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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안전사고에 대한 대중과 미디어의 벌칙 ‘엿장수 맘대로’
식품 안전사고에 대한 대중과 미디어의 벌칙 ‘엿장수 맘대로’
  • 박태균
  • 승인 2021.09.27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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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의 유해성ㆍ위험성 보다는 ‘운수 소관’
- 식품유해물질에 관한한 전문가는 ‘금성인’, 일반인은 ‘화성인’ 

 

 


 
 고려ㆍ조선시대의 형벌은 태형ㆍ장형ㆍ도형ㆍ유형ㆍ사형 등 5형이 기본이다.  죄의 경중에 따라 가벼우면 태형(苔刑, 10∼50대 부가)이나 장형(杖刑, 60∼100대 부가), 무거우면 요즘의 징역형인 도형(徒刑), 귀양을 보내는 유형(流刑), 극형인 사형(死刑)이 내려졌다.


 우리가 안심하고 식품을 섭취하도록 하는 것이 주목적인 식품위생법에도 징역ㆍ영업정지ㆍ벌금ㆍ과징금 등 다양한 처벌조항이 있다. 잘못한 만큼의 ‘죄값’을 받도록 돼 있는 것이다.


 각종 식품유해물질에 대해 대중과 미디어가 내리는 ‘형량’은 ‘엿장수 맘대로’이다. 극히 위험한 물질이 ‘태형’에 그치는가 하면 유해성이 거의 없는 물질에 중형이 선고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실제의 유해성ㆍ위험성 보다는 운수 소관이다. 


 식품유해물질에 관한한 전문가는 금성인, 일반인은 화성인이다. 일반인은 농약ㆍ식품첨가물ㆍ식중독균 등 병원성 미생물 순서로 두려움을 느낀다. 반면 전문가(미국 FDA 직원)는 병원성 미생물을 식품 위해 요인의 첫번째로 꼽는다. 다음은 비만ㆍ당뇨병 등 영양학적 불균형을 일으키는 식품, 다이옥신ㆍ중금속 등 환경오염물질 순이다. 


 최근엔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병원성 미생물에 대해 적당한 ‘형량’을 정하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미생물 위해도 평가’를 통해서다. 


 과거엔 식중독균 등 병원성 미생물에 대해선 무조건 불검출이 기준이었다. 한마리라도 나오면 식용으로 부적합한 것으로 판정했다. 요즘은 일부 식중독균에 대해선 ‘미생물 위해성 평가’를 거쳐 일정량의 오염을 허용하고 있다. 예로 생식제품 1g당 바실러스 세레우스균(식중독균의 일종)이 1,000마리 미만 존재하면 판매 가능하다.


 수많은 미생물 중에서 전문가와 일반인의 간극이 가장 큰 것은 대장균이다.


 소비자는 대장균이라고 하면 심한 거부감을 보인다. 과거부터 식품의 대표적인 유해 세균으로 인식해와서다. 


 전문가는 대장균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대장균은 이름대로 대장(大腸)에 사는 세균이다. 종류가 20,000가지 이상인데 대부분은 병을 유발하지 않는다. 식품이 아닌 대장에 존재하는 대장균은 건강에 유익한 측면도 있다. 사람에게 필수적인 비타민 K를 생성하거나 다른 (유해)세균이 장에 서식하는 것을 막아준다.


 흔히 혼동해서 사용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대장균과 대장균군은 다르다. 대장균군은 사람ㆍ동물의 대장에 사는 대장균과 그와 비슷한 세균을 통틀어 일컫는 포괄적인 용어이다. 대장균군 역시 식중독 등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식품 오염의 지표로 흔히 쓰인다.


 과거에 현명한 판관이 대장균이나 대장균군 사건을 맡았다면 ‘훈방’이나 기껏해야 ‘태형’ 정도를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대장균 중에서 병을 일으키는 것도 일부 있다. 병원성 대장균이다. 미국ㆍ일본에서 대형 식품사고를 일으킨 O-157균이 병원성 대장균의 대표젹이다. O-157균에 감염되면 혈변ㆍ요독증을 일으키거나 신장이 망가질 수 있다. 위험도를 기준으로 한다면 O-157균의 ‘형량’은 ‘도형’ 이상이다.


 대장균이나 대장균군에 대한 막연한 우려는 과거 우리의 식품 위생상태가 형편없을 때의 소산이다. 지금은 식중독균의 위험도를 면밀하게 계량화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앞으로 식품안전당국이나 기관에서 대장균ㆍ대장균군 검사 결과를 발표할 때는 그것이 병원성인지 아니면 비병원성인지 함께 밝힐 필요가 있다. 만약 비병원성이라면 해당 제품애 대한 수거ㆍ폐기ㆍ행정 처분 만으로 충분해 보인다. 구태여 미디어 등 외부에 알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소비자의 막연한 불안을 덜어주고 기업의 과도한 피해를 줄여주는 배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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