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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 세계에서 발생한 사람 감염병의 절반이 인수공통감염병
요즘 전 세계에서 발생한 사람 감염병의 절반이 인수공통감염병
  • 박태균
  • 승인 2020.12.05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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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수공통감염병 되려면 종간 장벽 뛰어 넘어야
- 구제역은 인수공통감염병인가 놓고 설왕설래

구제역ㆍ조류인플루엔자(AI)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소비자가 자주 접하게 된 전문용어가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일본에선 인축공통전염병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걸리는 병이다.

최근 전 세계에서 발생한 사람의 감염병 중 49%가 인수공통감염병이란 통계도 있다. 도시화와 산림 파괴로 인한 사람과 동물과의 접촉 기회 증가, 야생동물 매매, 가축의 집단 사육, 애완동물의 다양화 등이 그 원인으로 거론된다.

광견병과 광우병은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사람과 개, 사람과 소가 동일한 병원체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다만 사람이 광견병에 걸리면 공수병(물을 두려워하는 증상이 있어서), 광우병(BSE)에 감염되면 변형 CJD(vCJD)라고 달리 표현한다.

콜레라와 돼지콜레라(돼지열병)는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다. 콜레라는 사람, 돼지콜레라는 돼지가 걸린다. 이 두 질병이 인수공통감염병이 되려면 사람과 돼지 사이에 존재하는 종간(種間) 장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사람과 소ㆍ돼지 등 우제류, 닭ㆍ오리 등 조류 사이엔 종간 장벽이 마치 고산준령처럼 떡 버티고 있다. 인간과 소ㆍ조류 등은 유전적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어서 이 장벽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농경문화가 시작돼 사람이 소ㆍ돼지ㆍ닭 등을 가축화하기 전엔 소는 소끼리, 사람은 사람끼리만 전염병을 서로 나눴다. 인수공통감염병은 사람과 동물이 가까이 지내면서 종간 장벽의 일부가 낮아지거나 허물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조류인플루엔자(고병원성 H5N1 인플루엔자)가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데 대해선 전문가의 의견이 일치한다.

1997년 홍콩에서 첫 감염자가 나온 이래 13년간 전 세계에서 500명가량이 AI에 감염됐다. 사람의 계절성 독감은 한번 유행하면 수만수십만 명이 감염되는 것과 비하면 확실히 적은 숫자다. 종간 장벽이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아직 건재하다는 의미로도 읽혀진다.

방심은 금물이다. 동물의 병원체가 종간 장벽을 넘어 사람에게 감염되면 초기엔 가공할 독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사람은 종간 장벽을 넘어온 동물의 병원체에 대한 면역력이 없는 데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아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마련이다. AI의 치사율이 거의 60%에 달하는 것은 그래서다.

구제역은 인수공통감염병인지 여부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린다.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은 인수공통감염병이 아니라는 것이다. 1966년 영국에서 실제 사람이 감염된 적이 있으며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꽤 있다.

학술적으로 더 엄밀하게 따져볼 필요는 있다. 설령 구제역이 인수공통전염병이라고 하더라도 특별히 긴장할 이유는 없다. 사람이 감염될 확률은 극히 희박하며 감염되더라도 증상이 가볍고 자연 치유된다는 데는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구제역과 AI는 둘 다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병이며 열에 약하고 직ㆍ간접 접촉을 통해 옮겨진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가열조리하고 접촉을 피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AI의 사람 감염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닭ㆍ오리 등 조류와의 직접 접촉이나 AI 감염 조류의 배설ㆍ분비물에 오염된 사물과의 간접접촉을 통해 일어나므로 당분간 생닭ㆍ생오리 등을 직접 만지지 말고 일정한 간격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길가에서 죽은 철새 등 야생조류를 보더라도 직접 만지지 말고 당국에 신고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단 마트에서 판매되는 포장된 닭이나 계란은 만져도 괜찮다. 포장 닭을 통해 AI가 전파된 사례가 일절 없으며 AI에 걸린 닭은 계란을 낳지 못하기 때문이다.

구제역 유행 시기엔 일반인이 살아있는 소ㆍ돼지를 만지거나 축산농가를 방문하는 일은 엄격히 금지된다. 옷ㆍ신발 등에 묻은 바이러스가 다른 농장에 구제역을 옮겨줄 수 있어서다. 구제역에 걸린 동물과 접촉한 사람의 비강 내에서 구제역 바이러스는 약 28시간 머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미국 농무부 산하 동식물방역청, APHIS). 이 경우 자신은 구제역에 걸리지 않을지언정 소ㆍ돼지에 구제역을 퍼뜨리는 매개원이 된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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