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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톡] “불량식품, 무조건 강하게 단속ㆍ처벌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
[톡톡톡] “불량식품, 무조건 강하게 단속ㆍ처벌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
  • 푸드앤메드
  • 승인 2017.02.2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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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톡 ⑥식품의약품안전처 불량식품근절추진단 손정현 부단장



-불량식품은 2∼3일만 지체해도 증거 인멸 우려
-식품안전 사고 적발의 최일선에 선 40세 여검사


29개 정부기관이 참여하는 범부처 불량식품근절추진단(이하 불근단)은 단장 1명과 부단장 1명, 팀장ㆍ팀원으로 구성된다. 단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겸임한다. 2015년 8월부터 불근단 부단장을 맡고 있는 손정현 검사. 식품안전 사고 현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관리하는 부단장이지만 개인에 대해선 대외적으로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손 부단장은 식품안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지 궁금했다. 푸드앤메드는 지난 20일 식약처 내에 위치한 부단장 집무실에서 손 검사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동서식품ㆍ크라운제과 사건 담당해


손 부단장은 어려보이는 외모의 소유자였다. 올해 마흔이 된 젊은 여검사다. 그는 또래에 비해 일찍 사회 활동을 시작했다. 2002년 스물다섯 나이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살인사건ㆍ성폭력 사건 등 다양한 사건의 수사를 맡아왔다. 다른 검사와 마찬가지로 형사사건 수사를 주로 하다가 서울 서부지검으로 발령을 받아 식품수사를 맡아서 하게 된 것이 불근단 부단장이 된 계기였다. 서부지검 부정식품합동수사단 활동 당시엔 ‘크라운제과 유기농 웨하스 식중독균 검출 사건’, ‘동서식품 시리얼 대장균 검출 사건’ 등의 수사를 맡았다. 서부지검이 식약처 중점 검찰청으로 지정되면서 2015년 8월 불근단 부단장으로 파견됐다. 부단장으로 일한지 이미 1년 6개월째다.

불량식품이라고 하면 흔히 초등학교 앞에서 어린이를 유혹하는 달고 신 과자들을 떠올린다. 불량식품근절단이 이런 불량식품을 소탕하기 위해 조직된 부서는 아니다. 손 부단장에게 가장 먼저 불량식품의 정의를 물었다.

“보통 불량식품이라고 하면 학교 앞 문구점에서 파는 불량식품을 떠올려 영세한 업체를 주로 단속하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해요. 불량식품은 매우 광범위한 개념입니다. 법으로 정하고 있는 위해식품이나 부정식품보다 더 큰 개념이죠.”

식품위생법에서 규정하는 위해식품은 유독ㆍ유해물질이 들어있거나 미생물에 오염되는 등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식품이다. 불량식품은 이런 위해ㆍ부정식품을 모두 포함해 식품위생법에 위반되는 식품 위생범죄, 허위ㆍ과장 광고 범죄, 원산지 표시 위반 범죄까지 포괄한다. 노인을 대상으로 건강기능식품 등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팔고 자리를 뜨는 ‘떴다방’ 단속도 불근단의 몫이다. 불근단의 임무는 생각보다 광범위하다.


단속보다는 식품 안전 교육이 우선


일반적으로 단속이란 불시에 급습해 처분을 내리는 방식을 말한다. 불근단은 종종 단속 날짜를 미리 공지하고 단속에 나선다. 단속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 불근단의 최종 목적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불량식품에 대한 행정처분이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손 부단장은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의도치 않게 법 위반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는 식품업의 특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고의성이 명백한 위반행위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올해부터 고의적인 위반행위는 한 번만 어겨도 시장에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부정ㆍ불량식품은 고의로 만들 수도 있지만 제조업자도 모르게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식품은 온도ㆍ습도와 같은 주변의 작은 환경 변화에도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죠. 식품업체는 위생 시설이나 설비가 취약한 영세업체가 대부분인데 단속을 강화하면 이런 작은 식품업체는 더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어요. 무조건 강하게 단속하고 처벌하는 것이 답이 될 순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손 부단장은 “모든 식품의 제조ㆍ유통ㆍ판매업자에게 식품안전에 대해 철저히 교육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불량 영업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결국은 소비자의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서도 이득이란 생각에서다. 불근단이 위생적인 취약점이 우려되는 부분을 개선하도록 미리 예고한 후 교육ㆍ단속을 실시하는 이유다.

식품 안전 교육이 가장 필요한 대상은 농민ㆍ어민 등 식품 생산자란 것이 그의 판단이다. 제조ㆍ가공ㆍ판매업자는 1년에 한 번씩 위생교육을 듣기 때문에 비교적 위생 관리에 대한 개념이 잘 갖춰져 있다. 그에 비해 생산자의 경우 특별한 교육 이수 의무가 없기 때문에 불근단이 더 위생 교육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은 농협ㆍ수협에서 진행하는 영농 교육시기에 맞춰 위생교육을 실시하는 데 한계가 있다. 교육일에 날씨가 좋으면 좋다고, 나쁘면 나쁘다는 핑계로 교육이 취소되기도 했다.

생산자ㆍ영세업자 대상 식품안전 교육 초기엔 단속ㆍ교육에 대한 저항도 심했다. 불근단의 이런 활동이 생산자나 영세업자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꾸준히 교육을 이어나가다 보니 이젠 호의적 시선이 늘고 위생의 중요성에 대한 인지 수준도 올라갔다.

안전 먹거리 지키는 번호, 1399


불근단에 파견된 이후 손 부단장이 가장 신경을 쓴 식품 중 하나는 젓갈류다.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즐겨 찾는 반찬 중 하나이면서도 위생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는 식품으로 판단해서다. 긴 시간 삭혀야 하기 때문에 제조 과정에서 이물질이 유입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하지만 현장에 나가보면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일부 업체의 젓갈 숙성통에선 구더기가 나오기도 했다. 지자체와 함께 대대적으로 젓갈 제조업체의 위생 상태를 점검하고 단속을 통해 불량식품 제조업체를 적발했다. 그 결과 제조업체가 자체적으로 비위생적이던 젓갈 숙성 탱크를 현대화하고 깨끗한 제조 환경을 유지하는 등 변화가 나타났다.

손 부단장은 “불근단이 직접 문제점을 잡아 현장에 뛰어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신고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불량식품 신고전화 ‘1399’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엔 ‘중앙기동단속TF’팀을 구성해 신고한 민원인에게 결과를 통보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평균 25.3일에서 11.2일로 보름 가까이 단축시켰다. 사건을 조사하고 현장에 출동하기까지는 통상 하루에서 이틀 정도 걸린다. 불량식품은 2∼3일만 지체해도 증거가 인멸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범인을 검거할 때도 신고가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안전한 먹거리를 지키기 위해서도 모두의 관심과 신고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활발한 교육활동과 신속한 현장 대응 등 손 부단장을 중심으로 한 불량식품근절추진단의 활약이 우리 국민의 밥상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지 궁금하다.

이문예, 한승연 기자 weaveyan@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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