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미나리’로 더 친숙해진 미나리 - 오신채 중 하나인 달래는 마늘의 ‘사촌’ - 청나라 서태후가 선호했다는 오리고기 “오, 봄이여, 4월이여 이 어지러움을 어찌하리” 조병화 시인의 시 ‘봄이여, 4월이여’의 마지막 시구다. 시인이 ‘어지럽게’ 느낄 만큼 만물이 소생하는 4월은 한 해의 식보(食補)가 시작되는 달이다. 겨우내 섭취가 부족했던 비타민ㆍ미네랄 등 영양소를 보충해야 하는 시간이다. 이 시기에 챙겨 먹어야 하는 식재료 셋을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이 선정해 추천했다. 미나리ㆍ달래ㆍ오리고기다. 미나리는 오스카상을 노리는 ‘영화 제목’으로 최근 우리에게 더 친근해졌다. 영화 ‘미나리’에서 미나리는 미국 아칸소주의 시골 후미진 곳에서도 잘 자라는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다. 영화 ‘미나리’를 본 미국인에게 미나리는 생소할 수 있다. 미나리를 세계에서 가장 즐겨 먹는 민족이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예부터 미나리는 3덕(三德) 채소로 예찬 됐다. 때 묻지 않고 파랗게 자라나는 심지, 음지의 악조건을 이겨내는 생명력, 가뭄에도 푸름을 잃지 않는 강인함이 미나리의 3덕이다. 복어탕엔 반드시 미나리가 들어간다. 복어의 독을 중화시킨다고 소문나서다. 미나리의 복어 독 해독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복국을 먹을 때 미나리를 곁들이면 향긋한 봄의 정취와 함께 식이섬유ㆍ칼슘ㆍ칼륨ㆍ비타민 Aㆍ비타민 B군 등 미나리의 영양 성분을 섭취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미나리는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에게도 유용하다. 식이섬유가 풍부해서다.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권할 만하다. 열량이 생것은 100g당 16㎉, 데친 것은 2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생으로 먹으면 떫은맛이 강하므로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친 뒤 물로 잘 헹궈 먹는 것이 좋다. 너무 오래 삶으면 색이 나빠지고 풍미가 사라지며 비타민 C 등 영양 성분이 파괴된다. 잘 씻는 것도 중요하다. 논ㆍ개천ㆍ습지에서 자라서 거머리나 불순물이 남아 있을 수 있어서다. 우리 음식 중엔 강회ㆍ잎쌈ㆍ생채ㆍ김치ㆍ볶음ㆍ전골ㆍ매운탕 등 미나리를 재료로 한 것이 수두룩하다. 탕평채에도 청포묵ㆍ돼지고기ㆍ김과 함께 들어간다. 미나리나물은 끓는 물에 데친 미나리에 파를 섞고 초고추장에 무친 음식이다. 계란 지단ㆍ편육ㆍ쇠고기볶음ㆍ버섯ㆍ고추 등을 가늘게 채 썰어서 데친 미나리에 끼운 뒤 예쁘게 말아 놓은 음식이 미나리강회다. 미나리강회는 대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강회는 숙회(熟膾)의 일종으로 미나리 대신 파를 사용하면 파 강회가 된다. 미나리는 봄이 제철인 향채다. 농업과학원이 미나리를 4월의 식재료로 선정한 것은 그래서다. 미나리란 명칭은 물(미)에서 자라는 ‘나리’란 뜻이다. 영화 ‘미나리’에서도 할머니는 미나리를 물가에 심었다. 실제로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잘 자라는 등 물과 연(緣)이 깊다. 영어 명칭도 water dropwort(water celery)다. 중국에선 수영(水英)ㆍ수근(水芹)이라고 불린다. 주성분도 수분(95%)이다. 요즘 웰빙식으로 통하는 사찰음식에서 금하는 5가지 채소가 파ㆍ마늘ㆍ달래ㆍ부추 등 냄새와 자극성이 강한 다섯 채소, 즉 오신채(五辛菜)다. 불교ㆍ도교에서 오신채가 금기 식품인 것은 음욕을 일으켜 수행에 방해된다는 이유에서다. 일반인에겐 오신채가 원기ㆍ정력을 돕는 유용한 채소다. 오신채 중 하나인 달래는 마늘의 ‘사촌’이다. 한방에선 ‘들마늘’이라고 부른다. 영어 이름도 wild garlic(야생 마늘)이다. 달래엔 마늘의 매운맛 성분인 알리신이 들어 있어 맛이 맵다. 마늘처럼 항암 채소로 주목을 받고 있다. 피로 해소를 돕는 비타민 C도 풍부하다. 식욕을 되살리는데도 그만이다. 이는 이맘때 춘곤증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달래를 권하는 이유다. 우리 국민이 가장 부족하게 섭취하는 영양소인 칼슘이 봄나물 중 가장 많다. 달래는 잎과 알뿌리를 함께 생채로 해서 먹거나 부침 재료로 이용한다. 삶거나 쪄서 초장ㆍ고추장에 찍어 먹기도 하고, 된장국에 넣기도 한다. 생선조림에 넣어도 좋고, 무침ㆍ장아찌ㆍ전 등 요리에도 들어간다. 달래의 알뿌리가 큰 것은 칼등으로 한번 툭 쳐서 으깨어 먹으면 매운맛도 덜하고 먹기도 편하다. 달래를 무칠 때 식초를 사용하면 비타민 C의 파괴를 막을 수 있다. 수염뿌리에도 영양소가 많으므로 되도록 함께 먹는 것이 좋다. 달래를 손질할 때는 먼저 껍질을 벗기고 깨끗한 물로 흙까지 깨끗하게 씻어낸다. 달래는 시간이 지날수록 매운맛이 약해지고 잎과 줄기가 쉽게 무를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빨리 먹는다. 오래 두고 먹으려면 물을 살짝 뿌려서 종이행주 등에 감싼 뒤 지퍼 백에 넣어 냉장 보관한다. 오리고기는 돼지고기ㆍ닭고기ㆍ쇠고기 다음으로 우리 국민이 즐겨 먹는 고기다. 백색육의 영양성과 적색육의 맛을 겸비하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살이 연하고 부드럽다. 소문난 미식가였던 중국 청나라의 서태후는 오리찜 요리를 가장 선호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오리고기 100g당 지방 함량은 27.6g으로 닭고기의 두 배 이상이다. 닭고기보다 맛이 더 진하고 깊은 것은 그래서다. 오리고기의 지방도 닭고기와 마찬가지로 껍질에 집중돼 있다. 껍질을 벗기면 오리고기 지방 함량은 1/3 수준으로 대폭 낮아진다. 껍질을 벗긴 오리고기 살코기의 100g당 열량은 151㎉로, 껍질을 벗기지 않았을 때의 절반 수준이다. 오리고기에 지방이 많다고 해서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전체 지방 중에서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60%에 달하기 때문이다. 기름기 많은 음식을 즐겨 먹는 중국인에게 고혈압 환자가 적은 것도 오리고기 같은 불포화 지방이 다량 함유된 식품을 즐겨 먹는 식습관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오리고기를 먹으면 피부가 좋아진다는 속설은 오리고기에 콜라겐(단백질의 일종)이 많이 함유된 데서 유래했다. 비타민 B군과 철분도 풍부하다. 비타민 B1(정신 건강에 유익)과 B2(스트레스 완화) 함량은 닭고기의 두 배, 철분(빈혈 예방ㆍ혈색 개선) 함량은 닭고기의 세 배다. “임신 중 오리고기를 먹으면 기형아를 낳거나 유산할 수 있다”는 속설이 있지만, 과학적 근거는 없다. 오히려 오리고기는 임신부에게 권할 만한 음식이다. 태아의 성장 발달을 돕는 영양소가 풍부해서다. “임신 중 오리고기를 먹으면 아이의 손발이 오리발이 된다”는 민간의 금기도 낭설이다. 오리 피가 중풍 예방 효과가 있다는 말도 거짓이다. 오리 피는 중풍 촉진제가 될 수 있다. 도움말 주신 분: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식생활영양과 박영희 연구관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Tag #미나리 #미나리영양소 #미나리효능 #미나리요리 저작권자 © 데일리 푸드앤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네이버밴드 카카오스토리 박태균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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