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농촌진흥청] “우리가 발견한
신품종 쌀이 쌀 산업 판도 바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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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③정황근 농촌진흥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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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이란 명칭을 들으면 가장 먼저 낙후된 농촌 풍경을 떠올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기관명에 ‘농촌’이란 단어가 포함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농진청이 농촌에서 활용 가능한 기술이나 작물 등을 연구ㆍ개발 하는 것을 핵심 업무로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선입견을 깨고 농진청은 최근 다양한 영역으로 업무를 확장해가고 있다. 곤충을 활용해 인체 친화적인 의료용 재료를 개발하는가 하면 반려동물 사료 개발에도 손을 뻗친다.

지난해 8월 농진청의 수장으로 정황근 청장이 새로 부임했다. 그는 어떤 그림을 그리며 농진청을 이끌고 있는 것일까. 푸드앤메드는 지난 2월 1일 그의 집무실(전북 전주 소재)에서 정 청장을 만났다.

“쌀농사에 대한 과잉 지원이 쌀 과잉 문제 유발”

요즘 정 청장의 관심이 가장 뜨거운 대상은 쌀과 쌀가루 산업이다. 농진청은 최근 연구를 통해 기존의 쌀과는 달리 쉽게 가루낼 수 있는 쌀 품종을 우연히 발견했다. 쌀의 영양학적인 장점은 모두 가지면서 가루를 내기 힘들다는 단점이 지워진 새 품종을 개발한 것이다. 정 청장은 새 품종이 쌀 산업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진 쌀을 이용해 다양한 쌀 소재 제품을 제조하기가 힘들었다. 쌀은 불리고 가루를 낸 후에 건조해야 하는 등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도 밀가루보다 2배 이상 비싸 각종 식품의 재료로 사용하기엔 걸림돌이 많았다. 쌀 제품 시장의 규모도 크지 않아 기업 입장에선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했다. 이번에 농진청이 새로 발견한 품종은 불리는 과정 없이 바로 가루를 낼 수 있고 가격도 적당한 수준에 맞출 수 있어 요즘 대기업이 먼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소규모로 시험 재배한 신품종 쌀을 먼저 자사 제품의 개발에 이용해보기 위해 식품기업이 농진청에 손을 내밀고 있는 상황이다.

정 청장은 “쌀가루 산업을 키우는 일은 국가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과자ㆍ라면 등 우리 국민이 즐겨 먹는 식품의 주재료인 밀가루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국내 식품기업이 해외 진출을 통해 수익을 늘려도 ‘재주는 곰이 넘고 수익은 왕 서방이 가져가는’ 구조다. 제품 판매로 얻는 부가가치는 국내 기업의 몫이지만 막대한 원료 구입 비용을 해외에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간 200만t에 달하는 국내 밀가루 시장에서 10%만 쌀가루가 대체해도 엄청난 수익이 국내로 돌아온다.

정 청장이 쌀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또 있다. 늘 골머리를 앓고 있는 쌀 과잉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농진청의 주된 임무 중 하나로 봐서다. 그는 쌀 과잉 문제와 관련해선 정부가 반성해야 할 점을 먼저 꼬집었다.

“국내에서 쌀농사를 지으면 큰 기술이나 투자가 없어도 돈을 상대적으로 편하게 벌 수 있어요. 국가에서 농기계를 빌려주고 기본적으로 고정 직불이라고 해서 1헥타르(ha)당 100만원 정도를 경작자에게 주거든요. 쌀값이 떨어지면 하락 가격의 대부분을 현금으로 보조해 줍니다. 쌀농사에 대한 보조가 너무 과도해졌습니다”

정 청장은 쌀농사에 대한 과도한 지원이 쌀 소비가 매년 주는데도 계속 쌀을 재배하게 하는 악순환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쌀이 아닌 다른 작물에도 지원을 늘려 농가가 쌀이 아닌 다른 작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쌀 재배 농가 사이에 존재하는 차별적인 정부 지원도 손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 정부는 논에서 밥용 쌀을 키울 때만 지원한다. 사료용ㆍ가공용 쌀을 생산하면 지원이 일체 없다.

GM 씨앗 농가 보급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 후 가능

요즘 국내 소비자가 먹거리 안전과 관련해 가장 우려하는 대상 중 하나가 GM 식품이다. 정 청장은 “유전자변형(GM) 기술 개발이 우리에게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는다.

“당장 GM 작물을 재배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환경 등에 대한 안전망을 제대로 갖춘 상태에서 GM 작물의 개발엔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합니다. 우리도 GM 기술을 확보하고는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갑작스런 식량난이 발생해도 우리도 무기(GM 작물 등)를 갖고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 청장은 우리 국민의 GM 식품에 대한 불안감이 큰 만큼 개발된 GM 씨앗을 직접 농가에 보급해 재배하는 일은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된 후에야 가능한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 품목의 GM 작물을 개발하는데는 통상 10∼15년이 걸린다. 비용도 품목당 1000억 원 이상 투입돼야 하는 쉽지 않는 과제다. GM 기술 개발은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두고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GM 기술은 벼 2종과 누에 1종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마친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종은 아직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기엔 한참 멀었다.

“우리가 GM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면 기후변화 등 급격한 변화로 인해 기존의 벼로는 쌀 수급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국이나 미국의 몬산토 등 거대 종자 기업에 손을 벌려야 하는 상황이 옵니다. 이럴 때를 대비하자는 겁니다.”

GM 기술 개발은 국민의 안전과 우리 농산물을 지키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정 청장의 생각이다. 해외에서 수입되는 농산물에 GM 작물이 혼입됐는지 여부를 검사하고 걸러내기 위해서도 고도의 GM 기술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정 청장은 “GM 기술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야 외국에서 들여오는 농산물을 철저히 검사할 수 있고 농산물 수입에 있어서도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강조했다. GM 농산물의 검사 기술이 떨어지면 국민의 식탁에 의도하지 않은 GM 농산물과 식품이 올라갈 수 있다.

현재 일본ㆍ중국도 GM 기술 개발을 활발하게 수행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GM 벼만 22건의 품종이 등록돼 있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는 GM 기술 개발을 우리나라만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는 것이 농진청의 입장이다. 농진청은 지난해 GM 기술 개발을 반대하는 단체에 GM 작물 개발 과정에서 안전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상세히 공개했다.

녹색혁명ㆍ백색혁명에 이은 제3의 혁명은?

농촌진흥청은 연구ㆍ개발이 업무의 중심인 기관이다. 과거 통일벼로 대변되는 ‘녹색혁명’(Green revolution)에 이어 비닐하우스 보급 등 ‘백색혁명’(White revolution)을 이끈 기관이다. 국내 식량 문제 해결에 큰 기여를 한 기관으로 평가된다.

최근엔 통일벼ㆍ비닐하우스에 이은 대형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일부에서 받고 있다. 정 청장은 농진청의 역할이 과거와는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연구보다는 미리 앞서 내다보고 대처할 수 있는 연구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농업 기반이 많이 갖춰졌기 때문에 과거만큼의 성과를 내기는 힘듭니다. 쌀 과잉 생산은 앞을 내다보지 못해 생긴 문제입니다. 미래에 닥칠 문제를 사전에 예상하고 대처하는 일에 농진청의 역량이 집중돼야 합니다. 농진청이 쌀가루 산업 활성화에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 청장은 기술직 공무원으로 30년간 농림축산식품부ㆍ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실 등에서 농업 관련 분야의 일을 맡아 온 전문가다. 앞으로 정 청장이 자신의 전문성과 안목을 어떻게 농진청의 역할 전반에 녹여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문예 기자 moonye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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