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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이 추천한 산림욕, ‘숲 속의 무료 종합병원’
장윤정이 추천한 산림욕, ‘숲 속의 무료 종합병원’
  • 박태균
  • 승인 2021.08.06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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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림욕의 효과가 극대화되는 곳은 침엽수가 많은 숲
 - 호흡은 입으로 내쉬고 코로 최대한 깊이 들이마시는 것이 최선

 

 

 
 3일 방영된 JTBC 예능 ‘해방타운’에서 가수 장윤정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남산 비개방 지역을 찾아 산림욕 프로그램을 즐겼다.


 이날 장윤정은 산 속 낮잠 시간을 즐긴 뒤 “정말 좋았다. 왜 산림욕을 하는지 알겠더라”면서 “눕는 순간 잘못하면 코까지 골 뻔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산림욕은 흔히 ‘숲속의 무료 종합병원’으로 통한다.


독일의 사상가 칸트는 새벽이면 어김없이 지팡이로 숲속 사색 길을 두드리며 산림욕을 즐겼다. 독일의 악성(樂聖) 베토벤도 비엔나 숲을 서성이며 산림욕에 깊이 빠져 들었다.


유럽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산림욕은 효과 만점의 건강 유지법으로 통했다. 지금도 유럽인들은 산림욕을 일상으로 여긴다. 독일엔 산림욕 장소(Wald)가 수백 곳이나 있다. 특히 남부 바이에른 지방과 북부 산림지대는 유명하다. 일본인들은 산림욕을 온천욕과 더불어 건강에 이로운 생활습관으로 친다. 일본인 10명중 7명이 산림욕을 최고의 건강법 중 하나로 여긴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에선 지난 1989년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에 산림욕장이 처음 등장했다.


산림은 온통 녹색이다. 산림욕을 하면 정서적 안정을 얻는다. 평면적인 녹지율과는 다른 녹시율(綠視率)이란 용어가 있다. 한 지점에 선 사람의 시선 안에 녹색 식물의 잎이 점하는 비율을 가리킨다. 수술 받은 환자가 숲을 바라보면 늘 벽면을 보는 환자보다 빨리 낫고 항생제 부작용이 적으며 병원에 대한 불만이 적었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나무가 많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정서적으로 더 안정되고 학업 성적이 높으며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녹시율이 낮으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녹색을 찾는다. 같은 아파트라도 산이 보이는 쪽의 가격이 비싼 것이 ‘그린 프리미엄’이다.


 산림욕의 효과를 최대로 얻으려면 몽땅 벗는 것이 좋다. 사람 피부의 땀구멍ㆍ털구멍을 통해 산림이 주는 3대 선물인 산소ㆍ피톤치드ㆍ음이온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산림에서 피부를 노출시키면 피부를 통해 몸에 쌓인 노폐물이 빠져 나가며 피부 자극으로 인해 혈액순환도 좋아진다.


 산림은 도심에선 절대 살 수 없는 맑고 깨끗한 산소를 제공한다. 소나무 숲 1㏊(약 3000평)에선 44명이 1년간 마실 수 있는 산소가 나온다. 산림의 산소는 혈액을 통해 사람들 몸 구석구석으로 퍼진다. 산소를 덜 마시면 피로유발 물질이 체내에 다량 쌓이고 숙면을 취하기 힘들어진다. 미국 맨체스터 대학병원에서 만성 피로를 호소한 13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산소를 충분히 마시면 피로를 덜 느끼게 되고 운동능력이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말에 산림욕을 즐긴 사람들은 대부분 몸이 가뿐해지고 잠을 잘 오는 것을 경험한다.


산소는 숲에서 누워있는 사람보다 걷는 사람에게 더 많이 공급된다. 산림에서 가만히 있으면 산소를 분당 300㎖ 쯤 마시지만 걸으면 그 두 배 이상(700∼800㎖) 흡입할 수 있다. 나무에서 나오는 산소는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심신을 안정시킨다.


 산림욕을 즐기면 숲의 정기인 피톤치드를 마실 수 있다. 피톤치드는 원래 각종 식물이 자기 방어를 위해 만들어낸 살균(殺菌)물질이다. 옛 소련 학자가 아카시아꽃ㆍ떡갈나무 잎을 폐결핵 균과 함께 두고 잠시 뚜껑을 닿아놓았다. 폐결핵 균이 사멸됐다. 두 식물에서 나온 피톤치드가 병원균을 죽인 것이다. 그렇다고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모기향이 모기만 죽이고 사람에게 별 영향을 미치지 않듯이 피톤치드는 인체에 해가 없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등 건강에 이롭다. 피톤치드의 스트레스 치유 효과는 임업연구원과 충북대 수의대 연구팀이 동물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실험쥐들에게 전기 자극이란 스트레스를 가한 뒤 피톤치드를 제공했더니 스트레스 호르몬의 일종인 코티솔의 혈중(血中) 농도가 25∼70%(피톤치드를 공급하지 않은 쥐 대비)나 낮아졌다. 피톤치드는 또 흥분과 긴장을 덜어주며 혈압을 낮춰준다. 심장ㆍ폐를 튼튼히 해 심장병ㆍ기관지 천식ㆍ폐결핵 치료도 돕는다. 숲 속 깊숙한 곳에 폐결핵 환자를 위한 요양시설을 세우는 것은 그래서다. 심신을 맑게 하고 기분을 업(up)시키며 피로를 푸는 데도 피톤치드가 유용하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산에서 먹는 밥이 꿀맛인 것도 이 때문이다.


 숲의 폭포ㆍ냇물ㆍ계곡물 등 물이 흐르고 물방울이 튀는 곳, 식물의 광합성이 활발한 곳에선 음(陰)이온이 많이 생성된다. 음이온은 몸에 축적된 양이온을 상쇄시켜 자율신경을 진정시키고 혈액 순환을 돕는다. 우리 몸은 긴장ㆍ피로ㆍ스트레스가 심할 때 양이온을 대량 방출한다. 특히 공기가 탁하거나 환기가 안 되는 곳에서 많이 생긴다. 과도한 양이온을 적절히 배출하지 않으면 신경장애ㆍ신경통ㆍ경련 등이 올 수 있다.


 산림욕의 효과가 극대화되는 곳은 소나무ㆍ전나무ㆍ잣나무 등 침엽수가 많은 숲이다. 같은 면적(1㏊)이라도 침엽수림(4㎏)에선 피톤치드가 활엽수림(2㎏)보다 두 배가량 더 나온다. 음이온도 침엽수림에서 더 많이 생긴다. 계절적으론 봄ㆍ여름, 시간적으론 오전 11시께가 피톤치드 생성의 피크 시간대다. 산림에서 최대한 오래 머무는 것이 좋지만 오전 11시를 중심으로 4시간(오전 9시∼오후 1시) 정도 산림욕을 즐기는 것도 괜찮다. 산꼭대기ㆍ산 밑보다는 산 중턱, 잔잔한 날보다는 바람이 부는 날의 산림욕 효과가 높다. 옷은 면ㆍ마 등 자연 소재로 만든 얇고 헐렁한 러닝과 반바지가 적당하다. 맨발로 숲을 걷다보면 울퉁불퉁한 돌이 발을 자극해 덤으로 지압(指壓)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신발을 신을 경우 발가락 끝이 여유가 있는 운동화가 권장된다.


건강을 위한다면 숲에서 앉아있기 보다는 걷거나 가벼운 운동을 하거나 등에 땀이 밸 정도로 뛰는 것이 효과적이다. 약간 피로감을 느낄 때까지 걷는 것도 괜찮다. 숲에서의 보행 속도는 2㎞를 20분에 걷는 정도가 적당하다. 이동 거리는 2㎞부터 시작해 5㎞ㆍ10㎞로 늘려 간다. 노인과 어린이는 4㎞면 충분하다. 걷다가 피로가 느껴지면 멈춰 서서 큰 나무를 향해 심호흡을 해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다.


 산림에서의 호흡은 입으로 내쉬고 코로 최대한 깊이 들이마시는 것이 기본이다. 산림욕을 할 때 부드러운 흙길이 나타나면 양말을 벗고 맨발로 걸어본다. 발을 통해 오감이 자극된다. 감각기관이 빠르게 열려 피톤치드 등 숲이 주는 기운을 더 많이 빨아들일 수 있다. 휴식할 때는 차가운 바위에 앉지 말고 맨땅이나 나뭇등걸에 앉아 척추에 무리가 덜 가도록 해야 한다. 숲에서 가족에게 편지를 써 보는 것도 권할 만하다. 새소리ㆍ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면 감성이 풍부해져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진심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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