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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쫄깃한 식감 덕분에 미식가의 사랑을 듬뿍 받는 가리비
쫄깃쫄깃한 식감 덕분에 미식가의 사랑을 듬뿍 받는 가리비
  • 박태균
  • 승인 2021.08.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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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자는 가리비에서 맛이 가장 뛰어난 부위
 - 영양적으론 저열량ㆍ고단백ㆍ저지방의 다이어트 식품  

 

 

 

 남해안에서 품종 교대로 1년 내내 가리비 양식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남해안에서 해만가리비의 양식이 끝나는 11월부터 다음해 6월까지 동해의 참가리비 치패(새끼 조개)를 이식해 상품성 있는 크기로 양식하는데 성공했다고 최근 밝혔다.


 그동안 남해안에서는 해만가리비 치패를 5월에 입식해 같은해 10~11월 키워 생산하면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가리비양식어장을 놀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국내 가리비류 생산량은 지난해 5591t(약 245억원)으로, 2010년 253t(약 18억원)보다 약 22배 증가했다.


 경남은 우리나라 가리비류 전체 생산량의 95%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지역이다.


 가리비는 상징으로 사용되거나 미술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조개다.


 스페인 북서쪽에 위치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la)로 향하는 산티아고 길에서 순례자의 표식은 가리비 껍데기다. 순례자는 가리비를 허리춤에 착용하고, 길 도중엔 가리비 표식이 세워져 있다. 산티아고는 예수의 제자 성(聖) 야고보의 유해가 발견됐다는 곳이다. 야고보는 예수 사후 기독교 전파를 위해 이베리아(스페인 북부 갈리시아)를 여행한다. 44년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뒤 순교하는데 그의 유해는 배에 실려 갈리시아로 옮겨진다. 폭풍으로 인해 유해가 심하게 훼손됐지만 해안에 도달한 뒤 보니 가리비에 덮여 온전한 상태였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요즘도 순례자 중 일부는 산티아고 도착 후 해안 쪽으로 70㎞를 더 가야 도달하는 피니스테레(Finisterre) 곶까지 여행을 계속한다. 지구의 끝(‘Finis’ 끝, ‘Terre’ 지구)이라고 믿어서다. 대개 여기서 가리비 껍데기를 줍는 것으로 순례를 마친다.


 서양인은 가리비라고 하면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비너스)가 태어난 조개를 떠올린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에 가리비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신화엔 미와 사랑의 여신 비너스가 자기보다 더 예쁜 가리비의 자태에 질투심을 느껴 가리비 위에 홀로 올라 탄생했다고 쓰여 있다.  


 중국인은 가리비를 ‘서시의 혀’(西施舌)로 비유한다. 아름답고 맛이 기막히다고 봐서다. 중국 4대 미인 중 한 명인 월나라의 서시는 바다에 빠져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날 해변에서 사람의 혀 모양을 닮은 조개가 잡혔다. 중국 요리 중엔 가리비를 볶은 음식이 있다. ‘서시 혓바닥 볶음’(炒西施舌)이란 푸젠(福建)성의 유명 음식이다.


 유럽인에게 가리비는 ‘풍요와 미’의 상징이었지만 최근엔 분쟁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영국ㆍ프랑스를 잇는 영국해협에서 양국 어선이 ‘가리비 어업권’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양국 어선이 지난 8월 말 공해 상에서 격돌하자 영국 언론은 ‘가리비 전쟁’(scallop war)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가리비의 제철은 겨울에서 이듬해 봄(11∼4월)까지다.


 해만가리비는 북아메리카 대서양이 원산지로, 1996년부터 국내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성장이 빨라 6~7월에 어린 조개를 바다에 입식하면 그해 10월 말엔 출하가 가능하다. 남해안 바다에 잘 적응한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크기는 7~9㎝다. 해만가리비와 함께 남해안의 ‘터줏대감’인 홍가리비는 6㎝ 이상 크지 않는다.


 가리비 중 국내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동해안의 찬 바다에 사는 참가리비다. 조가비가 원형에 가까운 부채 모양인 참가리비는 껍데기의 길이가 20㎝에 달하는 대형 조개다. 대부분 성인 손바닥을 거의 덮을 정도의 크기다. 무게가 1㎏에 이르기도 한다. 참가리비를 큰 가리비라고 부르는 것은 그래서다.


 서해안엔 고유종인 비단가리비(Korean scallop)가 산다. 분홍빛ㆍ갈색이 껍데기는 물론 껍데기 안까지 물들여진 모습이 마치 비단으로 수를 놓은 듯하다. 과거엔 흔했지만 요즘은 깊고 깨끗한 바다가 아니면 구경할 수 없을 만큼 귀한 존재가 됐다. 평생 자기가 태어난 곳 주변에 머물러 산다. 수온이 18∼20도인 바다에서 잘 자라는 온대성 조개다. 산란기는 6월 중순부터 7월 하순이다.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자라므로 양식해도 사료 값이 전혀 들지 않는다. 2년6개월 정도 키우면 상품으로 출하 가능한 크기(8∼10㎝)로 성장한다.


 가리비는 ‘헤엄치는 조개’로 알려져 있다. 위협을 받으면 두 개의 껍데기를 힘차게 닫으면서 수중으로 몸을 띄워 움직이기 때문이다. 껍데기를 강하게 닫을 때 분출되는 힘으로 점프를 한다. 1회 점프의 이동 거리가 1∼2m에 달한다. 이런 능력을 보고 과거엔 가리비가 정력 증강에도 이로울 것으로 여겼다. 가리비는 껍데기를 여닫는 부위인 관자(패주)가 유난히 크다. 관자는 가리비에서 맛이 가장 뛰어난 부위다. 관자는 버터구이ㆍ수프 등 다양한 요리에 이용된다. 쫄깃쫄깃한 식감 덕분에 미식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영양적으론 저열량ㆍ고단백ㆍ저지방의 다이어트 식품이다. 생것 100g당 열량은 80㎉, 단백질은 13g이다. 지방은 1g에 불과하다. 피로회복과 간 건강에 유익한 아미노산인 타우린이 풍부한 것도 돋보인다. 가리비 특유의 감미는 글리코겐의 맛이다. 가리비엔 남성의 정자를 만드는 미네랄인 아연도 100g당 2.5㎎이나 들어 있다. 과거 민간에선 손톱에 흰 반점이 생기면 가리비나 바지락 국을 먹였다. 손톱에 생긴 흰 반점은 아연 결핍이 원인이기 쉽다.


 가리비 살 옆에 있는 녹색 부위는 가급적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패독ㆍ중금속(주로 카드뮴)이 집중되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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