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용 금기약 함께 먹으면 심각한 부작용 유발 가능 - 어린이가 복용해선 안되는 약을 연령금지약으로 규정 약과 약 사이에도 ‘궁합’이 있다 매일 커피를 대여섯잔 이상 즐긴 20대 디자이너 정모씨는 “저녁 때 커피를 마시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친구가 이해되지 않았다. 평소 그는 “오랫동안 커피를 즐겨서 카페인에 관한한 내성(耐性)이 생겼다”고 자신해오던 터였다. 최근 직장 회식 후 귀가 도중 “갑자기 가슴이 마구 뛰고 다리에 힘이 풀리는 증상을 경험했다. 혼자 일어서기도 힘들었지만 술 탓이라고 생각했고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난 후에도 증상은 계속됐다. 전날 못지 않게 심장이 빠르게 뛰고 얼굴에는 식은 땀이 송송 맺혔다. 순간 “심장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닐까”하는 불안이 스쳤다. 인근 대학병원을 찾았으나 검사 결과 심장엔 아무 이상이 없었다. 정씨의 주치의는 “요즘 복용한 약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치통ㆍ생리통 때문에 며칠 진통제 ○○을 복용했다”고 답변하자 의사는 “바로 그것”이라며 무릎을 탁 쳤다. 일부 진통제엔 카페인이 들어 있는데 커피의 카페인과 함께 약효의 상승 작용을 일으킨 결과라는 것이다. 주치의는 “약과 식품의 잘못된 궁합이 원인”이며 “앞으로 진통제를 복용할 때는 커피를 가급적 마시지 말라”고 충고했다. 여러 약을 함께 먹을 때는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병용(竝用)이 금기된 약이 의외로 많아서다. 약과 다른 약(또는 건강기능식품ㆍ식품)을 무심코 함께 먹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화를 부를 수도 있다. 체중감량을 위해 펜플루라민과 펜터민을 섞어 복용한 사람이 숨진 사례도 여럿 있다. 1990년대 국내외에서 두 약의 머리글자를 딴 ‘펜펜’으로 유명세를 탔으나 서로 궁합이 맞지 않는 약을 혼용하는 것(병용 금기를 깨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약과 사람의 나이 사이에도 ‘궁합’이 있다. 약에 가장 취약한 나이대는 아기와 어린이다. 몸집이 적고 아직 면역 기능이 완전하지 않아서다. 약은 대개 성인이 구입하며, 실제로 약의 용량은 성인 대상 임상연구를 통해 결정된다. 아기ㆍ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대개 ‘성인에게 안전한 약이니까 아기ㆍ어린이에게도 안전할 것’으로 막연하게 생각한다. 보통은 성인의 절반 정도의 용량을 복용하도록 하지만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것은 아니다. . 아기ㆍ어린이와 궁합이 맞지 않는(복용해선 안되는) 약을 우리 정부는 연령금지약(소아 등 특정 연령대의 사용이 금지된 약)으로 규정하고 있다. 간 독성이 있는 타이레놀(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을 12세 미만 어린이에게 처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좋은 예다. 임신 중인 여성에게 처방해선 안 되는 약이 임부 금기약이다. 기형아 출산 등 태아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약이다. 1950년대 사상 최악의 약화(藥禍)사고를 부른 ‘탈리도마이드’, 먹는 탈모 치료약 ‘프로페시아’, 일부 먹는 여드름약 ‘로아큐탄’ 등이 여기 속한다. 이런 금기약이 의사의 처방, 약사의 조제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는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가 보게 된다. 여러 약을 함께 복용하면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 지를 꿰고 있는 의사나 약사는 없다. 전문약ㆍ일반약ㆍ허브ㆍ건강기능식품 등은 수천ㆍ수만가지로 조합ㆍ혼합될 수 있어 이들의 상호작용에 의한 위험성을 모두 기억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의 앞선 IT 기술과 접목해서 금기약을 처방ㆍ조제 단계에서 배제하도록 한 것이 의약품처방조제시스템(DUR)이다. DUR이 운영되는 병원ㆍ약국에서 금기약이 처방ㆍ조제되면 모니터의 팝업창에 ‘임부 금기약’ㆍ‘연령 금기약’ㆍ‘병용 금기약’ㆍ성분별중복처방’ 등 경고문이 뜬다. 이를 통해 금기약 복용으로 인한 환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여러 약을 복용 중인 노인이거나 가정에 약에 취약한 아기ㆍ어린이ㆍ임산부가 있다면 의사ㆍ약사에게 “먹어도 되는 약인지 DUR로 먼저 확인해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이 약화로부터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현명한 일이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Tag #병용금기약 #부작용 #연령금지약 #임부금기약 저작권자 © 데일리 푸드앤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네이버밴드 카카오스토리 박태균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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