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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가설을 아시나요?
위생가설을 아시나요?
  • 푸드앤메드
  • 승인 2018.03.1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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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청결한 것이 오히려 독이란 것이 요체
-“코흘리개 많던 시기엔 알레르기 질환 적었다”


독일 통일 전 이야기다. 동독 지역에 있던 드레스덴은 서독의 함부르크보다 공기오염이 높았지만 이곳 어린이의 아토피성 피부염 등 알레르기 질환 유병률이 훨씬 낮았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드레스덴 어린이의 알레르기 질환 발생률은 함부르크 어린이와 차이가 없어졌다. 과거엔 ‘더러운 옷과 신발’이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적응력을 길러줬는데 통일 후 위생상태가 개선된 것이 오히려 알레르기 질환 유병률을 높인 것으로 해석됐다. 통일 후 드레스덴 어린이의 패스트푸드 섭취량이 늘어난 것도 알레르기 질환을 증가시키는데 기여했다.

알레르기의 발생원인을 놓고도 여러 가설이 제기됐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위생가설(hygiene hypothesis)이다.

어린이의 면역 시스템을 튼튼하게 하려면 세균을 포함한 외부 물질의 자극이 필요하다. 아이가 자라면서 이런 자극을 받지 못하면 면역력이 떨어져 아토피ㆍ천식ㆍ비염 등 알레르기 질환에 걸리기 쉬워진다는 것이 위생가설이다.

코흘리개가 많았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 어린이는 너무 청결한 환경에서 자라 각종 알레르기 반응에 오히려 더 민감해졌다는 것이다. 주거 환경이 깔끔해지고 백신ㆍ항생제를 과할 정도로 사용하며 도시 주민의 비율이 늘어나고 형제 등 가족 이 단출해지면서 사람끼리 서로 세균ㆍ바이러스 등을 옮길 기회가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요즘 어린이는 오염된 물ㆍ흙 등과 자주 접촉할 기회가 없어 세균ㆍ집먼지진드기ㆍ곰팡이 등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몸에 들어왔을 때 이를 잘 처리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위생가설은 과거보다 위생 상태가 훨씬 나아진 요즘에 아토피 등 알레르기 질환이 계속 늘어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이를 근거로 여러 나라에서 “흙으로 돌아가자”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환경운동을 벌이고 있다. “어린이를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만 키우지 마라”, “흙ㆍ가축ㆍ애완동물을 만지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뛰놀게 하라”고 조언하는 전문가도 많다.

반론도 만만찮다. 위생가설론 아이에게 아토피 등 알레르기 질환인 생긴 이유를 설명하기 힘든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위생가설은 아직 가설이다. 이를 맹신해 어린이를 일부러 비위생적이고 불결한 환경으로 내몰 필요는 없다. 다만 어린이 면역 시스템의 성숙과 균형에 장애를 부르거나 어린이 몸 안의 적절한 세균 방어막을 깨뜨릴 만큼 지나친 위생환경과 습관은 자녀의 건강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위생가설을 맹신해 어린이가 손을 자주 씻거나 몸을 청결히 하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하게 하는 것을 막아선 안 된다. 아이의 면역력을 키워주려면 자연 환경과의 다양한 접촉이 필요하다는 것이 위생가설의 요체다.

박용환 기자 praypyh@kofr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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