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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의 역사는 주막에서 시작
음식점의 역사는 주막에서 시작
  • 박태균
  • 승인 2020.11.18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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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찬값은 따로 받지 않는 것도 주막에서 유래
- 한정식을 제공한 최초의 전문 음식점은 명월관

한반도 음식점의 역사는 주막(酒幕)에서 시작된다. 주막의 기원을 신라시대 김유신이 어릴 때 다니던 술집 천관(天官)으로 보는 학자도 있다. 기록상 처음 주막이 생긴 것은 고려 성종 2년 때다. 해외 교역이 활발했던 고려의 수도 개성엔 외국 상인을 위한 영빈관ㆍ회선관 등이 세워졌고 여기서 자연스레 술과 음식을 팔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향촌 사회가 중심이던 조선시대엔 TV 사극 드라마에서처럼 마을의 온갖 정보가 소통되던주막은 드물었다. 조선 후기인 18세기에 와서야 주막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당시 시골의 시장가엔 주막이 3분이 1을 차지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주막은 한자의 뜻대로 작은 술집이다. 술을 마시고 안주로 요기를 하며 잠도 잘 수 있는 곳이었다. 술값ㆍ음식값은 받지만, 숙박비는 따로 지불하지 않아 숙박업소라기보다는 주점에 더 가까웠다. 음식을 주문하면 김치 등 반찬값은 받지 않는 국내 식당의 오랜 전통도 주막의 기억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여겨진다.

민속학자인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영하 교수는 국내에서 본격적인 음식점의 탄생이 늦어진 것은 19세기 중반까지도 상업적 기능을 가진 도시가 한양(서울)ㆍ송도(개성)ㆍ평양ㆍ전주ㆍ대구 정도에 그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9세기 말부터는 다양한 형태의 주점들이 문을 연다.

몰락한 양반가의 부인들이 생계를 잇기 위해 차린 내외주점, 막걸리를 사발로 파는 사발막걸릿집, 서서 술을 마시는 목로주점, 술 찌꺼기를 걸러 만든 모주를 파는 모줏집, 기생이 나오는 색주가 등이다.

주점 일부가 전문 밥집으로 간판을 바꿔 달기 시작한 것은 1930대부터다. 술을 마신 손님들이 국물이 있는 탕을 찾은 것이 계기가 됐다.

한정식을 제공한 최초의 전문 음식점(요릿집)은 궁중요리를 하던 안순환이 1909년에 세운 명월관이다. 명월관은 기생집을 겸했다. 한 상 가득 차린 교자상엔 승기악탕신선로등 궁중음식이 주로 올랐다. 명월관의 교자상은 밖으로 배달까지 돼 한식 출장 뷔페의 효시로 알려졌다.

해방ㆍ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요릿집 대신 요정이 자리를 잡았다. 1960년대에 요정은 한정식을 취급하는 음식점으로 탈바꿈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음식점은 주막주점주점을 겸한 밥집요릿집요정 등 오랫동안 술이 주메뉴였다. 기생 등의 접대를 받기 위해 가는 곳이었다. 일본 강점기에도 위생을 관리해야 할 대상(조선총독부의 음식점ㆍ요리 옥 관리법)으로 간주됐다.

이 같은 뿌리 탓에 물장사ㆍ술장사 등으로 폄하되던 음식점은 1980년대 이후 국가의 중요한 산업(외식산업)으로 성장했다. 2009년 외식산업의 매출액은 약 70조 원으로 IT 산업의 1.3배에 달한다(통계청). 종사자 수는 250만 명을 넘어 국가 전체 고용의 8.2%를 차지한다.

전국의 식당 수는 576,990(2009)으로 인구 86명당 1곳꼴이다. 인구당 식당수가 일본(170명당 1)ㆍ미국(322명당 1)ㆍ중국(224명당 1)을 뛰어넘는 외식 왕국으로 발돋움했다.

굳이 통계 수치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사무실이 밀접한 곳에선 식당이 한 집 건너 있을 정도다. ‘먹자골목음식점 전문 건물이 생기고 퇴직 후 가장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사업 아이템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외식산업이란 용어는 197910월 일본 롯데리아의 국내 상륙 때 처음 사용됐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났지만, 음식업은 밥장사ㆍ물장사ㆍ식당업으로 지칭돼 종사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소비자가 먼저 음식업을 외식산업으로 인정하고 대접해 주면 어떨까? 의미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듣는 사람이 선호하는 용어로 불러주는 것이 최선이다. 외식업계 종사자의 자존감ㆍ자부심이 높아진다면 그만큼 우리가 밖에서 먹는 음식의 질이 높아지고 안전해지며 한식의 세계화도 빨라질 것이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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