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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 원산지 표시제 왜 필요한가?
수산물 원산지 표시제 왜 필요한가?
  • 박태균
  • 승인 2021.06.09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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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고등어라도 한국 배가 잡으면 국산, 중국 배가 잡으면 중국산
- 국적 따라 소비자의 선호도와 가격이 크게 다른 것이 원산지 표시제 도입 이유

 

수산물 원산지 표시제가 왜 필요할까?

농ㆍ축산물은 땅을 기반으로 재배ㆍ사육된 것이어서 원산지에 따라 품질과 안전성이 다를 수 있다. 수산물은 얘기가 달라진다. 각 나라마다 영해를 설정해놓고 있지만 마구 드나든다고 해서 생선 등 수산물에 비자를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같은 고등어라도 한국 배가 잡으면 국산, 중국 배의 그물에 걸리면 중국산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베테랑이라도 수산물만 보고는 국산과 수입산을 정확히 식별하지 못한다. 농ㆍ축산물은 국산 참깨는 낟알이 잘고 길이가 짧으며, 중국산은 낟알이 굵고 길어 보인다. 한우는 지방층이 가늘고 고르지만 미국산 쇠고기는 지방층이 두껍고 불균일하다등 국산과 수입산 구별법이 있다. 수산물은 국산과 수입산 식별 교본도 없다.

수산물 원산지 표시 단속 업무를 담당하는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은 포장 상태ㆍ총량ㆍ냉동 상태 등의 차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수산물의 국적을 추정한다. 조기가 골판지 상자 등에 10분량이 가지런히 배열돼 있으면 중국산, 나무상자ㆍ골판지ㆍ스티로폼 등에 20가량이 섞어 들어 있으면 국산으로 간주한다. 과거엔 그물로 건져 올린 즉시 냉동 보관하면 국산, 배 안에 그냥 방치하면 중국산이란 인식이 있었지만 이런 차이는 차츰 좁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원산지 표시는 식품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아니다. 농산물ㆍ축산물ㆍ수산물ㆍ가공식품 등의 원산지 표시제의 기본 콘셉트는 소비자에게 해당 식품이 어디서 생산ㆍ재배됐는지를 알려주자는 것이다. 똑같은 포도주라 하더라도 프랑스산ㆍ호주산ㆍ미국산ㆍ칠레산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와 가격이 크게 다르므로 바른 생산국 정보를 알릴 필요가 있다.

소비자가 마트에서 원산지를 확인한 뒤 원산지가 중국산이면 위험, 국산이면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설령 원산지를 국산으로 둔갑시킨 수산물이라고 하더라도 안전성 검사를 통과한 것이면 먹어도 괜찮다. 많은 소비자가 원산지를 식품 안전의 문제로 보는 것은 중국산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뿌리 깊기 때문이다.

친환경 표시도 마찬가지다. 친환경 표시 제도는 농ㆍ수ㆍ축산물을 재배ㆍ사육할 때 화학비료ㆍ농약ㆍ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환경 보전에 유익하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친환경 표시를 식품안전 표시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수두룩하다. 실제로 환경에 대한 고려보다는 농약ㆍ동물용 항생제가 잔류해 있을까봐 고가의 친환경 식품을 산다. 친환경 표시가 없는 일반 식품이라고 해서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가짜 친환경 콩으로 판명됐더라도 농약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지 않았다면 안전한 콩이다. 단 가짜 콩을 일반 식품보다 훨씬 비싸게 샀으므로 소비자가 금전적 손해를 입은 것은 분명하다. 원산지ㆍ친환경 표시는 식품안전을 담보하는 표시가 아니라 공정거래ㆍ소비자 보호를 위한 표시인 것이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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