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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톡] “우리나라 의학이 그래요”
[톡톡톡] “우리나라 의학이 그래요”
  • 푸드앤메드
  • 승인 2017.02.1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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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톡 ④여에스더 가정의학전문의


-그가 '상업성 짙다'는 비난 앞에서도 당당한 이유
-어릴 때부터 '삭신이 쑤신다'는 의미를 직접 체험 

여에스더 가정의학전문의 ⓒ 이문예


포탈에서 ‘여에스더(51)’란 이름을 검색하면 수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그의 입을 빌려 의학 지식을 전달하는 기사뿐만 아니라 그의 작은 말과 행동까지 고스란히 옮긴 가십기사까지 다양하다. 여 박사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얼마나 큰 지 입증한다. 지난해엔 1인 방송 포맷을 도입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 남편 홍혜걸 박사와 출연해 건강 콘텐츠로 인기 연예인을 제치고 수차례 우승을 하기도 했다.

자극적인 언어로 귀를 솔깃하게 하는 ‘쇼닥터’ 사이에서 오히려 ‘공자님 말씀’에 가까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로 인기를 얻고 있는 여에스더. 그는 강의ㆍ방송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병원 의존적인 현대인에게 균형 잡힌 영양 섭취와 생활 습관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여 박사가 던지는 건강 정보는 특별할 것 없지만 그래서 더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푸드앤메드는 1월 23일 서울 도곡동 소재 그의 집에서 가정의학전문의에서 영양전문가로 변신한 여 박사를 만났다.

16년간 독학한 기능의학 바탕으로 영양처방


여에스더는 남이 아닌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의사의 길로 들어섰다. 보통의 의사들이 흔히 말하는 ‘헌신’ㆍ‘봉사’ㆍ‘희생’ 등 고상한 동기(動機)보다 자신의 몸을 살리는 일이 우선이었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던 그는 다섯 살 즈음부터 ‘삭신이 쑤신다’는 말이 무엇인지를 직접 몸으로 깨달았다.

30대 중반에 아이 둘을 출산하고 난 이후엔 안 그래도 약했던 몸이 완전히 망가졌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의사가 있다는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았지만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병원 의사의 판단과 달리 분명 스스로 느끼는 몸의 문제가 있었다.

여 박사의 환자 중엔 이렇게 온갖 검사를 해도 병명이 나오지 않아 고통 받는 사람이 많았다. 이런 사람은 대부분 병원에 가면 ‘정신과에 가보라’는 말을 듣기 일쑤다. 진단을 해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데 자꾸 아프다며 의사를 찾아오니 마음의 병을 의심하는 것이다. 아파 본 경험이 많지 않은 건강한 의사가 이해하기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사람마다 갖고 태어난 몸이 다 달라요. 저 같이 유리 같은 몸을 갖고 태어난 사람은 체액이 한 잔밖에 되지 않아 잉크 한 방울만 떨어뜨려도 전체가 파래지죠. 그러니 물 500㎖만 먹어도 토해요. 저희 남편은 체액이 드럼통이에요. 1ℓ짜리 이온음료를 들이켜도 끄떡없으니까요. 잉크 한 방울론 들어갔는지조차 모를 정도죠.”

여에스더는 타고난 허약체질 때문에 평생을 아픈 몸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환자들의 증상과 고충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 이문예


여 박사는 특별한 질병이나 가시적인 문제가 없어도 몸이 아플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느껴본 사람이었다. 본인이 건강을 회복한 것처럼 환자에게 16년간 독학한 기능의학(영양학적 치료방법으로 최상의 기능 회복을 목표로 하는 의학)을 바탕으로 영양처방을 했다. 실제로 다수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그는 치료가 가능한 병은 극소수이고 나머지 건강상의 문제는 영양ㆍ운동 등으로 조절해야 하는 것이라 믿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의과대학에선 영양에 대한 교육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그는 의학과 영양이 융합을 이루지 못하고 따로 전진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당뇨병에 좋은 음식은 무엇이냐’ 물으면 ‘약을 먹으라’고 답하라 배웠어요. 약 이외에 어떻게 영양 관리를 해야 하는지는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어요. 우리나라 의학이 그래요.”

의사로서 지켜온 양심


지난해 ‘마리텔’에 출연할 당시 여 박사는 3∼4주 내내 주말마다 편의점에서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웠다. 바빠서가 아니라 주시청자 층인 젊은이가 원하는 ‘내 몸에 필요한 알짜 정보’를 제공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여에스더는 직접 몸으로 부딪혀 보는 ‘실행형 의사’다. 대중에게 나서기 전에 직접 먹어보고 써본다. 그는 직접 체험한 것을 철저히 분석하고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 ‘마리텔’을 접수한 비결이라 말한다.

여 박사가 방송활동을 하며 체험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 잘못된 의학상식이 전달되지 않도록 방송이 시작하기 전까지 치열하게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일이다. 논문ㆍ의학 자료를 통해 근거를 확보한 내용만 방송에서 말한다. 간혹 PD나 작가가 자극적인 표현이나 근거가 불충분한 내용을 말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땐 단호하게 거절한다. 그래서 프로그램 중도 하차를 통보 받은 경우도 있다.

그는 지금껏 과장 광고ㆍ쇼닥터 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도 정확한 사실만을 전달하겠다는 의사로서의 기본적 양심을 지키며 살았기 때문이라 주장한다. 물론 의학엔 정답이 없다. 어제 내려진 결론과 오늘 나온 결론이 다를 수 있다. 그는 최대한 정답에 가까운 답을 얻으려 노력한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게 애매모호한 거예요. 의학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애매하게 말해주면 잘 몰라요. 그러니 결론이 없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이 시점에서 가장 최선의 방법을 알려드리려 노력하죠.”

남편 홍혜걸 박사와는 부부로서 천생연분이지만 의학을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다르다. 홍 박사는 큰 방향을 잡아가는 편이고 여 박사는 디테일한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가장 가까운 동료 의사인 남편과의 논쟁은 최선의 결론을 얻는 과정 중 하나다.

“방송을 통한 돈벌이도 가치 있는 일”


몇몇 사람은 병원 운영을 그만 두고 방송ㆍ강의에 치중하는 여에스더를 향해 ‘상업적이다’, ‘의사의 본분을 잊었다’며 비난한다. 균형 잡힌 영양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영양제를 언급하기만 해도 그가 하는 사업과 연결 지어 삐딱하게 본다. 이런 부정적인 시선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물었다.

“방송 활동을 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뭐가 나쁘죠? 그것도 굉장히 중요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더 중요한 것은 번 돈을 잘 쓰는 거고요”

여 박사가 운영하는 영양제 회사는 상담 서비스를 통해 암 환자나 심각한 질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에게는 영양제를 조금 더 싸게 판다. 그는 ‘돈을 잘 쓰기 위해’ 궁리한다고 말한다. 아직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가난해서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는 아이를 상담하고 바른 길로 인도하는 등의 인재양성 활동에도 관심이 많다.

방송은 그에게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아니다. 자신의 철학을 전하는 가장 효율적인 무대이기도 하다. 병원을 운영할 당시 그는 균형 잡힌 영양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병원을 찾은 환자 한 사람 한사람을 붙잡고 이야기를 해야 했다. 그에 비하면 방송은 한 번에 수십 만 명에게 자신의 말을 전달할 수 있는 매력적인 통로다. 여 박사는 이 통로를 통해 영양과 의학이 별개의 것이 아니란 것을 알리고 싶다. 더 나아가 “영양과 의학이 융합 학문으로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국내 의과대학에도 기능의학이 뿌리내리기를 바란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문예, 차지현 기자 moonye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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