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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에선 산약이라고 부르는 마의 다양한 효능
한의학에선 산약이라고 부르는 마의 다양한 효능
  • 박태균
  • 승인 2020.12.06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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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슐린 분비 촉진해 당뇨병 환자에게 유익
-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면역력을 높이는 데 기여

최근 마의 다양한 효능이 의료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삼국유사엔 백제 무왕의 이름이 서동(薯童)이었고 마를 캐어 팔아서 생활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서동요는 서라벌에서 발생한 서동과 선화공주와의 스캔들을 다루고 있다. 백제 무왕은 신라에서 마를 팔면서 아이에게 서동요를 가르쳤다. ‘’()가 마를 의미하기도 한다. 서동요를 통해 마가 한반도에서 삼국시대부터 널리 재배돼온 구황작물이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마는 생김새가 고구마와 닮았지만, 색깔은 감자와 더 가깝다. 크기는 고구마만 한 것부터 사람 팔뚝만 한 것까지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인 뿌리채소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맛은 없지만, 식감이 아삭하다.

대개 마는 늦가을에 캐어 껍질을 벗겨 먹는다. 생으로 먹는 것이 마의 영양소를 온전히 섭취하는 방법이다. 적당한 크기로 자른 마를, 참기름을 넣은 소금장에 찍어 김에 싸면 먹기 좋다. 끈적끈적한 식감 때문에 날로 먹기 거북한 경우 우유ㆍ요구르트ㆍ두유ㆍ과일즙ㆍ꿀 등과 섞어 주스로 만들면 섭취가 훨씬 수월하다. 마는 익히면 영양소가 파괴되므로 가능한 한 살짝 데치는 정도로만 가열 뒤 먹어야 한다.

일본에선 대중적인 채소다. 밥에 얹거나 미소국에 넣기도 한다. 일본인은 마를 생으로 먹거나 갈아 먹는 등 다양한 형태로 즐긴다. 간 생마에 가쓰오부시(일본인이 즐겨 먹는 어포)ㆍ육수(다시물)를 섞고, 간장으로 살짝 간을 한 후 갓 지은 밥에 올려 김 가루와 함께 먹는다. 우동ㆍ나베ㆍ라면ㆍ오코노미야키ㆍ타코야키ㆍ팥빙수 등에도 넣는다.

마는 뿌리만 먹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잎과 줄기 사이에 열리는 주아도 식용 부위다. 감자를 닮은 동그란 마의 주아로, 고구마밥ㆍ감자밥처럼 밥을 지어 먹거나 쪄서 먹는다. 일본에선 주아로 가마메시(솥밥)나 반찬을 만들기도 한다. 주아가 감자만 한 크기로 달려서 주아를 주로 먹는 마도 있다.

마의 껍질을 까거나 자를 때 나오는 끈적끈적한 즙 같은 것이 대표 웰빙 성분인 뮤신(mucin)이다. 위 점막을 부드럽게 감싸는 뮤신은 위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 속이 쓰리거나 위염이 있을 때 먹으면 증상이 가벼워진다.

마를 강판에 갈면 나오는 끈적끈적한 액 안엔 사포닌과 아르기닌도 들어 있다. 사포닌은 체내 염증 제거에 효과적이다. 아미노산의 일종인 아르기닌은 산화질소(NO)를 생성해 혈액 순환을 돕는다.

마를 강판에 갈거나 마 껍질을 벗기면 거무스름하게 변한다. 마에 든 폴리페놀(항산화 성분)이 산화돼서다. 이런 갈변을 방지하려면 묽은 식초를 바르거나 첨가한다.

마를 간 것은 토로로라고 부른다. 점성이 강해 입안에 잘 달라붙는다. 마는 갈아서 끈적끈적한 기운이 남아 있을 때 먹는 것이 좋다.

한의학에선 마를 산약(山藥)이라 한다. 당뇨병 환자에게도 유익하다. 혈액의 당을 세포로 흡수시키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낮춰주기 때문이다.

각종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면역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일본에서 마를 산에서 나는 장어라 부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한방에서 마는 발기부전 등 남성 성 기능 장애 치료에 사용된다. 성 기능 장애 남성에게 처방하는 한방약 팔미지황환엔 마가 들어 있다. 참깨 마죽을 쑤어 먹으면 금상첨화다. 참깨엔 정력 증진ㆍ생식 능력 향상에 좋은 아연ㆍ셀레늄이 들어 있어 두 식품이 시너지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중ㆍ노년 남성의 최대 고민 중 하나인 전립선 비대증의 예방ㆍ개선에도 마가 흔히 추천된다.

소화가 잘되는 것도 장점이다. 소화효소인 아밀라아제가 무보다 더 많이 들어 있다. 보리밥과 함께 먹으면 보리를 더 잘 소화시킬 수 있다.

가열해서 먹으면 소화효소가 파괴된다. 마를 말려서 가루로 만들면 생으로 먹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마는 색깔이 희고 무거우며 큰 것이 상품이다. 수염뿌리가 적고 울퉁불퉁하지 않은 것이 양질이다.

(참마)와 천마는 생김새가 비슷할 뿐 완전히 다른 종이다. 천마는 수자해좆으로도 불린다. 천마의 덩이줄기가 마치 남성의 성기처럼 생겼다 해 붙여진 별명이다. 수자(竪子)는 조금 바보스럽고 멍청한 듯한 더벅머리 총각을 가리킨다.

식용 마와 섬유 또는 마약 원료로 활용되는 마()도 다른 식물이다. 마약 중 하나인 대마초의 원료가 되는 대마(大麻)는 마() 또는 삼으로 불린다. 한방에선 대마의 열매를 화마인(火麻仁)이란 약재로 이용한다. 대마잎은 대마초의 원료다.

안데스 감자라 불리는 야콘, 자메이카의 육상 스타 우사인 볼트가 즐겼다는 얌(yam)도 마와 닮았다. 단맛은 야콘이 조금 더 강하다. 야콘은 점액질이 없다. 얌은 얼핏 보면 고구마 같다. 크기는 얌이 훨씬 크다. 미국인은 얌을 고구마의 일종으로 여긴다. 삶았을 때 물기가 거의 없으면 고구마, 물기가 많으면 얌이기 쉽다. 얌은 단백질 함량이 50%에 달한다. ‘밭에서 나는 쇠고기로 통하는 콩(3040%)보다 많다. 전분 함량은 고구마의 세배 이상이다. 마의 단백질 함량은 3%에 불과하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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