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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푸드 라이터] 덴마크인의 휘게(hygge) 음식 3선
[초보 푸드 라이터] 덴마크인의 휘게(hygge) 음식 3선
  • 푸드앤메드
  • 승인 2017.02.2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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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소파에 누워 좋아하는 일 할 때 느낌
-덴마크인에게 고향의 따뜻함을 안겨주는 음식


최근 북유럽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노르딕 디자인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옥스퍼드 사전은 지난해 말 덴마크어인 휘게(hygge)를 올 한해를 대표하는 단어 후보로 올리기도 했다.

휘게가 뭘까? 난 덴마크에서 1년간 살면서 이 휘게란 단어를 가장 많이 들었다. 다른 나라 말로 정확하게 번역하기 힘든 덴마크의 고유 단어다. 덴마크 사람은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이나 상황에서 휘게란 단어를 주로 사용한다. 내 덴마크 친구는 휘게를 느끼는 순간을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해줬다.

“추운 겨울에 가족과 맛있는 저녁 만찬을 즐기고, 따뜻하고 푹신한 소파에서 후식을 먹으며,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영화를 볼 때. 그런 상황이 휘게지.”

동일한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 정확히 휘게다’라고 정의를 내릴 순 없다. 내겐 뜨끈뜨끈한 전기장판에 드러누워 이불을 덮고 차가운 귤을 까먹으면서 다이어리에 쓸데없는 말들을 적어 내려가는 순간이 휘게다.

우리가 김치찌개ㆍ된장찌개를 통해 고향의 따뜻함을 느끼듯 덴마크 사람에게 휘게를 느끼게 하는 대표 음식이 있다. 가장 덴마크다운 음식, 휘게를 느끼게 하는 음식 세 가지를 소개하면 이렇다.
1. 향긋한 엘더플라워(Elderflower) 생맥주

작은 꽃다발이 연상되는 하얀 꽃 엘더플라워는 유럽대륙이 식량 위기를 맞을 때마다 서민을 먹여 살렸다고 하는 일종의 허브다. 꽃은 과실주로도 즐기고 맥주ㆍ음료수로도 만들어 마신다. 통째로 튀겨내기도 한다. 엘더플라워의 열매를 ‘엘더베리’라고 한다. 엘더베리는 마멀레이드ㆍ과일주스 등으로 다양하게 요리해 먹는다.

덴마크인이 사랑하는 식재료인 엘더플라워가 포함된 음식 중에 내가 가장 ‘덴마크스럽다’고 느꼈던 것은 엘더플라워 생맥주였다. 은은하고 고급스런 허브향이 맥주의 씁쓸한 맛과 훌륭하게 어우러지고 적당히 달달해 정말 좋았다.

이 글을 보고 혹시라도 ‘한국에서 엘더플라워 맥주를 맛볼 수 없을까’ 생각한다면 방법이 있다. 최근 국내에도 덴마크의 엘더플라워 사이다가 수입되기 시작했으니 사서 마셔볼 것을 권한다. 엘더플라워 맥주는 아니지만 엘더플라워 향은 느낄 수 있다. 덴마크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이다 제조업체에서 생산한 제품이니 대중적인 맛도 보장한다.

2. 고무 타이어 맛, 라크리스(Lakrids)

라크리스의 원재료는 한국에서 약초로 쓰이는 감초와 같은 식물이다. 초콜릿ㆍ젤리ㆍ아이스크림ㆍ쿠키에 넣거나 샐러드에 드레싱으로 활용한다. 케이크 위에 장식용으로 쓰거나 시럽으로 만들어 뿌리기도 한다. 덴마크 사람은 온갖 요리에 라크리스를 넣는다.

덴마크인에게 휘게를 느끼게 하는 라크리스는 내겐 불편함을 안겨준 음식이었다. 살면서 먹어본 음식 중에 가장 맛이 없는 음식으로 꼽을 정도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비슷한 맛을 가진 식재료가 없어 예시를 드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라크리스만으로 만든 검정 젤리를 씹으며 ‘고무 타이어 조각을 씹는 맛이 난다’고 여겼으니 참고하시길.

일반적인 입맛을 가진 한국인이라면 덴마크에 입국하면서 라크리스란 단어를 외우기를 권한다. 어떤 식품을 선택하든 성분표시를 확인하고 라크리스가 들어 있다면 다시 제자리에 내려놓는 것이 좋다. 이것이 덴마크에서 굶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이다. 간혹 누군가가 알록달록한 캔디를 건넨다고 아무 생각 없이 입으로 가져갔다간 지난 삶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 감히 ‘지옥의 맛’이라 표현하고 싶다.

3. 크리스마스엔 시나몬(Cinnamon)

커피 덕분에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익숙한 ‘시나몬’은 종종 ‘계피’로 해석되지만 정확히 말하면 계피는 아니다. 시나몬은 계피와 같은 계열의 식물이지만 계피보다는 매운맛과 떫은맛이 연하다.

사실 나는 계피 향을 좋아하지 않았다. 계피 하면 수정과 등이 연상돼 토속적인 향이란 고정관념이 깊게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덴마크 사람도 시나몬 향을 고향의 냄새로 인식하고 있다는 데 놀랐다. 덴마크인에게도 시나몬 향은 고향과 가족을 떠오르게 하는 따뜻한 향이다.

덴마크에선 특히 크리스마스에 시나몬을 이용한 음식을 많이 먹는다. 크리스마스에 따뜻하게 데워 먹는 와인 외에 쿠키와 디저트인 라이스 푸딩에도 시나몬을 넣는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쇼핑몰과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거리 등 코펜하겐의 이곳저곳에서 시나몬 향기가 은은하게 퍼진다. 덴마크인은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시나몬 향을 맡으며 ‘크리스마스 냄새’라고 말하기도 한다. 덴마크에서 단 한 번의 크리스마스를 보냈지만, 지금도 시나몬 향을 맡으면 아름다운 캐럴과 극야(극지방에서 겨울철에 해가 뜨지 않고 밤이 지속되는 기간)를 밝혀주던 꼬마 전구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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