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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문제는 ○○○이야
소금, 문제는 ○○○이야
  • 박태균
  • 승인 2020.11.26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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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금 거의 섭취하지 않는 뉴기니 인에게 고혈압은 ‘희소병’
- 염장 채소 즐기는 일본 아키타 주민의 40%는 고혈압 환자

경북 포항시 남구 해도동 일대가 신라 시대부터 구한말에 이르기까지 소금생산 전초기지였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됐다.

이에 따라 염막관련 시설에 대한 문화유산 복원과 함께 관광콘텐츠로 개발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김상조(61) 지역문화답사가와 포항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해도동 일대는 제염업을 경제기반으로 한 도시로서 신라 시대부터 구한말까지 소금을 생산해 왔다.

여기서 생산된 소금은 주로 형산강 뱃길과 보부상을 통해 경주를 거쳐 내륙에 이르기까지 유통됐고, 일부 소금은 지역 특산품으로 왕실에 진상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 소금은 하얀 보석이었다. 고대 이집트에선 시체의 부패를 막는 데 사용했다. 고대 그리스에선 소금 항아리가 재산목록 1호였다. 로마에선 병사의 월급을 소금으로 주었다. 봉급생활자란 의미인 샐러리맨(salary man)의 어원(語源)도 소금이다. 한방에선 오래전부터 소금을 약재로 썼다. 중국의 고의서인 본초강목소금은 담과 위장의 열을 내리게 하며 체한 것을 토하게 하고 소화를 도우며 지혈ㆍ진통ㆍ해독ㆍ보골(補骨)ㆍ살균 효과가 있다고 기술돼 있다.

소금은 체내에서 전해질의 균형을 이루게 한다. 채소ㆍ과일에 풍부한 칼륨과 소금ㆍ육류에 든 나트륨이 전해질의 균형을 유지하게 하는 두 주역이다. 링거액에 소금 성분이 첨가되고 사람의 혈액에 소금이 0.9% 들어 있는 것은 체내 전해질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땀을 많이 흘렸을 때 옅은 소금물을 마시라고 권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요즘 소금은 천덕꾸러기신세다. ‘국민병으로 통하는 고혈압의 예방ㆍ치료를 위해 섭취를 꼭 줄여야 하는 것이 바로 소금이다.

소금의 과다 섭취가 건강과 장수에 마이너스 요인이라는 것은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나와 있다. “서북인은 소금을 적게 먹어 수명이 길고 병이 적으나 동남인은 짠 것을 즐겨 수명이 짧고 병이 많다는 대목이다.

우리 몸은 과잉의 소금을 수용하지 못한다. 소금물을 음료수처럼 마실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유다. 소금의 과다 섭취는 별명이 침묵의 살인자’(silent killer)인 고혈압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혈압이 늘 신경 쓰이는 사람들은 소금(나트륨)을 될 수 있으면 적게 먹어야 한다. 소금의 과잉 섭취가 과체중ㆍ과음ㆍ스트레스ㆍ정적(靜的)인 생활과 함께 고혈압의 5대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원시생활을 하는 뉴기니인은 소금을 거의 섭취하지 않는데 이들에게 고혈압은 희소병이다.

일본 된장국ㆍ염장 채소ㆍ소금에 절인 생선을 즐기는 일본 아키타 주민의 하루 평균 소금섭취량은 22.5g에 달한다. 이 때문인지 아키타 주민(성인)40%가 고혈압 환자이고 가장 흔한 사인(死因)이 뇌졸중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설정한 소금의 하루 섭취 제한량은 6g이다. 신체기능을 정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소금의 양은 이보다 적은 11.3g에 불과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하루 소금 섭취 제한량은 5g이다. 소금 5g1 찻숟갈 정도의 분량이다. 이를 나트륨(소금의 주성분)으로 환산하면 하루 2g이 제한량이다.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소금섭취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 국민의 소금섭취량이 많은 것은 전통 음식인 김치ㆍ국ㆍ찌개ㆍ젓갈 등에 다량의 소금이 들어 있어서다.

한국인은 김치를 통해 하루 소금섭취량의 약 30%를 얻는다. 국ㆍ찌개ㆍ생선(조림ㆍ구이)까지 포함한 네 종류의 음식을 통해 하루 소금섭취량의 3분의 2를 먹게 된다. 따라서 네 가지 음식을 통한 소금 섭취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김치 한 그릇(작은 접시)엔 소금이 0.61.4g 들어 있다. 간을 싱겁게 하거나 한 그릇당 소금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나박김치(1.4g) 대신 갓김치(0.3g)를 먹는 것이 대안이다.

국 한 그릇의 소금 함량은 1.43.5g이다. 국은 작은 그릇에 담아 먹는 것이 좋다. 된장국엔 소금이 1%쯤 들어가므로 한국인이 먹는 된장국(평균 무게 270g)엔 대략 소금이 2.7g 함유돼 있다. 작은 그릇에 담긴 일본 미소국(된장국의 일종, 평균 국무게 150g)의 소금 함량은 1.5g 정도다. 따라서 국을 통한 소금 섭취를 줄이려면 하루 한 끼는 국 대신 숭늉이나 누룽지를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가능한 한 맑은국을 즐기고 먹더라도 건더기만 먹고 국물은 남긴다.

라면 수프에도 소금이 꽤 많이 들어 있다. 한 개에 소금 함량이 3g 이상이다. 수프를 반만 넣거나 국물을 버리는 것이 소금 섭취를 줄이는 방법이다.

찌개 한 그릇엔 소금이 1.54.4g이나 들어 있다. 찌개나 국을 조리할 때 소금 대신 버섯ㆍ호박ㆍ양파ㆍ마늘ㆍ고추ㆍ허브 등 맛을 내는 향신료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생선의 소금 함량은 한 토막에 12g이다. 자반고등어 한 토막엔 3g이나 들어 있다. 생선은 소금 간을 하지 말고 구워서 먹는 것이 좋다. 구운 생선을 고추냉이ㆍ무를 갈아 넣은 간장에 찍어 먹으면 소금 섭취는 줄이면서 맛은 그대로 보전할 수 있다.

소금은 빵과 칼국수ㆍ냉면 등에도 많이 들어 있다.

소금에서 혈압을 올리는 성분은 나트륨이다. ‘저염식보다 저나트륨식이 더 강조되는 것은 그래서다. 나트륨의 과다 섭취로 인한 혈압 상승을 예방하려면 육류의 섭취를 줄이고 채소ㆍ과일을 많이 먹어야 한다. 육류의 나트륨 함량이 채소ㆍ과일보다 높기 때문이다. 채소ㆍ과일에 풍부한 칼륨은 나트륨의 체외 배설을 돕는다.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의 고염식을 하면서도 이나마 건강을 유지해온 것은 채식 위주의 식사를 통해 칼륨을 충분히 섭취해온 덕분이란 주장도 나왔다.

소금 외에 나트륨이 숨어 있는 식품은 수두룩하다. 조미료(MSG)ㆍ베이킹파우더ㆍ보존료ㆍ소시지ㆍ햄ㆍ베이컨ㆍ케첩ㆍ칠리소스ㆍ겨자ㆍ간장 등 가공식품과 식품첨가물에 나트륨이 들어 있다,

소금과는 반대로 과일과 채소는 고혈압 환자에게 보편적으로 권할 만한 식품이다. 우선 과일ㆍ채소엔 미네랄ㆍ비타민ㆍ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염분은 적게 들어 있다.

고혈압 예방ㆍ치료에 기여하는 미네랄 3총사가 있다. 칼륨ㆍ칼슘ㆍ마그네슘이다. 특히 칼륨 섭취에 신경 써야 한다. 정상 혈압을 유지하려면 나트륨 대 칼륨의 섭취 비율을 1 1.5 정도로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칼륨은 나트륨의 배설을 돕는 미네랄이다. 현재 우리 국민의 식생활에선 이 비가 1.5 1로 역전돼 있다.

이 비율을 정상으로 되돌리려면 칼륨이 풍부한 다시마ㆍ미역ㆍ파래ㆍ김 등 해조류, 콩ㆍ팥ㆍ강낭콩 등 콩류. 바나나ㆍ토란ㆍ토마토ㆍ아보카도ㆍ감자ㆍ시금치ㆍ호박 등 과채를 즐겨 먹어야 한다. 우리 조상이 전통적으로 젓갈ㆍ김치ㆍ전골ㆍ국 등 염분(나트륨) 함량이 높은 음식을 즐기면서도 상대적으로 혈압이 낮았던 것은 고칼륨 식품인 채소를 즐겨 먹은 덕분이란 분석도 나왔다. 채식주의자의 평균 혈압이 육식을 즐기는 사람보다 낮은 것도 칼륨을 충분히 섭취한 결과로 풀이된다.

칼슘도 혈압을 낮추는 데 이바지한다. 고혈압 환자는 칼슘이 풍부한 우유ㆍ요구르트ㆍ치즈 등 유제품, 멸치 등 뼈째 먹는 생선, 두부ㆍ칼슘 강화 오렌지 주스ㆍ브로콜리ㆍ케일ㆍ갓ㆍ시금치 등 녹황색 채소를 즐겨 먹는 것이 좋다. 혈압을 내릴 목적으로 칼슘 보충제를 복용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천연 식품을 통해 칼슘을 보충하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다.

마그네슘도 부족하면 고혈압 위험이 커진다. 시금치ㆍ깻잎ㆍ바나나ㆍ참깨ㆍ아몬드ㆍ오징어ㆍ식물의 씨 등 마그네슘이 풍부한 음식엔 대개 칼륨도 많이 들어 있다. 마그네슘도 보충제보다는 천연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낫다.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는 미역ㆍ다시마 등 해조류도 고혈압 예방ㆍ치료에 효과적이며 해조류엔 칼륨뿐 아니라 알긴산이란 식이섬유(미끈거리는 점액성 성분)가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알긴산은 스펀지 효과가 있어서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콜레스테롤ㆍ중금속ㆍ발암물질 등 유해물질을 빨아들여 몸 밖으로 내보낸다. 알긴산은 장에서 나트륨에 달라붙은 뒤 함께 체외로 배출돼 혈압을 떨어뜨린다. 알긴산은 음식이 위에서 장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지연시켜 혈당이 급격히 오르내리는 것도 막아준다.

혈압이 높다면 매끼 작은 그릇 하나 분량의 미역ㆍ다시마ㆍ톳 등을 먹거나 다시마 우린 차를 매일 음료수처럼 마시는 것이 좋다.

신구대 식품영양과 서현창 교수는 양파ㆍ마늘 등 자극성 식품도 혈압을 내려준다두 채소에 든 알리신 등 황() 화합물이 혈관을 확장하고 혈압을 떨어뜨리는 성분이라고 지적했다.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 지방 수치도 함께 낮춰준다.

루틴이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메밀ㆍ사과도 고혈압 환자에게 권장 식품이다. 루틴이 혈관을 안정시키고, 이뇨 작용을 해서다.

파슬리는 천연의 이뇨제로 통한다. 인공 합성된 이뇨제(혈압약으로 사용)와는 달리 부작용 없이 혈압을 내려준다.

유럽에선 산사나무 추출물을 오래전부터 혈압 낮추는 약으로 먹었다. 혈압은 물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도 함께 떨어뜨린다고 봐서다. 그러나 산사나무로 효과를 보려면 최소 23주는 복용해야 하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 수 있다.

혈압이 우려된다면 과음은 절제하되 물은 충분히 마시는 것이 좋다. 고혈압 환자의 수분 섭취가 적으면 혈액의 농도가 진해져 혈전(피떡) 등이 생기기 쉬워져서다. 특히 운동으로 땀을 많이 흘린 뒤나 발열ㆍ감기ㆍ설사 증상이 있을 때는 물을 바로 보충해줘야 한다. 고혈압으로 이뇨제를 복용 중이라면 탈수가 생기기 쉽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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