘베리’류에 풍부하다. 루테인은 눈의 황반부를 이루는 주요 시각 색소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감소한다. 최근 메타분석 결과를 보면, 루테인과 제아잔틴 섭취량이 하루 300㎍ 늘면 백내장 위험이 3%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타민 A는 녹내장ㆍ백내장 예방을 돕는다. 

안토시아닌ㆍ루테인ㆍ제아잔틴ㆍ베타카로틴(체내에서 비타민 A로 변환)이 모두 풍부하게 들어 있는 눈 건강식품이 아로니아(aronia)다. 

아로니아는 레드 초크베리ㆍ블랙 초크베리ㆍ퍼플 초크베리 등 세 초크베리를 모두 포함하는 명칭이다. ‘킹스베리’(King‘s Berry)란 별명도 갖고 있다. 

국내에서도 재배되지만 주산지는 폴란드다. 폴란드가 세계 생산량의 90% 가까이를 차지한다. 

아로니아는 폴리시 패러독스(Polish Paradox, 폴란드인의 역설)의 원인 식품으로도 유명하다. 프렌치 패러독스의 비결이 포도주라면 폴리시 패러독스의 비밀은 아로니아인 셈이다. 

폴란드인은 전통적으로 육류 위주의 짜게 먹는 식습관 탓에 동맥경화ㆍ고혈압 같은 심혈관 질환에 많이 걸렸다. 이에 폴란드 정부는 1970년대부터 아로니아 섭취 권장ㆍ홍보 활동에 나섰다. 그 덕분인지 1970년대 이후 폴란드인의 동맥경화 등 심혈관 질환 발병률이 크게 낮아졌다는 것이 폴리시 패러독스의 요체다.  

아로니아엔 덜 익은 감ㆍ녹차의 떫은맛 성분인 카테킨(타닌)이 많이 들어 있다.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카테킨은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없앤다. 나쁜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에 쌓이는 것을 막아 혈관을 깨끗하게 하므로 동맥경화 예방에도 이롭다. 폴란드의 한 대학에서 실시된 임상연구 결과 아로니아를 2개월간 꾸준히 섭취한 사람의 혈압ㆍ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평균 8% 감소했다. 미성숙한 아로니아의 떫은맛은 새ㆍ들짐승을 질식시킬 정도다. 덜 익은 아로니아를 먹은 새가 기절한다고 해서 초크베리(chokeberry)다. 감처럼 아로니아를 숙성시키면 카테킨은 대부분 사라진다. 떫은맛이 싫다면 냉동실에서 보관했다가 먹거나 주스ㆍ잼ㆍ샐러드로 섭취하는 것이 방법이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이 있듯이 아로니아의 떫은맛과 쓴맛 성분은 약성이 뛰어나다.  

아로니아는 ‘블랙 푸드’답게 검붉은 색소인 안토시아닌이 풍부하다. 안토시아닌은 강력한 항산화 성분이다. 유럽식품안전처(EFSA)는 아로니아(생과)의 하루 권장 섭취량인 9∼15g에 든 안토시아닌 45∼60㎎을 매일 섭취하면 항산화 효과는 물론 혈관 보호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안토시아닌은 포도ㆍ검정콩 등 다른 검은색 식품에도 함유돼 있다. 아로니아 100g당 안토시아닌 함량은 검정콩의 33배,  포도의 12배에 달한다. 

아로니아엔 클로로겐산(酸)이란 항산화 성분도 들어 있다. 커피의 대표 항산화 성분으로 통하는 클로로겐산은 위 속의 음식물을 빠르게 장으로 내려 보낸다. 장의 포도당 흡수를 막아 혈당을 낮추고 체중감량에도 유익하다.  

아로니아의 3대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ㆍ카테킨ㆍ클로로겐산은 면역력 증강도 돕는다. 항산화 성분은 우리 몸에서 노화가 가장 빨리 오는 신체 부위인 눈의 노화를 막는데 유용하다. 특히 안토시아닌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 눈의 혈액순환을 돕는다. 우리 눈의 망막세포엔 로돕신이란 물질이 있다. 로돕신이 부족하면 시력 저하와 각종 안질환이 발생된다. 안토시아닌은 망막 세포에 존재하는 로돕신의 재합성을 촉진해 시력 저하를 막고 백내장을 예방한다.  

아로니아는 피부를 이루는 단백질인 콜라겐의 산화를 막고 콜라겐 합성을 촉진해 주름ㆍ기미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2014년 강원대 연구팀은 아로니아가 주름을 만드는 콜라겐 분해효소의 생성을 억제한다고 발표했다. 

아로니아는 당뇨병 환자에게도 권할 만하다. 2형(성인형) 당뇨병 환자 21명에게 3개월간 매일 200㎖의 아로니아 주스를 섭취하게 했더니 혈당ㆍ중성지방ㆍ콜레스테롤 수치가 크게 낮아졌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부작용도 있다. 과다 복용하거나 원액을 마시면 일시적으로 구역질ㆍ복통ㆍ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다. 위궤양ㆍ십이지장궤양 환자도 피하는 것이 좋다. 아로니아가 소화액의 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폴란드산 동결건조 분말이 인기가 높다. 수입 아로니아는 대개 농축액으로 들여온다. 농축액에 물을 탄 즙의 상태로도 판매된다. 농축액은 아로니아 생과를 착즙한 원액에 열을 장시간 가해 얻은 것이다. 생과 본연의 맛과 영양소가 손실된 상태이기 쉽다. 단 100% 착즙원액이라면 생과의 맛과 영양소가 비교적 잘 보전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로니아의 항산화 성분을 더 많이 섭취하려면 열풍건조 분말보다 동결건조 분말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안토시아닌이 열에 약하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아로니아가 요즘 국내 재배 농민에게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수입산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다, 과잉 생산까지 겹치면서 농사를 포기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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