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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음식, 시장 규모 급증했지만 영양ㆍ위생은?
배달 음식, 시장 규모 급증했지만 영양ㆍ위생은?
  • 박태균
  • 승인 2021.09.10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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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는 배달 음식에 관한 구체적 정보 없이 ‘깜깜이’ 주문 중
- 배달 음식 주문 빈도의 증가가 ‘확찐자’를 양산했을 가능성
- 배달 음식엔 유통기한 등 미표시

 

 

 

 

 코로나19의 장기화와 1인 가구의 급증에 따른 대표적인 수혜 업종 중 하나가 배달 음식이다. 지난해 치킨ㆍ피자 등 배달 음식 시장 규모는 17조3,800여억원으로 추산됐다. 전년(9조7,300여억원)의 거의 두 배고, 2018년(5조2,600여억원)에 비하면 5.4배 증가했다(2020년 통계청).


 배달 음식 시장 규모가 최근 들어 빠르게 확대된 것은 코로나19로 바깥출입을 꺼리는 ‘집콕족’이 늘어나면서 방문 외식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택근무ㆍ원격수업 등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비대면 외식 수요도 늘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해 8월 성인 남녀 1,031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이후 생활 변화’를 물었다. 22.0%가 배달 음식 주문 빈도 증가라고 응답했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내용은 코로나19 이후의 변화로 체중 증가와 운동량 감소를 꼽은 사람의 비율이 각각 12.5%ㆍ11.4%에 달했다는 사실이다. 배달 음식 주문 빈도의 증가와 운동량 감소가 ‘확찐자’를 양산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배달 음식이 국민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소비자는 배달 음식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 없이 ‘깜깜이’ 주문을 하고 있다. 소비자가 자신이 주문한 음식이 안전하고 영양상으로 균형 있는 음식인지 살필 수 있는 표시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배달 음식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표시 정보는 지난해 7월부터 의무화된 소고기ㆍ배추김치 등 식재료 24가지에 대한 원산지 정보 정도다. 그나마 원산지 표시 글자가 너무 작거나 배달앱 화면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전화로 주문했을 때는 원산지에 관한 정보를 음성으로 두 번 들려주게 돼 있으나 이를 지키는 업소도 드물다. 배달 음식 업체가 영수증ㆍ음식 포장재에 원산지를 표시하고 있지만, 소비자로선 음식을 받은 뒤에 알게 되는 정보이므로 ‘사후 약방문’에 불과하다. 소비자가 배달 음식의 원산지를 사전에 파악한 뒤 주문할 수 있도록 규정 위반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배달앱 업체가 원산지 표시 위반 책임을 개별 음식점에 넘기지 않고 함께 책임을 지도록 새로 규율하는 것도 방법이다.


 배달 음식은 영양과 위생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 업소는 자율적으로 열량ㆍ나트륨 함량 등 영양 정보를 표시하고 있다. 문제는 영양 정보 표시의 강제성이 없어 업체의 선의나 마케팅 전략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음식의 종류가 많고 영세 업소 참여 비율이 높은 배달 음식의 특성상 일반 가공식품ㆍ가정 간편식(HMR)처럼 9가지 주요 영양소 함량을 모두 표시하도록 하기 힘들다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민 건강을 위해 적게 먹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나트륨ㆍ당류 함량만이라도 표시를 의무화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안전ㆍ위생 정보도 배달 음식을 주문한 소비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정보다. 배달 음식엔 소비자가 주로 살피는 안전ㆍ위생 정보가 없다. 유통기한ㆍ소비기한이 표시되지 않는다. 원산지 표시를 식품의 위생ㆍ안전 표시로 오인하는 사람이 많지만, 엄밀히 말하면 원산지와 안전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 원산지 표시제는 업체가 원산지를 속여 가격을 올려 받는 것을 막는다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일단은 알레르기 표시라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식품 알레르기는 해당 음식을 섭취한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어서다.


 소비자가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 배달앱이나 전화 통화다. 대구대 식품영양학과 배현주 교수팀이 지난해 6월 성인 남녀 63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의 배달 음식 주문 방법은 배달앱 사용이 72.4%에 달했다. 전화 주문(27.0%)의 거의 세 배였다(Journal of Nutrition and Health, 2020년). 앞으로 배달앱으로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의 관리도 배달앱 업체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다.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소비자가 흔히 참고하는 후기 평점의 진위를 정부가 주기적으로 관찰해 결과를 발표하면 건전한 상거래를 돕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최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배달 음식을 주문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선 음식을 주문할 때 영양ㆍ위생보다 편리성ㆍ맛ㆍ신속성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더 많았다. 배달 음식 등 먹거리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업체 자율에 맡기기보다는 표시 의무화로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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