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톡]”미국에 50개의 마퇴본부 지부가 설립되는 날을 기대합니다.”

“미국에 50개의 마퇴본부 지부가 설립되는 날을 기대합니다.”

지난 11월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선 ‘미주마약퇴치운동본부’(이하 미주본부, KAFADA)의 창립식이 열렸다. ‘재중국 한국인회 마약퇴치운동본부’ 이후 두 번째로 설립되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이하 마퇴본부)의 해외 지부다. 미주본부의 설립에 있어 큰 역할을 한 박태종 창립위원을 지난 12월 22일 서울 선유동 마퇴본부 신관에서 만났다.

박태종1

외로운 이민 생활로 마약에 물드는 이민 1.5세대

박태종 미주본부 창립위원의 본래 직업은 교회 목사다. 그간 마약과 관련된 직접적인 활동을 한 적은 없지만 마약류 중독 문제엔 끊임없이 눈과 귀를 열고 살아왔다. 젊은 시절, 가깝게 지내던 대학 동기 부부의 죽음이 그에겐 큰 충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좋은 대학을 나와 가정도 꾸리고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던 대학 동기 부부가 졸업 후 마약 중독에 빠졌고 결국 함께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약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구나’ 하고 처음 느끼게 됐죠. 마약이 아까운 인재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아 간 것이지 않습니까.”

박 창립위원은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조금씩 마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목사란 직업의 특성상 교민을 대상으로 마약류 관련 상담도 많이 했다. 그 과정에서 미국 내 한인의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몸소 느꼈다. 그가 목격한 우리 교민의 마약류 중독은 막연한 개념의 이웃이나 가족의 문제가 아니었다. 실제 바로 내 옆집, 내 자식의 일이었다.

내 나라를 떠난 이민자의 생활은 외로운 삶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이민 1.5세대나 2세대에게는 더욱 그렇다. 외로움 속에서도 이민 1세대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열심히 일하고 가정을 잘 지켜내는 것으로 만족했지만, 1.5세대ㆍ2세대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펼쳐지는 낯선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학교에서 이방인이란 이유로, 사회에선 소수민족이란 이유로 외면당한다. 그렇게 방황하다 마약에까지 손을 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타국에서 외로움ㆍ고독함에 물들기 쉬운 이민자의 처지는 알코올ㆍ게임 중독만큼이나 마약 중독에도 빠져들기 쉬웠다.

“학교에서 마약류 교육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마약 투약 학생 중 엄청난 수의 한국 학생이 포함돼 있더라고요. 물론 학교에서도 마약류 투약 관리를 하지만 한인은 미국인과 또 다르잖아요. 미국에도 우리 교민만을 대상으로 한 마약류 예방 교육이나 각종 프로그램이 구축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습니다.”

교민들 고민 해결할 단비 같은 기구의 탄생

마퇴본부가 머나먼 미국에서 뿌리를 내리게 된 데에는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도움이 숨어 있다. 박 창립위원은 그 숨은 공로자 중 한명이다. 미주본부의 설립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 사실 그는 한국마퇴본부와는 소소한 개인적 인연 외에는 별다른 접점이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마퇴본부 해외지부 설립 계획을 듣게 됐고, 큰 고민 없이 미주본부 설립 프로젝트에 적극 뛰어들었다. 우리 교민의 건강한 삶을 위해 꼭 필요한 단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는 설립 구상 단계에서부터 함께 아이디어를 모으는 등 미주본부 창립에 있어 핵심 역할을 했다. 국내 거주 국민은 물론 전 세계 곳곳에 터 잡은 해외 동포까지 마약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내고자 하는 한국마퇴본부의 뜻을 구체화하는데 큰 역할을 한 셈이다.

현재 미국에는 미주마약퇴치운동본부라는 연방조직을 중심으로 13개 주(州)에 작은 개념의 마퇴본부가 있다. 미국이 50개 주로 이뤄진 것을 감안할 때 미국 전 지역의 우리 교민에게 마퇴본부의 도움이 닿게 하려면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다. 하지만 그는 머지않아 50개 주 전체에 마퇴본부 지부가 설립되는 날이 오리라 강하게 믿고 있다. 미국 내 한인 사이에서 마퇴본부의 뜻에 공감하는 이들이 꽤나 많기 때문이다.

“미주본부의 설립 소식을 듣고 ‘드디어 우리 교민이 해결해야 할 가장 어려운 문제를 풀어줄 기구가 생겼다’며 모두 좋아합니다. 그동안 한인의 마약류 중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구가 절실했거든요. 마약퇴치 운동은 개별적 운동이 아닌 체계적인 네트워크를 갖춰야 하는데 미주본부의 설립은 그런 의미에서 아주 적절하다고 봅니다.”

사는 곳은 달라도 한국인이니까

한국과 달리 캘리포니아 주 등 미국 내 몇몇 주에선 마리화나를 피우는 것이 불법이 아니다. 성인임을 증명할 신분증만 있으면 지정된 업소에서 마리화나를 비롯한 대마류를 구입할 수 있다. 마약류라 하면 흔히 담배 형태로 흡연할 수 있는 제품만을 생각하지만 초콜릿ㆍ커피ㆍ사탕 등 가볍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교민은 물론이고 미국으로 유학이나 여행을 간 한국인들이 호기심에 구입해 입국하다 적발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마약류가 합법화된 곳을 다녀온 여행객이라도 입국 시엔 엄격한 국내의 기준을 적용한다. 하지만 이를 잘 모르고 마약류 제품을 들여오다 적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약류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이다.

박 창립위원은 “국내 마퇴활동과 더불어 해외 교민을 대상으로 한 마약퇴치운동이 활발히 진행될 때 비로소 우리 국민 모두가 마약류로부터 더 안전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너무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마약류가 유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마퇴활동만 잘 해서는 마약류를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인터뷰 중간 중간에 ‘같은 코리안(Korean)이니까’라는 말을 자주 썼다. 미국에 일시적으로 거주하거나 혹은 아예 정착해 살고 있는 교민 모두가 결국은 국가적 틀에서 보호ㆍ관리해야 할 한국인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미주본부가 앞으로 미국인에 맞춘 마약류 관리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보다 한국마퇴본부가 체계화한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길 희망했다.

“사실 한국의 마약퇴치 프로그램 중 미국에서 건너간 것도 많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같은 프로그램이라도 한국에 가면 한국인에게 꼭 맞는 형태로 변하죠. 미국에선 다양한 마약류 퇴치 프로그램을 수집ㆍ전송하고 한국에선 이를 포함한 여러 정보를 취합하고 아이디어를 더해 한국인에게 꼭 맞춘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대로 구축해나가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미주본부에서도 이렇게 만들어진 한국인 맞춤형 프로그램을 차근차근 전개시켜 나가야겠죠. 왜냐고요? 같은 코리안이니까요.”

이문예 기자 moonye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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