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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가 '더덕더덕' 붙어 있어 더덕
열매가 '더덕더덕' 붙어 있어 더덕
  • 푸드앤메드
  • 승인 2018.08.1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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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제철 맞은 더덕은 '변비 치료제'
- 주성분은 사포닌ㆍ이눌린ㆍ플라보노이드




‘일 인삼, 이 더덕, 삼 도라지’란 옛말이 있다. 셋 다 웰빙 식품이며 뿌리를 주로 먹는다. 사포닌이 들어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일 인삼’은 워낙 유명한 약재이니 일단 논외로 치자. ‘이 더덕’은 독특한 맛과 향을 지녀 다양한 요리의 식재료로 쓰인다. 한방에선 폐 기운을 돋워주고 가래를 없애주는 약재로 사용된다. 주성분은 사포닌ㆍ이눌린ㆍ플라보노이드 등이며 혈중 지방 감소ㆍ면역력 증가ㆍ항산화 효과가 돋보인다.

더덕의 겉모양은 도라지를 닮았지만 도라지보다 연하고 향기로워 우리 선조는 훨씬 귀히 여겼다. 자연산과 오래된 것일수록 향ㆍ약성이 강하다. 요즘 시장에 출시된 것은 대부분 재배 더덕이다. 맛이 담백해 요리에 쓰기엔 자연산보다 낫다.

어린잎과 뿌리를 주로 먹는다. 새순을 살짝 데치거나 생채를 길게 썰어 비빔밥ㆍ볶음밥ㆍ채소 무침 등에 넣으면 잘 어울린다. 잎이 큰 것은 말려서 차로 만들어 마셔도 좋다.

더덕은 늦가을부터 봄에 싹이 나오기 전까지가 제철이다. 열매가 더덕더덕 붙어 있다고 해서 더덕이란 이름이 붙었다. 요즘은 중국인도 더러 먹지만 원래는 한국인만 즐겨온 채소다. 송나라 사신으로 고려를 다녀간 서긍은 ‘고려도경’에서 “밥상에 더덕이 자주 오르는데 크기가 크고 살이 부드러우며 맛이 기막히다”고 예찬했다. 한반도 전 지역에서 재배가 가능하며 제주ㆍ강원 횡성과 중ㆍ남부 평야 지대가 주산지다.

여느 뿌리채소와 마찬가지로 더덕은 저(低)열량 다이어트 식품이다. 칼륨(고혈압 예방)ㆍ칼슘(뼈ㆍ치아 건강 유지)가 풍부한 것이 돋보이는 점이다.

말린 더덕 뿌리를 사삼(沙蔘)이라 한다. 모래에서 캔 삼이란 뜻이다. 주로 반찬으로 먹는데도 이런 별명이 붙은 것은 우리 조상이 더덕의 약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더덕의 웰빙 성분은 쓴 맛 성분인 사포닌이다. 인삼ㆍ산삼ㆍ도라지에도 들어 있는 사포닌은 더덕 뿌리를 자르면 나오는 흰 액이다. 한방에선 더덕을 기관지 폐렴ㆍ천식 치료에 용한 약재로 친다. 폐 기운을 돋운다고 봐서다. 이런 효과는 사포닌의 덕분일 것으로 여겨진다. 사포닌은 또 염증ㆍ궤양을 치유하고 담을 없애며 침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덕에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 건강, 특히 변비 예방을 돕는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홍만선의 ‘산림경제’엔 “더덕이 변비에 좋다”는 대목이 나온다.

과거 할머니들은 산모의 젖이 잘 나오지 않을 때 더덕을 권했다. 더덕을 젖나무로 표현한 중국 문헌도 있다.

맛은 쌉쌀하고 단맛과 쓴맛을 함께 갖고 있다. 씹을수록 진한 향이 남는 것이 특징이다. 흔히 고추장 양념을 발라 구워 먹지만 이른 봄에 나는 연한 뿌리는 잘게 찢어 무쳐 먹어도 맛이 기막히다.

“처음엔 사삼(沙蔘. 더덕) 각로(閣老)의 권세가 중(重)하더니 지금은 잡채 상서(尙書)의 세력을 당할 자가 없구나.” 조선시대 광해군 재임 때 민간에 회자된 시(詩)의 한 대목이다. 여기서 사삼각로(더덕 정승)는 당시 좌의정을 지낸 한효순, 잡채 상서는 호조판서였던 이충이다.

임금에게 더덕요리와 잡채로 바쳐 출세했다는 조롱이다. ‘광해군일기’엔 “한효순의 집에선 더덕으로 밀병(蜜餠, 꿀떡)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왕까지 혹하게 한 더덕 뿌리로 음식을 만들 때는 껍질을 말끔히 벗긴 뒤 소금물에 잠깐 담가 쓴맛을 우려낸다. 껍질은 물에 불리거나 끓는 물에 잠시 넣었다 빼면 잘 벗겨진다. 더덕 가운데엔 단단한 노란색 심이 있는데 대개 심은 떼어 낸 뒤 요리에 사용한다.

더덕구이를 할 때는 반으로 가른 뒤 방망이로 자근자근 두들겨 넓게 편다. 너무 세게 두드리면 섬유질이 조각나므로 적당히 두들기는 것이 요령이다.

궁합이 잘 맞는 식품으론 술과 고추장이 꼽힌다.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이 더덕의 사포닌을 더 많이 우러나게 해서다. 더덕주는 “장가 두 번 가는 것보다 더덕주 한잔이 더 좋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별미다.

더덕구이를 고추장 양념에 찍어먹는 것은 두 음식의 맛이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껍질을 벗겼을 때 보풀보풀한 섬유 결이 보이는 것이 상품이다.

보관은 냉장고에 하는 것이 원칙인데 너무 오래 두면 특유의 향이 줄어든다.



한동령 기자 drhan@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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