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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창/문정훈] 백돈ㆍ삼겹살 전성시대 저무나?
[전문가의 창/문정훈] 백돈ㆍ삼겹살 전성시대 저무나?
  • 푸드앤메드
  • 승인 2017.02.1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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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셔(흑돈)ㆍ이베리코가 국내에서 대박 난 비결?
제주 관광 활성화가 돼지고기 맛 차별화의 계기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문정훈 교수


돼지고기와 관련해 많은 것이 바뀌게 된 계기는 2000년대 중반 이후 활발해진 제주도 관광이다. 제주 흑돈의 맛이 기존 돼지고기 맛과 다르고, 그 맛이 좋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알게 됐다. 삼겹살ㆍ목살을 주로 먹던 한국인에게 새 옵션이 생긴 것이다.

나중에 알려졌지만 제주 흑돈은 과거에 우리나라에 들어 왔던 버크셔 품종이 토착화된 것이다. 여전히 제주 흑돼지는 프리미엄 가격을 받고 있지만, 육지에서도 버크셔를 사육하는 농장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다. 요즘은 어렵지 않게 동네에서 버크셔 전문점을 찾을 수 있다.

버크셔는 양돈 농가가 일반적으로 키우는 삼원 교잡 백돈(요크셔 품종을 중심으로 다른 두 돼지와 교잡해 얻은 품종)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다. 버크셔는 대체로 지방이 두텁고 육향이 강해 호ㆍ불호가 갈린다.

2010년대 중반부터 돈육 시장에 큰 변화가 생긴다. 스페인산(産) 이베리코 돼지고기가 외식 시장에 깊숙이 침투하기 시작했다. 이전의 수입 냉동육은 신선한 냉장육 구이문화가 정착된 국내 육류 소비 행태와는 잘 맞지 않았지만 이베리코는 달랐다.

이베리코 전문점에선 목살ㆍ항정살 권유

이베리코를 처음 접한 소비자는 한번쯤 당황하게 된다. 이베리코 고기 집 주인은 삼겹살 보다 목살ㆍ항정살을 권한다. 손님이 삼겹살을 주문하면 고기가 아닌 기름 덩어리가 나온다. 이는 이베리코 삼겹살의 특성이다. 삼겹살의 지방이 너무 두터워 빨간색 살코기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이는 흑돈 계열 품종이 가진 공통 특성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가 존재한다.

국내에선 돼지를 키워서 도축하는 시점이 돼지 무게가 평균 115㎏에 달했을 때다. 이베리코는 보통 150㎏, 크게는 180㎏까지 키워서 도축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흔한 삼원 교잡 백돈은 빨리 자라지만 이베리코는 천천히 자란다. 삼원 교잡종으로 115㎏까지 기르려면 6개월 정도가 걸린다. 이베리코를 150㎏까지 키우려면 적어도 1년 반 이상은 소요된다. 이베리코는 덩치 자체가 크고, 꽤 성숙한 녀석이라 맛 자체가 다른 것이다.

이베리코 전문점 등에서 삼겹살이 아닌 다른 부위가 팔리면서 돼지고기 부위별 소비자 선호가 다양해졌다. 일부 외식업체는 몇 년 전부터 삼겹살 대신 전지(앞다리살)를 활용하고 있다. 전지를 구우면 삼겹살과 구분하기 힘든 맛이 난다. 가격은 삼겹살 보다 싸고 기름기도 조금 적다.

돼지고기의 안심ㆍ등심은 돈까스용으로 많이 쓰지만 이를 튀기거나, 팬에 기름을 두르고 스테이크 굽듯이 구우면 별미다. 안심을 길게 자른 뒤 밀가루 옷을 입혀 튀긴 음식이 탕수육이다. 등심, 특히 뼈째 붙어 있는 등심은 스테이크로 구우면 맛이 일품이다. 이를 폭찹이라 한다. 유튜브에서 영국의 유명 쉐프 고든 램지의 폭찹 요리 영상을 찾아보라. 맛이 소고기 스테이크 못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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