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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먹기의 장점, 이렇게나 많았어?
느리게 먹기의 장점, 이렇게나 많았어?
  • 박태균
  • 승인 2021.10.01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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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이 씹는 식사는 치매 예방 식사 
 -“식탁에선 침묵보다 대화가 ‘금’”

 

 


 
 JTBC ‘아는 형님’에 출연한 배우 이호철은 “어린 시절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돈도 없고 쌀도 없고 해서 남의 집에 가서 얻어먹은 적이 많다. 눈칫밥을 먹다 보니 빨리 먹는게 습관이 됐다. 초등학교 때는 자장면을 5초 만에 먹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검증을 위한 자장면 빨리 먹기 대결에서 그는 자장면 한 그릇을 세 젓가락에 흡입하는 놀라운 속도에도 36초의 기록으로 형님들의 놀림을 받았다. 


 이 씨와는 반대로 슬로 푸드ㆍ슬로 라이프 등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삶에 스스로 저속 기어를 놓는 ‘다운 쉬프트’(down shift)족도 등장했다. 현대의 각박한 삶에서 벗어나 ‘느리게 먹기’와 ‘느리게 살기’를 추구하는 지역공동체(슬로 시티)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빨리빨리’를 일상화하는 것이 수명도 제촉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결과로 풀이된다. 


느린 식사의 건강상 장점은 한둘이 아니다. 다이어트에 유익하다. 식사를 다급히 하면 대뇌의 포만 중추가 포만감을 감지할(10∼20분 소요)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한다. “이제 그만”이란 신호를 뇌가 보낼 때면 이미 과량의 음식이 입안을 통과한 뒤다. 반대로 천천히 식사하면 위(胃)가 반만 채워져도 뇌는 “숟가락을 내려 놓으라”는 명령을 내린다. 느긋한 식사는 당뇨병 예방도 돕는다. 다량의 음식을 게눈 감추듯 먹으면 인슐린 분비 장기인 췌장이 큰 부담을 안게 된다. 


 식사를 느리게 하면 소화도 잘 된다. 음식을 잘게 씹어서 식도로 내려 보내기 때문이다. 또 음식을 오래 씹게 돼 소화효소가 풍부한 침이 음식에 골고루 섞인다. 쌀밥 등 탄수화물 식품을 즐겨 먹는 한국인에게 탄수화물 분해효소(아밀라제)가 든 침은 훌륭한 소화제다. 


 씹는 행위는 뇌의 활동까지 돕는다. 많이 씹는 식사를 치매 예방 식사로 치는 것은 이래서다.    


 느린 식사는 스트레스ㆍ긴장 해소에도 효과적이다. 씹는 행위 자체가 스트레스를 덜어주고 심신을 이완시키기 때문이다. 나홀로 식사를 마친 뒤 다른 사람의 식사가 끝날 때까지 어색하고 민망한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완행 식사’의 혜택이다. 여럿이 식사할 때는 일행중 밥을 가장 느리게 먹는 사람과 속도를 맞추는 것이 현명하다. 식사를 혼자 너무 빨리 마치면 함께 식사한 사람의 마음도 급해지고 불편해진다. 이는 사회생활에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주변에서 ‘식사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지적을 자주 받는다면 의식적으로 조금 더 천천히 먹는 훈련이 필요하다. 입에 음식이 담긴 상태에서 숟가락에 밥을 올려 놓는 것은 곤란하다. 마음 속으로 1∼10을 센 뒤 다시 밥을 뜨는 것이 적당하다. 하루 세끼 식사에 최소한 1시간30분은 할당해야 한다. 초기엔 식사시간을 20분 가량으로 늘리고, 적응되면 조금씩 더 연장시킨다. 


 숭의여대 식품영양과 이애랑 교수는 “숟가락은 내려 놓고 젓가락으로만 밥ㆍ반찬을 집어 먹는 것도 방법”이며 “식탁에선 침묵보다 대화가 ‘금’”이라고 조언했다.


 가벼운 대화를 나누면서 밥을 먹으면 식사시간이 자연스레 길어진다. 그러나 지나친 수다나 논쟁은 금물이다. 식사 중 거친 말 탓에 마음이 상하면 소화 불량ㆍ위식도 역류ㆍ신경성 위염ㆍ위 궤양 등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음식을 입에 가득 넣은 채로 말 하는 것도 피한다. 먹으면서 말을 하면 공기가 입안으로 들어가 트림ㆍ딸국질의 원인이 된다.  


 음식을 꼭꼭 씹어 먹는 것도 느린 식사의 요령이다. 씹는 횟수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나 적어도 한번에 10번은 넘어야 한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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