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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가기 전에 꼭 챙겨 먹어야 할 밴댕이
6월이 가기 전에 꼭 챙겨 먹어야 할 밴댕이
  • 박태균
  • 승인 2021.06.28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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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철에 먹는 밴댕이 맛은 농어ㆍ도미와 견주어도 손색 없어

- 밴댕이젓을 파ㆍ마늘 등과 함께 버무리면 밑반찬으로 그만

 

6월이 가기 전에 꼭 챙겨 먹어야 할 밴댕이

 

 

연중 낮이 가장 긴 하지(夏至)가 이미 지나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됐다. 다가올 무더위를 견디기 위해 ‘6월이 가기 전에 꼭 챙겨 먹어야 할 제철 해산물론 밴댕이가 있다.

밴댕이는 밴댕이 소갈머리’(소갈딱지)란 속담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드문 생선이다. 아주 속이 좁고 잘 삐지는 사람을 가리킨다. ’밴댕이 콧구멍 같다고도 한다.

밴댕이 소갈머리’, ‘밴댕이 콧구멍은 해부학적 지식을 근거로 하고 있다. 밴댕이는 다른 바다 생선에 비해 실제로 속(내장)이 좁다. 내장 비율이 다른 생선의 80% 정도여서, 내장은 있는듯 없는듯하다.

밴댕이를 잡는 어민도 살아있는 상태의 밴댕이를 거의 구경하기 힘들 정도다. 성미가 워낙 급해 그물에 걸리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온 몸을 바르르 떨다가 이내 죽어버린다. ‘성질 급한 밴댕이는 화나면 속이 녹아 죽는다는 어민 속담도 있다.

밴댕이가 요즘 제철을 맞았다. 겨우내 깊은 바다에 몸을 숨기고 있던 밴댕이는 봄에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연안으로 이동하면서 먹이 활동을 왕성히 한다. 산란을 앞두고 몸을 살찌우는 위해서다. 음력 오뉴월은 밴댕이의 산란기다. 이 무렵에 잡힌 밴댕이의 맛이 최고다. 살이 제법 두툼해지고 지방이 많아져 기름지다. 회를 쳐서 먹으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오뉴월 밴댕이란 옛말도 있다. 이는 능력자질은 변변치 않으나 때를 잘 만난 것을 뜻한다.

예부터 경기 강화 사람은 오사리(음력 5월 사리) 때 잡힌 것을 최고로 쳤다. 이 시기에 강화를 찾으면 밴댕이회밴댕이무침을 제대로 맛 볼 수 있다. 강화군은 강화의 선수 포구(화도면 후포항)밴댕이 마을로 지정했다.

청어과 생선인 밴댕이는 전어와 닮았다. 맛도 비슷하다. 밴댕이의 등쪽은 밝은 푸른색을 띠고 배쪽은 흰색이다. 아랫턱이 윗턱보다 튀어나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어는 등이 누런빛을 띤 짙은 청색이며 배쪽은 은백색이다.

밴댕이는 멸치와도 공통점이 여럿 있다. 비늘몸색깔이 비슷하다. 성질이 급하고 물밖으로 나오면 바로 죽는 것도 닮았다.

둘 다 말린 것(자건품)이 주로 유통된다는 것도 유사하다. 밴댕이 말린 것을 디포리라 한다. 디포리엔 내장이 거의 없어, 마른 멸치 대신 디포리로 육수를 내면 비린내가 거의 없다. 디포리 육수로 떡국을 만들기도 한다.

차이점도 있다. 밴댕이는 몸길이가 15가량으로 멸치보다 길다. 멸치보다 훨씬 납작하다. 멸치는 아랫턱이 윗턱보다 적은데 반해 밴댕이는 아랫턱이 돌출돼 있다. 맛이 절정인 시기는 멸치가 두세달 빠르다. 멸치는 산란 직전인 초봄에 잡은 것, 밴댕이는 늦봄이나 초여름에 잡은 것이 지방 함량이 가장 높다. 국물 조리법도 정반대다. 멸치 국물은 센 불에 끓이다 약한 불로 줄여야 제 맛이 난다. 밴댕이 국물은 약한 불로 시작해 점점 센 불로 끓여야 맛이 깊게 우러난다.

영양적으로 밴댕이는 고단백고칼슘 식품이다. 생것 100g당 단백질 함량은 16.3g, 칼슘 함량은 173이다. 뼈와 치아 건강을 좌우하는 칼슘이 멸치보다는 적게 들어 있지만 칼슘의 왕으로 통하는 우유보다는 많다. 청어과의 등푸른 생선답게 지방 함량이 상당히 높다(100g16.5g). 지방이 많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방의 대부분이 혈관 건강에 유익한 DHAEPA 등 오메가-3 지방(불포화 지방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병후 회복중인 사람, 몸이 허약한 노인, 성장기 어린이, 입맛을 잃은 사람, 임산부 등에게 추천할 만하다. 양질의 단백질과 칼슘철분 등이 풍부해서다. 특히 말린 것은 칼슘 함량이 100g1578에 달한다. 말린 큰 멸치(1905)에 버금간다.

밴댕이는 소형 생선이다. 큰 것이라도 성인의 손바닥 크기다. 외모는 볼품없지만 맛은 훌륭하다. 특히 제철에 먹는 밴댕이 맛은 농어도미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구이전골 등 다양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다.

금방 죽는 밴댕이는 내장도 빨리 상해 오래 두고 먹으려면 젓갈로 담가야 한다. 밴댕이젓은 오묘한 맛의 발효식품이다. 밴댕이젓을 파마늘풋고추 등 양념과 함께 버무리면 밑반찬으로 그만이다. 젓국은 김치 담글 때 유용한 천연 조미료다. 김장할 때 젓국을 사용하면 특유의 발효미()가 우러나온다.

밴댕이구이는 석쇠에 노릇노릇하게 구운 음식이다. 밴댕이에서 뼈와 내장을 살짝 발라낸 음식이 밴댕이회다. 대개 된장쌈장초장와사비 간장 등에 찍어 먹는다. 생물 상태의 밴댕이 회는 밴댕이 철에만 즐길 수 있다고 아는 사람이 많지만 요즘은 사시사철 먹을 수 있다. 냉동기술이 발달하면서 어획량이 많은 5~7월에 잡은 밴댕이를 급속 냉동 보관한 뒤 찬물에 서서히 해동시키면 된다.

밴댕이의 한자 이름은 소어(蘇魚). 지방에선 반댕이순뎅이띠포리(영남) 등으로 달리 불린다. 남해와 서해에서 주로 잡힌다. 예부터 강화인천통영 등에서 밴댕이 요리가 발달했다. 경상도에선 밴댕이를 김치 담그거나 김치찌개국수 국물을 내는데 사용한다. 강화 주민이 밴댕이라 부르는 것은 디포리등푸레란 별명을 가진 진짜 밴댕이 외에 반지풀반댕이풀반지를 통틀어 말한다.

밴댕이는 전체적으로 겉표면의 은빛이 투명하면서 몸통이 울퉁불퉁하지 않고 고른 것이 양질이다. 가능한 한 빨리 먹어치우는 것이 좋다. 살이 물러서 상하기 쉬워서다.

밴댕이를 잡아 냉장고에서 하루 정도 숙성시켜 먹는 것이 가장 고소하고 부드럽다고 알려져 있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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