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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가 정한 2월의 웰빙 수산물 미역
해수부가 정한 2월의 웰빙 수산물 미역
  • 푸드앤메드
  • 승인 2018.02.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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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선 ‘바다의 잡초’로 취급
-국내에선 산후에 처음 먹는 ‘첫 국밥’


김ㆍ미역ㆍ다시마ㆍ파래 등 해조류 대부분은 겨울이 제철이다. 채소ㆍ과일이 안 나오는 겨울에 우리 선조는 해조류를 통해 비타민ㆍ미네랄을 섭취했다.

해조류의 대표격인 미역은 11월∼이듬해 4월 사이에 생산된다. 해양수산부가 최근 2월의 웰빙 수산물로 송어와 함께 미역을 선정한 것은 그래서다. 미역은 한국ㆍ중국ㆍ일본 등 동북아에선 인기 만점이다. 감칠맛과 풍부한 영양 덕분이다. 우리 국민 1인당 하루에 평균 7.5g을 섭취한다. 반면 서양인은 꺼린다. 생선 운반할 때 쿠션으로나 쓴다. 최근엔 해조류가 ‘웰빙 식품’이란 사실을 서구인도 인식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바다의 잡초’(see weed) 쯤으로 여겨 기피하는 사람이 압도적이다.

미역은 다시마와 함께 갈조류에 속한다. 전복ㆍ소라에겐 훌륭한 ‘먹잇감’이다. 우리 국민은 웰빙을 떠올리고 친근감을 나타낸다. 출산ㆍ생일상의 단골 음식이어서다.

미역국은 산후에 처음 먹는 ‘첫 국밥’이다. 산모용 국에 넣는 미역을 ‘해산미역’이라 한다. 이때는 상인이 부르는대로 값을 치렀다. 가격을 깎으면 아기의 수명이 단축된다고 여겨서다(과학적 근거는 없다). 또 꺾지 않고 새끼줄로 묶어서 팔았다. 꺾인 미역을 먹으면 난산(難産)한다는 속설 탓이다.

중국 당나라 때의 백과사전인 ‘초학기’엔 “고래가 새끼를 낳으며 생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미역을 뜯어먹는 것을 본 고려인이 산모에게 미역국을 먹인다”는 대목이 나온다. 요즘도 세이레(21일) 동안 줄곧 미역국을 먹는 산모가 많다. 산후선약(産後仙藥)으로 믿어서다. 영양학자가 산모에게 미역국을 권장하는 것은 다음 네 가지 이유다.

임신 중 아기에게 빼앗긴 칼슘이 풍부하다. 말린 미역 100g당 959㎎이나 들어 있다. 같은 양의 말린 멸치(902∼1905㎎, 생멸치는 509㎎)와 엇비슷한 양이다. ‘칼슘의 왕’으로 통하는 우유(100㎖당 105㎎)보다 위다. 칼슘은 뼈ㆍ건강을 좌우할 뿐 아니라 산후 자궁수축과 지혈을 돕는다.

출산 도중 출혈로 빠져 나간 철분(100g당 9.1㎎) 보충에 유용하다. 임산부의 산후 빈혈 예방식품인 셈이다.

식이섬유의 보고다. 100g당 34.8g이나 함유돼 있다. 식이섬유는 산후에 오기 쉬운 변비ㆍ비만 예방을 돕는다.

요오드 함량(100g당 100㎎)이 높다. 해조류ㆍ어패류에 풍부한 요오드는 갑상선 호르몬(티록신) 합성에 필수적이다. 섭취가 부족하면 젖이 잘 돌지 않는다.  신진대사가 느려지며 기력이 떨어져 체중이 늘 수 있다. 그러나 산모를 비롯한 한국인이 정상적인 식사를 하는 한 요오드 섭취가 부족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요오드 섭취량(570㎍, 식약처 조사)이 하루 요구량(성인 150㎍)을 크게 초과해서다. 미역국을 하루 세끼씩 몇 개월간 먹는 것은 갑상선 건강 측면에선 득보다 실이 많다.

미역은 생미역ㆍ건미역ㆍ염장미역의 상태로 판매된다. 생미역은 냉장 보관이 원칙이다. 건미역ㆍ염장미역은 습기가 차지 않도록 밀봉한 뒤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둔다. 가장 오래 두고 먹는 것은 건미역이다. 그러나 너무 오래 보관하면 주변의 수분을 빨아들여 질이 떨어질 수 있다. 염장미역은 고혈압의 원인인 염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으므로 조리할 때 물로 충분히 씻어낸다.

생미역은 녹색이 선명하고 잡티가 없으며 두꺼운 것이 상품이다. 건미역은 색이 검고 줄기보다는 잎이 많은 것을 고른다. 이상한 냄새가 나는지 눅눅하지 않은지 잘 살핀다. 잎을 쥐었을 때 딱딱한 느낌이 들며 물에 담갔을 때 잎이 조각조각 풀어지지 않는 것이 좋다.

시험에 떨어지거나 일이 잘못 되거나 직장에서 쫓겨났을 때 흔히 ‘미역국 먹었다’고 표현한다. 미역의 알긴산(식이섬유의 일종)이 미끈미끈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다른 해석도 있다. 구한말(1907년) 일제가 조선 군대를 강제 해산해 군인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데서 연유했다는 주장이다. 해산(解散)을 해산(解産)으로 오인했다는 것이다. 영양적으로 우수한 미역국을 평소 많이 먹으면 시험에 낙방하는 일은 오히려 적을 것으로 여겨진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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