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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알레르기 유발 식품 일찍 맛보게 하는 것이 낫다?
아이에게 알레르기 유발 식품 일찍 맛보게 하는 것이 낫다?
  • 박태균
  • 승인 2020.12.10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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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의 이유식은 생후 4∼6개월에 하는 것이 적당
- 산양 분유 섭취 후에도 식품 알레르기 발생 가능

아이를 위한 식품 알레르기 예방 가이드라인이 달라졌다. 임산부나 아기의 식단에서 알레르기 유발 음식을 제외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일찍 맛보도록 하는 것이 식품 알레르기 예방에 더 효과적이란 연구결과들이 국내외에서 쏟아져서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는 아기의 이유식은 생후 46개월에 하는 것이 적당하며, 계란ㆍ우유ㆍ콩ㆍ밀ㆍ생선ㆍ조개류 등 알레르기 유발 빈도가 잦은 식품을 생후 46개월에 먹이기 시작할 것을 권고했다.

알레르기 고위험군에 속하는 영아라 하더라도 생후 46개월엔 알레르기 유발식품을 먹기 시작하는 것이 남는 장사란 것이다.

과거엔 아이에게 식품 알레르기가 나타나면 모유를 먹이는 산모의 식단에서 계란ㆍ땅콩 등 알레르기를 잘 일으킬 수 있는 음식부터 뺐다. 이유식이나 고형식의 섭취도 생후 46개월 이후에 시작하도록 했다. 이유식을 할 때도 알레르기 항원성이 낮은 음식에서부터 시작해 차츰 알레르기를 잘 일으키는 음식을 섭취하도록 했다. 알레르기를 자주 일으키는 계란은 생후 1년 이후에 먹이도록 권장했다.

임산부가 임신 중이거나 모유를 먹이고 있을 때 아기의 식품 알레르기 예방을 위해 우유ㆍ땅콩 등 알레르기 유발식품의 회피나 섭취를 제한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변경된 식품 알레르기 예방 가이드라인의 핵심이다. 아기의 식품 알레르기 예방을 희망한다면 생후 46개월엔 가능한 한 모유만 먹이되, 알레르기 고위험군 영아에게 모유를 먹이는 일이 불가능할 경우 완전 가수분해 분유나 부분 가수분해 분유를 먹이는 것이 차선책이란 것이다.

미국 소아과학회도 이미 우유ㆍ계란ㆍ땅콩ㆍ생선ㆍ견과류 등 식품 알레르기를 일으키기 쉬운 식품의 섭취를 늦추도록 권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발표했다.

최근엔 알레르기 유발식품을 너무 늦게 접하게 하면 식품 알레르기 발생 위험이 오히려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계란을 생후 10.5개월 후에 먹이기 시작했더니 5세 때 계란 알레르기를 더 많이 경험했다는 연구결과가 한 예다. 밀ㆍ보리ㆍ호밀ㆍ오트밀을 생후 6개월 후에 먹였더니 밀 알레르기가 증가했다는 논문도 나왔다. 생후 46개월에 조리된 계란을 먹였더니 계란 알레르기가 줄고, 생후 9개월 전에 생선을 먹였더니 1세 때 아토피 피부염 발생률이 낮아졌다는 연구결과 등이 줄을 이었다.

2015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발표된 대규모 연구에서도 땅콩의 조기 노출이 땅콩 알레르기 예방에 효과적이란 결론이 내려졌다. 연구팀은 생후 411개월 된 알레르기 고위험군 영아 640명을 매주 3회 이상 24g의 땅콩 또는 땅콩버터 3 찻숟갈을 지속적으로 먹인 그룹과 전혀 먹이지 않은 그룹으로 나눴다. 이들이 5살이 됐을 때 땅콩 알레르기 검사를 실시한 결과, 땅콩을 먹지 않은 그룹의 땅콩 알레르기 발생률은 17.2%로 땅콩을 지속적으로 먹은 그룹(3.2%)보다 5배 이상 높았다. 하지만 땅콩을 일찍 맛본 그룹에서도 식품 알레르기가 일부 발생하고 있듯이 땅콩의 조기 섭취로 알레르기 발생을 완전히 막을 순 없다. 이미 땅콩 알레르기를 보이는 아기에게 땅콩을 먹이는 것은 금물이다.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실린 논문을 근거로 이후 세계의 여러 학회에서 땅콩 알레르기가 많은 나라에선 알레르기 고위험군 영아에게 땅콩이 포함된 음식을 생후 411개월에 먹이기 시작할 것을 권고하기 시작했다.

식품 알레르기를 예방하려면 신생아ㆍ영아에게 모유를 먹여야 한다는 명제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특히 아토피 피부염 가족력이 있는 아이의 경우 가족력이 없는 아이보다 알레르기 발생 위험이 높아지므로 모유 수유가 권장된다.

식품 알레르기는 특정 음식을 섭취한 뒤 체내에서 발생하는 면역반응에 기인한 건강에 해로운 반응이다. 유전적 소인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알레르기를 잘 일으킬 수 있는 음식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식품 알레르기를 잘 일으키는 음식으론 계란ㆍ우유ㆍ콩ㆍ땅콩ㆍ메일ㆍ밀ㆍ어패류 등이 꼽힌다. 증상이 다양하다. 아토피피부염ㆍ두드러기ㆍ혈관부종 등 피부 증상, 구토ㆍ설사ㆍ복통 등 위장관 증상이 흔하다. 기침ㆍ콧물ㆍ천명음ㆍ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성인의 식품 알레르기 유병률은 약 2%이지만 국내 어린이의 57%가 갖고 있는 흔한 질병이다. () 점막이나 면역 기능이 미숙한 신생아나 영아에선 알레르기 항원성을 지닌 음식이 쉽게 체내로 흡수될 수 있어 이 시기에 식품 알레르기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수분해 우유가 모유보다 알레르기 예방에 더 유효하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대두분유나 아미노산 분유가 알레르기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증거도 찾기 힘들다. 산양분유는 알레르기 예방 효과가 없으며 우유 알레르기를 보이는 아이의 92%는 산양유를 섭취한 뒤에도 알레르기를 나타낸다.

생우유는 돌 이후부터 먹이기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 알레르기 발생 우려와는 별개로 생우유는 아이의 신장에 부담을 주고 철분 함량이 낮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식품 알레르기는 저절로 치유되는 경우가 많다. 1세 이하에서 가장 많이 문제시되는 계란ㆍ우유ㆍ콩 등에 대한 알레르기는 3세가 되면 약 85%에서 사라진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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