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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게의 계절이 돌아왔다
바닷게의 계절이 돌아왔다
  • 푸드앤메드
  • 승인 2018.04.3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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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갑장군, 횡행공자라고 불리는 게
-맛으로 치면 꽃게는 6월산이 최고


봄볕이 무르익으면 꽃게ㆍ농게ㆍ달랑게 등 바닷게가 제철을 맞는다. 대개 3월부터 서해 연평도 어민은 본격적인 꽃게잡이를 시작한다. 이 시기에 잡힌 바닷게는 맛과 영양이 절정이다. 게가 산란기를 앞두고 영양보충을 충분히 한 덕분이다.

게는 대갑장군(大甲將軍)이라고 불린다. 두꺼운 껍데기를 뒤집어 쓴 게의 모습이 장군과 같은 위엄이 있어 붙여진 별명이다. 횡행공자(橫行公子)라고도 한다. 옆으로 걷는 모습을 빗댄 별칭이다. 횡행개사(橫行介士)도 게를 일컫는 말이다. ‘기개 있는 옆 걸음질의 무사’란 뜻이다. 김시습은 ‘금오신화’에서 게를 곽(郭)개사라 했다. 역시 걷는 모습에서 따온 지칭이다. 단원 김홍도는 게 그림에 ‘용왕 앞에서도 옆걸음치네’라고 써 놓았다. 게걸음을 하는 게를 강골의 이단아로 본 것이다.

게를 디스하는 표현도 있다. 무장공자(無腸公子)다. 겉보기는 용맹한 무사와 빼 닮았지만 막상 속을 까보면 장(腸), 즉 창자가 없다는 의미다. 담력이나 기개가 없는 사람을 비웃을 때 쓰는 표현이기도 하다.

가시가 무섭기로 치면 단연 엄나무(음나무)다. 과거엔 엄나무의 날카로운 가시가 귀신의 침입을 막아준다 하여 이 나무의 가지를 대문이나 방문 위 등 출입구에 꽂는 풍습이 있었다. 마을 입구에 엄나무를 심으면 전염병이 비켜가는 것으로 믿었다. 해안 지방에선 엄나무 가시 대용으로 꽃게의 등딱지를 대문에 꽂아 악귀를 물리쳤다. 꽃게란 이름도 가시처럼 뾰족하게 생긴 그 등딱지에서 유래했다. 우리말 중에 곶(串)이란 것이 있다. 지명으론 장산곶ㆍ장기곶 등이 있고, 양 끝이 뾰족한 괭이를 곡괭이(곶+괭이), 끝이 뾰족한 얼음을 고드름(곶+얼음)이라 한다.

꽃게도 ‘꽃처럼 이름다운 게’가 아니라 등딱지의 양옆이 가시처럼 삐죽 튀어나와서 꽃개(곶+개)다.

대게의 대는 ‘큰 대(大)’가 아니라 몸통에서 뻗어나간 8개의 다리가 대나무처럼 곧다는 의미다.

순전히 맛으로 치면 꽃게는 6월에 잡은 것이 최고다. 7∼8월의 산란기를 앞두고 살이 오르고 속에 노란 알과 내장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게장도 6월에 잡은 암 꽃게로 담근 것을 최고로 친다. 꽃게는 들었을 때 크기보다 묵직하게 느껴지는 것이 맛있고 속이 알차다.

오혜진 기자 hjoh0318@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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