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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내성 문제가 제2의 코로나 사태 되나?
항생제 내성 문제가 제2의 코로나 사태 되나?
  • 박태균
  • 승인 2021.07.26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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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항생제 내성국가
 - 항생제 내성은 사람ㆍ동물ㆍ환경 모두에서 촉발
 - 2050년엔 연간 약 1,000만 명이 항생제 내성으로 숨질 것으로 추정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미국에서만 사망자가 30만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당시 이 경고에 귀를 기울인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20만명이 넘어섰고 앞으로 얼마나 희생자가 추가될지 알 수 없다. 항생제의 등장으로 감염병의 시대는 종식됐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사스ㆍ신종 플루ㆍ메르스 등 각종 감염병이 잇따라 전 세계를 억누르고 있다.


 코로나19 다음의 새로운 재앙은 현시점에서 떠올리기도 싫은 일이지만 눈을 감는다고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20’은 감염병 시대를 마감한 것으로 통하는 항생제에 대한 내성균이 될 수 있다.


 영국 경제학자 짐 오닐은 ‘항생제 내성 연구 보고서’(2017년)에서, 전 세계에서 항생제 내성균 감염으로 숨지는 사람이 이미 연간 70만 명에 이르고, 이 문제를 방치하면 2050년엔 연간 약 1,000만 명이 항생제 내성으로 생명을 잃을 수 있다고 예언했다.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 비용이 100조달러(약 11경원)에 근접할 것으로 세계은행(World Bank)은 예상한다.


 항생제 내성률을 낮추기 위한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항생제 사용 총량을 줄이는 것이다. 항생제는 병원에서만 사용하는 약이 아니다. 가축ㆍ반려동물ㆍ야생동물과 양식장의 수산물에도 투여된다. 항생제 내성은 사람ㆍ동물ㆍ환경에서 촉발될 수 있다. 셋을 모두 관리해야 항생제 내성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원 헬스’(One Health)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항생제 내성국이다. 과거엔 사람 의료에서도 항생제 오남용과 내성이 심했다. 20년 전 의료계 반발 등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면서 의약분업을 도입한 것도 항생제 내성 때문이었다. 이후 인체용 항생제는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게 됐다. 가벼운 감기 치료에도 항생제를 처방하는 등 인체용 항생제의 사용이 여전히 국내에서 과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의사의 노력만으로 항생제 사용 총량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항생제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은 병원이 아니라 축산 농장이기 때문이다. 2014년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2012년 미국 내 동물용 항생제 판매량이 1만4,600톤으로, 인간용 항생제 판매량인 3,290만톤(2011년)보다 4배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일본은 동물용 대 인체용 항생제 판매 비율이 2 대 1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두 배 이상이고, 축산업 규모도 훨씬 크지만 2013∼2016년 동물용 항생제 판매량(축산동물ㆍ수산 동물ㆍ반려동물용 합계)은 749.5∼832.6톤으로, 한국의 927톤(2019년 기준)보다 적었다.


 국내에서 인체용 항생제 내성 관리는 질병관리청(보건복지부 포함), 동물용 항생제와 축산 유래 항생제 내성 관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농림축산식품부 포함)가 분담하고 있다.


 우리나라엔 동물용과 인체용 항생제 사용량을 비교할 수 있는 통계도 없다. 인체용보다 동물용 항생제 사용량이 훨씬 많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동물용 항생제 사용 관리에 실패하면 항생제 내성이 쑥쑥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축산 농가나 수의사가 동물용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한 축산 유래 항생제 내성균의 출현과 확산을 피할 수 없다. 축산 분야에서 유래한 항생제 내성균이 사람에게 살모넬라ㆍ캄필로박터 등 식중독을 일으키는 암울한 감염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축산 유래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검역본부 등 정부의 역할도 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일을 수행하기엔 현재의 인력ㆍ예산ㆍ조직 등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검역본부의 동물 항생제 내성 관련 인원이 현재 두 명에 불과하다는 것이 현실이다.


 동물 항생제 내성 문제는 이제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축산물의 무역ㆍ소비 등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유럽연합(EU)은 동물용 항생제 오남용 국가 축산물의 수입 규제를 예고하고 있다. 항생제가 잔류한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도 계속 커질 것이다. 정부와 축산업계가 더 철저한 동물용 항생제 관리를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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