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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도 좋고 건강에 유익한 복숭아,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에겐 권하지 않는 이유
맛도 좋고 건강에 유익한 복숭아,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에겐 권하지 않는 이유
  • 박태균
  • 승인 2021.08.18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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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탕 대신 먹는 감미료 중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올리고당도 포드맵
  - 우리 국민에게 저 포드맵 다이어트는 쉽지 않은 일

 

 


 
  맛도 좋고 건강에도 유익한 복숭아지만 다른 과일보다 과당 함량이 높아 포드맵(FODMAP) 식품으로 구분된다. 포드맵 식품은 장 흡수가 잘 되지 않는다. 따라서 복숭아는 건강한 사람에겐 이로운 식품이지만 과민성 장(腸)증후군 환자에겐 해로울 수 있다.


 건강을 위해 일부러 설탕 대신 먹는 감미료 중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올리고당도 포드맵 식품이다. 올리고당은 칼로리가 설탕의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고, 체내에서 소화ㆍ흡수가 잘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비만ㆍ변비 환자에게 인기가 높다. 그러나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에겐 증상을 악화시키는 식품이 될 수 있다.  


 마늘ㆍ양파ㆍ양배추 등에 다량 함유돼 ‘몸에 좋은 이눌린’으로 통하는 프룩탄, 콩류에 풍부한 갈락탄도 일반인에겐 ‘좋은’ 성분,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에겐 ‘나쁜’ 성분이다. 자일리톨은 치아 건강을 돕지만 역시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에겐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사과ㆍ배ㆍ수박도 일반인에겐 권장 식품,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에겐 요주의 식품이다.


 우리가 흔히 웰빙 식품으로 인식하는 올리고당ㆍ자일리톨ㆍ사과ㆍ배 등의 섭취를 줄이면 과민성 장증후군의 여러 증상이 개선될 수 있다.


 이 처럼 일반인에겐 유익하거나 별 해가 없지만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에겐 분명히 부담을 주는 식품을 포드맵(FODMAP) 식품이라 한다. 포드맵은 Fermentable, Oligo-, Di-, Mono-saccharides and Polyols 첫 글자의 약자다. 장(腸)에서 잘 흡수되지 않고 남아 발효되는 여러 당(糖)(갈락탄ㆍ프룩탄, 젖당ㆍ과당ㆍ폴리올 등)을 통합해 일컫는 용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발효가 가능한 올리고당ㆍ이당류ㆍ단당류ㆍ폴리올을 가리킨다. 여기서 갈락탄ㆍ프룩탄은 올리고당,  유당은 이당류, 과당(果糖)은 단당류, 소르비톨ㆍ자일리톨 등은 폴리올에 속한다.  


 이들은 소화 효소에 의해 잘 분해되지 않는 것이 공통점이다. 대부분 소장에 그대로 남으며, 장내 세균에 의해 발효된다. 장에 머문 포드맵 식품은 수분을 머금어 설사를 유발하기도 한다.


 포드맵 식품은 대장에서 서식하는 장내세균에겐 좋은 먹이가 된다. 포드맵 식품의 섭취가 늘어날수록 이를 이용하는 장내 세균의 발효작용이 증가해 결과적으로 가스(수소ㆍ메탄ㆍ이산화탄소)가 다량 발생한다. 이렇게 늘어난 가스는 복통ㆍ복부 팽만감ㆍ더부룩증을 유발한다. 과민성 장증후군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이다.  


 포드맵 식품을 최대한 배제한 식단, 즉 ‘저(低) 포드맵(FODMAP) 다이어트’란 식이요법을 실천하면 과민성 장증후군의 증상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 미국소화기내과학회지인 ‘위장병학’(Gastroenterology)에 2014년 1월(146권)에 실린 호주 연구팀의 연구 논문에 따르면 포드맵이 적게 든 식품을 3주간 섭취한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는 저 포드맵 다이어트를 실천하지 않은 환자에 비해 통증을 느끼는 정도가 절반에 그쳤다. 포드맵 식품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일반인에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 트러블이 없는 건강한 일반인은 올리고당ㆍ자일리톨ㆍ사과ㆍ배 등을 즐겨 먹는 것이 건강에 더 이롭다.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라면 증상 호전을 위해 저(低) 포드맵 다이어트를 시도해볼 만하다. 저(低) 포드맵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과일은 바나나ㆍ블루베리ㆍ레몬ㆍ자몽ㆍ산딸기, 채소는 당근ㆍ셀러리ㆍ감자ㆍ호박, 곡류는 쌀ㆍ귀리ㆍ타피오카, 유제품은 락토스(유당분해효소)가 들어 있지 않은 우유와 요구르트ㆍ경성 치즈 등이다. 두부ㆍ설탕ㆍ당밀ㆍ메이플시럽 등도 저(低) 포드맵 다이어트에 유용하다.


 대표적인 포드맵 식품은 콩류와 유제품이다.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에게 콩이 든 잡곡밥 대신 백미밥을 권장하는 것은 그래서다. 사과ㆍ배ㆍ체리ㆍ수박 등 고(高) 포드맵 과일의 섭취를 피하고, 마늘ㆍ양파ㆍ꿀의 섭취도 줄여야 한다.


 우리 국민에게 저 포드맵 다이어트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인이 흔히 즐겨 먹는 음식 다수가 고 포드맵 식품이기 때문이다. 김치만 해도 주재료인 배추 외에 부재료인 마늘ㆍ무ㆍ파ㆍ고추 등이 모두 포드맵 함량이 높은 식품이다. 된장ㆍ고추장ㆍ쌈장 등도 콩의 함량이 높아 모두 고 포드맵 식품으로 분류된다. 만두소에 함유된 양파ㆍ파ㆍ양배추ㆍ마늘 등도 고 포드맵 식품이다. 중국 음식에서 많이 사용하는 버섯ㆍ양배추ㆍ마늘ㆍ춘장ㆍ꿀ㆍ각종 소스 등도 포드맵 함량이 높다. 쌀국수ㆍ면요리ㆍ중국빵 등은 저 포드맵 식품에 속한다.  


 고 포드맵 식품을 적어도 한 달 이상 피하거나 대폭 줄여야 과민성 장증후군 완화 효과를 볼 수 있다. 미국소화기협회 저널에 소개된 연구 사례 역시 3주에 걸친 식단 조절 끝에 효과가 나타났다. 일상에선 포드맵 식품을 완전하게 차단시킨 식단을 구성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더 오랜 기간 저 포드맵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장기간 저 포드맵 다이어트를 하려면 식사를 통해 충분한 칼로리가 제공돼야 하고 균형 잡힌 식단이 필요하다.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의 식단엔 다섯 가지 식품군(유제품ㆍ육류와 육가공품ㆍ과일ㆍ채소ㆍ곡물)이 모두 충분히 포함돼야 한다. 기본적인 식사량과 열량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포드맵이 많이 포함된 식재료를 포드맵이 적게 든 식재료로 대체하는 것이 저 포드맵 다이어트의 핵심이다.


 지금까지 저 포드맵 다이어트를 실천하도록 한 대부분의 연구에서 70% 이상의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가 증상 호전을 경험했다. 증상이 완화되기 시작한 것은 저 포드맵 다이어트 실행 7일 이내였다. 과민성 장증후군 증상 경감은 저 포드맵 다이어트를 하는 동안 잘 유지됐고 일부에선 저 포드맵 다이어트 중단 후에도 상당 기간 증상 완화 효과가 지속됐다.


 저 포드맵 다이어트를 한다고 해서 모두에게 과민성 장증후군 증상 완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저 포드맵 다이어트의 효과가 없거나 제한적이라면 항경련제ㆍ지사제 같은 증상 치료약의 복용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선 포드맵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아직 부족하다. 식품ㆍ식재료에 포함된 포드맵 성분과 함량 표시가 의무화되지 않아 고 포드맵 식품의 포함 여부를 소비자가 확인하기 어렵다. 그동안 과민성 장증후군의 치료가 주로 약에 의존해 왔다는 것도 국내에서 포드맵 다이어트의 활용이 적은 이유다.


 한편  과민성 장증후군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할 때, 혹은 식사 후에 아무런 이유 없이 복통ㆍ복부 팽만감ㆍ설사ㆍ변비 등이 나타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질병이다. 국내 전체 인구의 7~10%가 앓고 있다. 남성보다 여성, 나이 든 환자보다 젊은 환자가 더 많은 것이 특징이다. 환자의 2/3는 병원 방문 등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은 원인도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장관 운동의 변화, 유전적 요인, 내장의 과민성, 장내 세균의 변화, 뇌와 장관의 상호 연관성,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뚜렷한 치료법도 없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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