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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백신 폐기로 주목받은 약의 유효기간은?
코로나 19 백신 폐기로 주목받은 약의 유효기간은?
  • 박태균
  • 승인 2021.06.14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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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봉하지 않은 약은 대개 제조 뒤 2∼3년까지 사용 가능
- 여름에 습도 높아지면 약의 변질 가능성 커져

 


요즘 일부 코로나 19 백신의 유효기간이 지난 폐기되는 상황이 보도되면서 약의 유효기간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졌다. 약도 식품처럼 유효기간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개봉하지 않은 약은 대개 제조 뒤 2∼3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이보다 시간이 더 지나면 약의 생명인 약효를 보장받지 못한다.


병ㆍ의원에서 처방받아 약국 또는 병원용 용기에 담긴 약(처방약)엔 유효기간이 명시돼 있지 않다. 무한정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약 복용을 중단하는 날=유효기간’이라고 보는 것이 현명하다. ‘버리기 아까워서’, ‘다음에 써먹으려고’ 이런 약을 가정에 보관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 약을 용기에 옮겨 담는 도중 오염ㆍ감염이 일어날 수 있어서다.


약의 기본 뼈대(베이스)는 대개 전분이다. 세균ㆍ곰팡이 등이 이것을 먹이로 살 수 있다. 습도가 높아지면 변질한다.


한강성심병원 황보영 팀장은 “약병에 담긴 약을 여러 알 손바닥에 쏟은 뒤 이중 한두 알을 먹는 것은 손바닥의 균ㆍ습기를 약에 골고루 묻히는 비위생적인 행위”이며 “약병에 든 약은 한 알씩 꺼내 먹고, 약은 냉장고가 아니라 햇볕이 안 드는 시원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소개했다.


약에 유효기간이 있다는 것은 폐기해야 할 약, 다시 말해 환경에 버려지는 약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과거엔 이 문제에 관심이 적었다. 질병 치료라는 대의가 환경보다 우선했고 ‘기껏해야…’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다.


용도 폐기된 알약은 쓰레기 봉지에 담아서, 물약은 싱크대에 그냥 쏟아 버리기도 한다.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독일에선 약 판매량의 3분의 1, 오스트리아에선 4분의 1가량이 그대로 생활 쓰레기나 가정 하수구를 통해 버려진다.


국내에서 생산ㆍ유통중 인 인체용 약의 가짓수는 1만5,000종이 넘는다(한국제약협회). 제조한 뒤 사용하지 않은 이른바 불용약(不用藥)의 비율도 전체 약의 20%에 달한다. 동물용 항생제 등 동물용 의약품도 대량으로 생산ㆍ폐기된다. 우리가 복용한 약의 성분이 소변 등으로 배출돼 환경에 유입되는 것까지 포함하면 어마어마한 양이다.


마구 버려진 약이 우리 산하를 정확히 얼마나 오염시켰는지는 잘 모른다. 일부 하수에선 콜레스테롤 저하제ㆍ소염진통제ㆍ해열제ㆍ항생제 등이 검출됐다. “몸이 아플 때 하천물 한 컵이면 된다”는 국내 전문가들의 우스갯소리가 심각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칵테일 약’이 강물에 녹아 있다는 뜻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최경호 교수는 “‘묻지 마 폐기’의 첫 번째 희생자는 수생 생물”이며 “피임약ㆍ호르몬제 등이 하수처리장에서 걸러지지 않아 하류에 사는 물고기의 성(性)이 전환됐다는 외국의 조사 결과가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사람 차례다. 환경에 유출된 약 성분이 사람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줬다는 증거는 아직 없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항생제 내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가지 다행인 점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진통제인 타이레놀ㆍ아스피린ㆍ부루펜 등은 쉽게 생분해된다는 사실이다. 많은 약은 자연상태에서 생분해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제약회사가 약을 만들 때 환경보다 약효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물엔 잘 녹지만 생분해는 잘 안 되는 약이라야 약효가 오래 유지된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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