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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식중독이 셋 있다
독한 식중독이 셋 있다
  • 박태균
  • 승인 2021.06.11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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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성 대장균 O-157ㆍ비브리오 패혈증균ㆍ리스테리아균은 심각한 증상 유발
- 임상 현장에서도 빠른 진단 힘든 것이 문제

식중독이라고 하면 배탈ㆍ설사로 며칠 고생하면 자연 치유되는 가벼운 질병으로 여기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노로바이러스를 비롯해 살모넬라균ㆍ황색 포도상구균ㆍ장염 비브리오균ㆍ바실러스 세레우스균 등은 증상이 그리 심하지 않고 지속기간도 대개 1주일 이내다.

식중독균 중엔 증상이 위ㆍ장에 머물지 않고 심장ㆍ신장 등 다른 장기들을 손상시키거나 생명까지 위협하는 것이 여럿 있다. 이른바 독종 식중독균으로 병원성 대장균 O-157ㆍ비브리오 패혈증균ㆍ리스테리아균이 여기 속한다.

일반적인 대장균은 대장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하는 세균으로 대부분 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고려대 식품생명공학과 이민석 교수는 덜 익은 쇠고기 등을 먹었을 때 감염되기 쉬운 병원성 대장균 O-157은 예외이며 이 세균이 내는 독소는 용혈성 요독증후군(HUS)을 유발해 신장을 망가뜨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병원성 대장균 O-157은 국내에서 햄버거를 먹은 어린이에게 발생해 크게 논란이 된 햄버거병의 병원체로 의심받기도 했다.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강동현 교수는 “‘순한장염 비브리오균과는 달리 비브리오 패혈증균은 독종’”이며 평소 간이 나쁘거나 알코올 섭취가 과다한 사람이 비브리오 패혈증균에 감염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리스테리아균에 의한 증상은 일반적인 식중독 증세와는 다르다. 임신부가 감염되면 유산ㆍ사산ㆍ조산 등이 유발된다. 고위험군(임산부ㆍ어린이ㆍ노인ㆍ면역이 약한 사람)에겐 패혈증ㆍ뇌수막염ㆍ심내막염 등을 일으키는 위험천만한 세균이다.

병원성 대장균 O-157ㆍ리스테리아 등 독한 식중독균에 의한 HUSㆍ유산ㆍ패혈증 등은 진단에도 애를 먹는다. 리스테리아균은 국내 시판 냉동식품 등에서 여러 차례 검출됐지만, 리스테리아 환자는 찾기 힘들다.

병원성 대장균 O-157에 의해 HUSㆍ신부전이 생긴 사례도 드물다. 우리 국민이 특별히 더 건강해서일까? 그보다는 HUS 증상이 나타나거나 신장이 망가져도 병원성 대장균 O-157을 의심하는 의사가 거의 없기 때문일 가능성이 더 크다.

국내에선 애써 식중독과 경구 전염병을 구분한다.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으면 식중독, 전파하면 경구 전염병이다. 관리도 식중독은 식품의약품안전청, 경구 전염병은 질병관리본부가 맡는다. 선진국에선 둘을 합해 식품유래질병(food-borne-disease)으로 분류한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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