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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창/김상규] 크리스퍼 가위가 GM(유전자변형) 기술 대체하나?
[전문가의 창/김상규] 크리스퍼 가위가 GM(유전자변형) 기술 대체하나?
  • 푸드앤메드
  • 승인 2017.03.2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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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도 높고 간단하며 비용 저렴하다는 것이 장점
-거대 기업이 독점한 GM 기술의 이익 공유 가능해져



IBS(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 연구단 김상규 식물연구팀장

최근 미국 뉴욕 소재 한 레스토랑에선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교정된 작물을 식재료로 이용한 요리를 선보이는 행사가 열렸다. 요리에 사용된 작물은 크리스퍼 기술을 다루는 연구자의 회사에서 만든 것이다. 곧 우리 식탁 위에도 크리스퍼로 만든 작물이 올라올 것이다.

인터넷에서 ‘크리스퍼’란 단어를 검색하면 이 기술이 가져 올 사회 변화를 예측하는 수많은 글과 기사를 쉽게 볼 수 있다. 이 기술은 식물 육종분야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크리스퍼를 이용하면 외부 유전자의 도입 없이 원하는 형질을 가진 작물ㆍ가축을 만들어서 바로 시장에 내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유전자변형(GM) 기술로 개발된 농ㆍ축산물은 복잡한 안전성 평가를 거쳐야만 상업화가 가능하다. 다국적 거대 기업만 독점했던 GM 기술의 이익을 이젠 약간의 자본력과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도 함께 누릴 수 있게 됐다.


GM 기술과 다른 점은 무엇?


요즘 생명과학계에서 크리스퍼(CRISPR)는 새로운 혁명을 주도하는 기술로 평가된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인간의 유전병을 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다. GM(유전자변형) 기술과는 달리 외부 유전자의 도입 없이도 새로운 작물이나 가축을 만드는 일이 가능해진다. 크리스퍼의 놀라운 잠재력에 주목한 여러 나라와 기업이 이미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도대체 크리스퍼가 무엇이기에 이런 평가를 받는 것일까?

크리스퍼란 미생물 유전자에 있는 특별한 DNA 염기서열 구조를 가리킨다. 이 염기서열의 일부분은 바이러스의 DNA에서 유래한 것이다. 특별한 염기서열을 갖고 있으면 동일한 바이러스의 침입으로부터 미생물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크리스퍼는 유전이 되는 미생물의 후천성 면역 시스템이다.

2012년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논문에 따르면 크리스퍼 염기서열에서 만들어진 짧은 가닥의 RNA와 카스9(Cas9, 단백질 복합체)가 외부에서 침입한 DNA를 잘라서 제거한다. 새로운 형태의 ‘유전자 가위’, 즉 특정 염기서열을 가진 DNA 이중결합구조를 자를 수 있는 분자 가위를 발견한 것이다. 유전자 가위로 세포 안의 DNA를 자르면 그 세포는 손상을 복구하는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연구자는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원하는 변이를 원하는 곳에 도입할 수 있게 된다. 몇 개의 염기를 넣거나 뺄 수 있으며 하나의 염기를 다른 염기로 치환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특정 유전자를 원하는 곳에 넣어 줄 수 있게 됐다.

기존의 유전자 가위와 달리 크리스퍼 가위는 정확도가 높고 간단하며 비용이 저렴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크리스퍼 기술의 개발로 일부 실험실에서만 가능했던 유전자 교정을 이젠 누구나 쉽게 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전자 가위 작물의 개발 과정부터 안정성을 평가해 시판을 허용하기까지 전 과정과 관련된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작업이다. 기존 GM 작물에 대한 규제 방식으로,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만든 작물을 다루기엔 불합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유전자 가위 작물이 기존 GM 작물과 어떻게 다른지 대중에게 이해시키는 일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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