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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건설’에 일조한 육식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건설’에 일조한 육식
  • 박태균
  • 승인 2021.07.19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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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석기인의 체격이 신석기인보다 큰 것도 육식 덕분
 - 육식은 코로나 19 등 감염병 극복에 기여
 - 최대 약점은 식이섬유가 없다는 사실

 

 


 
 채식 열풍이 불고 있다.


 극단적인 채식주의자가 아니라면 보통의 사람은 육식과 채식을 함께 즐긴다. 인간은 잡식성(雜食性) 동물이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은 채집과 수렵 생활을 했다. 채집은 채식, 수렵은 육식이다.


 250만년 전의 원인(原人)은 채식보다 육식이 주(主)였다. 이들의 유적지를 출토하면 채식 관련 유물은 희귀한 데 반해 고기 절단용 돌과 도구 등은 눈에 자주 띈다.


 육식은 채식보다 체구를 키우는 데 더 유리한 식사법이다. 육식을 즐긴 구석기인은 현대인보다 오히려 더 건장했다. 구석기 시대 남성의 평균 신장은 177.2㎝에 달했다. 그 후 농경시대(청동기)가 시작되면서 166㎝로 작아진다.


 코로나 19 등 각종 감염병에 대한 저항력(면역력)을 높이는 데도 육식이 이롭다. 감염성 질환 등 질병에 걸린 흔적도 구석기인이 적었다. 유럽에서 육류 섭취량이 많이 늘어난 것은 14세기 전(全) 유럽을 휩쓴 흑사병 때문이었다. 18세기 유럽인의 평균 연간 육류 섭취량은 14㎏에 불과했다. 영국인은 육류를 더 많이 섭취했다. 다른 유럽 국가 국민보다 건강 상태가 좋았다. 육류 섭취가 ‘해가 지지 않는 대영(大英)제국의 건설’에 일조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육식의 대표로 간주하는 육류. 즉 고기는 한마디로 고단백 식품이다. 양질의 단백질이 보통 20% 이상 들어 있다.


 비타민 B1ㆍB2ㆍ나이아신 등 비타민과 철분ㆍ아연ㆍ칼슘ㆍ마그네슘 등 미네랄이 풍부한 것도 육류의 영양상 장점이다.


  다만 과도한 육류 섭취는 건강에 마이너스 요인이다. 비만ㆍ동맥경화ㆍ고혈압ㆍ통풍ㆍ우울증ㆍ암 등 다양한 질병을 부른다. 육식에 과도하게 빠지면 포화 지방의 섭취가 늘어 ‘만병의 근원’이라는 비만이 되기 쉽다.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는 “건강 측면에서 육식의 최대 약점은 식이섬유가 전혀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이며 “식이섬유는 장(腸)을 자극해 장운동을 활발히 하고 변에 포함된 각종 발암물질이 신속하게 빠져나가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지금처럼 먹을거리가 풍족하지 않았던 과거엔 동물성 식품에 식이섬유가 없다는 것이 오히려 다행한 일이었다. 초식동물보다 장(腸)이 짧은 사람의 소화기관엔 다량의 식이섬유를 수용할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도 “날짐승과 들짐승의 고기를 많이 먹으면 수명을 재촉한다”고 쓰여 있다. “소갈병(당뇨병)으로 몸이 수척해지거나 중풍(뇌졸중)으로 갑자기 쓰러지거나 반신마비가 되는 것은 뚱뚱하거나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은 탓”이라고 분석했다.


 한방에서 고기를 무조건 해로운 식품으로 여긴 것은 아니다. 허약한 사람에게 기혈(氣血) 보충용 식품으로 권장했다. 산후식ㆍ노인식ㆍ병후 회복식의 식재료에 고기를 포함한 것은 그래서다. 생선 등 수생 동물의 고기는 음기(陰氣)를 보충한다고 본다.


  ‘채식은 선, 육식은 악’이란 흑백논리는 잘못이다. 식물성과 동물성 식품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먹는 것이 최선의 웰빙 식사법이다. 육식을 외면하면 칼슘을 충분히 섭취할 수 없다. 최고의 칼슘 공급 식품은 우유ㆍ요구르트ㆍ치즈 등 유제품이다. 시금치ㆍ브로콜리ㆍ켈프 등 녹색 채소, 콩ㆍ두유ㆍ된장ㆍ청국장 등에도 들어 있지만, 칼슘의 체내 흡수율이 우유 등 동물성 식품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칼슘 섭취가 부족하면 성장 지연ㆍ뼈와 치아의 이상 등이 유발될 수 있다.


 숭의여대 식품영양과 이애랑 교수는 “철분과 아연도 채식만으로는 충분히 섭취하기 힘든 미네랄”이며 “철분은 시금치ㆍ브로콜리ㆍ콩ㆍ마른 과일 등 일부 식물성 식품에도 들어 있지만, 체내 흡수율이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부 식물에 함유된 피트산ㆍ옥살산 등은 철분의 흡수를 방해한다. 철분이 부족하면 철 결핍성 빈혈에 걸리기 쉽다. 아연은 면역력을 강화하고 성장을 돕는다.


 꼭 육식해야만 얻을 수 있는 영양소가 둘 있다. 콜레스테롤과 비타민 B12이다. 콜레스테롤은 문제가 안 된다. 식품으로 섭취하지 않아도 몸에서 콜레스테롤이 자체 생산되기 때문이다. 비타민 B12는 엽산과 함께 헤모글로빈 합성을 도와 정상적인 적혈구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비타민이다. 결핍되면 악성 빈혈에 걸리기 쉽다. 임산부나 모유를 먹이는 산모는 반드시 비타민 B12를 챙겨 챙겨야 한다. 섭취를 소홀히 하면 아기의 신경 발달이 지연되거나 정신 기능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을 위해선 육식과 채식, 즉 식물성 식품과 동물성 식품을 적정 비율로 섭취하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다. 우리 국민의 고기(육식) 섭취량은 서구인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적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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