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01 09:10 (월)
로즈마리부터 계피, 마늘까지…끝없는 ‘허브’의 세계
로즈마리부터 계피, 마늘까지…끝없는 ‘허브’의 세계
  • 박태균
  • 승인 2021.02.28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고대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부터 식약동원까지, 식용∙약용으로 함께 하는 허브
- 달래∙냉이와 같이 한식에 스며든 허브, 낯설지 않아요 

 

 

 


서양에서 허브(herb)는 향료나 약으로 쓰기 위해 재배하는 식물을 가리킨다. 미국에서 ‘herb’는 ‘herbaceous plant’(초본의 식물)의 약자다. 허브를 동양에선 주로 나물로, 서양에선 대개 샐러드용 채소로 먹는다. 서양에서 식용 허브로 널리 쓰이는 것은 백리향ㆍ라벤더ㆍ파슬리ㆍ바질 등이다.  

냉이ㆍ달래ㆍ씀바귀ㆍ질경이 등은 나물로 먹는 허브이다. 한련화ㆍ민들레ㆍ치커리 등은 샐러드에 들어간다. 펜넬을 뿌리를 요리해 먹는다.

허브는 향신료ㆍ양념으로도 이용된다. 파ㆍ마늘ㆍ파슬리ㆍ월계수 잎 등이 대표적인 양념용 허브다. 
 
연꽃ㆍ카네이션ㆍ셀프힐처럼 관상용 허브도 있다. 

허브 중엔 독초도 있다. 폭스글로브ㆍ아마릴리스ㆍ매도우 샤프란은 독을 지녔다. 양귀비ㆍ코카 등 마약으로 분류되는 것도 있다.

 요즘 허브라고 하면 식용 보다는 약용ㆍ웰빙 이미지가 더 강하다. 허브 가운데 약초로 이용되는 것이 수두룩해서다. 캐모마일ㆍ타임ㆍ로즈마리 등이 대표적이다. 약용 허브는 차ㆍ탕ㆍ습포ㆍ목욕ㆍ공기 흡입 등 다양한 형태로 쓰인다.

허브를 약으로 쓴 역사는 아주 오래 됐다. 고대 그리스의 의성(醫聖)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을 약처럼 먹고, 약을 음식처럼 먹으라’고 했다. 생활 주변에 널려있는 허브가 훌륭한 약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동양에도 식약동원의 전통이 있다. 허브는 동양에서 생약으로 통한다. 한약은 녹용ㆍ웅담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허브’라고도 볼 수 있다. 

미국의 의사 대상 건강 정보 사이트인 www.webmd.com엔 ‘약용 허브 베스트 10’이 소개돼 있다.  

강황ㆍ육계피ㆍ로즈마리ㆍ생강ㆍ홀리 바실ㆍ성요한초ㆍ마늘ㆍ서리동록ㆍ천심련ㆍ칡이다. 

이중 강황은 심황이라고도 하며 카레의 주 성분이다. 이 허브는 통증을 완화하고 염증을 가라앉힌다. 강황의 웰빙성분인 커큐민이 강력한 소염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강황은 관절염 환자에게 훌륭한 진통ㆍ소염제가 될 수 있다. 

서양요리에서 시나먼이라고 부르는 것이 육계피이다. 국내에서 수정과나 한과를 만들 때 사용하는 것은 계피다. 서양에선 계피를 ‘중국 시나먼’이라고도 부른다. 육계피 추출물을 하루 1g씩 꾸준히 섭취하면 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이 10%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독일에서 나왔다. 육계피는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낮추는 데도 효과적이다. 혈관 질환이 우려되는 사람에게 추천할만한 허브다.

로즈마리는 발암물질 제거를 돕는 허브다. 고기를 불로 굽거나 기름에 튀길 때 HCA라고 하는 발암성 물질이 생긴다. “고기의 탄 부위는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은 그래서다. 미국 캔사스대 연구진은 쇠고기를 요리하기 전에 로즈마리 추출 분말을 섞으면 HCA가 현저히 줄어든다고 했다. 로즈마리 안에 든 강력한 항산화 성분이 HCA의 생성을 억제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추론이다. 마늘ㆍ양파ㆍ파슬리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된 향신료를 음식에 함께 넣어 조리하면 HCA 생성량은 더욱 감소할 것이다.  

생강은 유용한 멀미 억제 식품이다. 임신ㆍ멀미ㆍ항암 치료 등으로 인해 속이 심하게 울렁거릴 때 효과 만점이다. 크루즈 배에서 4시간마다 생강 캡슐(500㎎)을 섭취하면 멀미약 복용과 유사한 효과를 얻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홀리 바실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사람에게 권장된다. 일부 동물 실험에서 홀리 바실이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효과적이란 사실이 증명됐다. 서양의 가정에선 소화불량ㆍ두통을 호소하는 가족에게 홀리 바실 잎으로 만든 차를 제공한다. 

성요한초는 우울증 치료 효과가 있는 허브다. 가벼운 우울증이나 우울감ㆍ불안 치유에 유용하다. ‘자연의 프로작(유명한 우울증 치료제)’이라고 불리는 것은 그래서다. 성요한초는 밤에 숙면을 취하는데도 유익하다. 수면ㆍ각성 주기를 관장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들어 있어서다.  성요한초를 우울증 치료제와 함께 복용하는 것은 피한다. 

천심련(andrographis)은 우리에게 생소한 허브로, 인도인이 즐겨 먹는다. 주된 효능은 감기 증상을 덜어주는 것이다. 인도 뱅갈 지방에선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면 천심련 잎을 따 약 대신 먹인다. 천심련의 약효는 서유기에도 소개돼 있다.

서양에서 감기 환자에게 흔히 권유되는 허브는 ‘자연의 항생제’로 통하는 가새풀(echinacea)이다. 미국ㆍ유럽엔 감기 기운이 있으면 항생제ㆍ감기약보다 가새풀을 먼저 찾는 사람이 많다. 감기 증상을 가볍게 하고 병의 지속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으로 소문나서다. 감기의 예방엔 별 효과가 없다. 

우리에게 낯선 허브인 서리동록(sea buckthorn)은 몸 안의 점막에 수분을 공급한다. 질 건조증이 있는 여성에게 유효하다. 사람의 피부 지방과 유사한 지방을 갖고 있어서다. 

칡은 애주가를 위한 허브다. 술을 덜 마시게 하거나 주독(酒毒)을 풀어준다. 음주를 즐기는 사람에게 칡 추출물을 하루 500㎎씩 1주일간 제공했더니 술(맥주) 소비량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연구결과가 미국에서 나왔다. 뇌가 “충분히 마셨어”란 명령을 빠르게 내리게 한다는 것이다. 한방에서도 칡뿌리(갈근)와 갈근차는 주당(酒黨)에게 이로운 식품으로 친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