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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의 ‘푸드 백신’ (16) 여성 갱년기 증상에 유익한 식품
박태균의 ‘푸드 백신’ (16) 여성 갱년기 증상에 유익한 식품
  • 푸드앤메드
  • 승인 2019.02.1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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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갱년기로 까칠한 당신의 아내에게 추천합니다


 -아이소플라본ㆍ리그난 풍부한 식품이 효과적



 고의서인 ‘황제내경’엔 “여성은 14세에 생리를 시작해 아이를 가질 수 있게 되고 49세엔 형체가 쇠약해져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쓰여 있다. 40대 후반∼50대 초반 여성에게 폐경과 함께 찾아오는 갱년기 장애는 여성에겐 일대 사건이다. 폐경을 맞아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의 분비가 거의 끊기면서 엄청난 정신적ㆍ신체적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 여성으로서의 삶이 끝났다는 생각에 빠져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되기도 한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안면 홍조) 시도때도 없이 식은 땀이 흐른다. 어깨가 결리고 눈이 침침해진다. 신진대사가 줄어들어 체중이 늘고 피부가 거칠어진다. 남편이나 다 자란 자식과의 관계에서도 소외감을 느낀다. 인생이 허무해져 모든 일에 의욕이 없어지고 쉽게 우울해진다. 건망증이 심해지고 부부관계도 이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과거엔 갱년기 증상을 호르몬 대체 요법(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으로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었다. 요즘은 이마저 힘들어졌다. 프로게스테론 없이 에스트로겐만 단독 투여하면 자궁내막이 과다 증식해 자궁내막암이 생길 위험이 커지고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함께 투여하면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부터다. 호르몬 대체요법의 득과 실에 대해선 아직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으며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완전히 갈린다. 요즘은 여성 갱년기의 해결책을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에서 찾으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호르몬 대체 요법만큼 효과가 극적이지는 않지만 그 첫번째 대안으로 꼽히는 것이 식물성 에스트로겐(phytoestrogen)이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여성의 몸 안에서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결합이 가능한 식물성 성분이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의 효능(역가)은 실제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의 2% 정도에 불과하다. 에스트로겐이 아니면서 마치 에스트로겐처럼 작용, 환경호르몬의 일종으로 분류하는 학자도 있다.

동양 여성이 주로 섭취하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아이소플라본이다. 아이소플라본이 가장 풍부하게 든 식품은 콩(1컵에 300㎎)이다. 얼굴이 갑자기 달아오르고 질이 건조해지는 갱년기 증상을 덜어주는 것이 이소플라본의 효능이다. 자연 의학자는 갱년기 여성에게 안면 홍조ㆍ위축성 질염의 완화, 유방암 예방을 위해 콩 섭취를 늘리라고 권장한다. 약 1000명의 일본 여성(35∼54세)을 대상으로 6년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콩류의 섭취량이 많을수록 안면 홍조가 적었다. 일반적으로 한국ㆍ일본ㆍ중국 등 동양 여성은 서양 여성에 비해 갱년기 증상을 가볍게 경험한다. 콩(식물성 에스트로겐)을 많이 섭취한 덕분이라는 것이 많은 서양 의학자들의 해석이다.

 콩은 가공ㆍ조리해도 아이소플라본의 손실량이 적다. 두부ㆍ두유ㆍ된장국ㆍ청국장 등을 갱년기 여성에게 권하는 것은 이래서다. 콩 외에 아이소플라본이 많이 든 식품은 땅콩ㆍ알팔파ㆍ이집트콩 등이다. 아이소플라본은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이기도 하다. 아이소플라본이 유방암ㆍ전립선암 예방을 돕는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서양 여성이 주로 섭취하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리그난이다. 리그난은 아마씨ㆍ아미씨유 등에 풍부하다. 갱년기 증상 개선 효과는 아이소플라본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갱년기 여성의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은 심장병이다. 폐경 이후엔 심장마비 발생 위험이 그 이전보다 10배나 높아진다. 심장병을 예방하는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거의 끊긴 탓이다. 갱년기 여성이 심장병ㆍ뇌졸중 등 혈관 질환에 걸리지 않으려면 혈관 건강에 유해한 LDL 콜레스테롤의 혈중 농도부터 낮춰야 한다. 식이섬유ㆍ오메가-3 지방ㆍ식물성 에스트로겐이 풍부한 식품을 갱년기 여성에게 추천하는 것은 이래서다.

 식이섬유는 현미ㆍ통밀ㆍ귀리ㆍ호밀ㆍ보리 등 거친 음식에 풍부하다. 아마씨 등 씨앗식품에도 많이 들어 있으나 이를 짠 기름(아마씨유)엔 없다. DHAㆍEPA 등 오메가-3 지방(혈관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 지방의 일종)은 참치ㆍ고등어ㆍ꽁치ㆍ정어리 등 등푸른 생선에 다량 함유돼 있다.

 식물성 에스트로겐도 심장병 예방 성분이다. 항산화 효과가 있어서 심장의 혈관에 쌓인 활성산소를 제거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45∼55세 여성에게 콩 단백질을 하루 20g씩(아이소플라본 함량 34㎎) 6주간 제공한 결과 LDL 콜레스테롤ㆍ총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압이 모두 떨어졌다. 이를 근거로 의료계에선 갱년기 여성에게 심장병 예방을 위해 매일 두부 180g(아이소플라본 함량 약 60㎎)을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감마 리놀렌산(GLA)도 갱년기 여성에게 유용한 지방(오메가-6 지방의 일종)이다. 심장병 예방, 피부 개선(아토피성 피부염 완화 등)을 도와서다. GLA는 염증을 촉발하는 프로스타글란딘의 합성을 억제하는 항염증 성분이다. GLA는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으므로 전량 식품을 통해 공급받아야 한다. 달맞이꽃 종자유ㆍ건포도유ㆍ모유 등에 GLA가 들어 있다.

감마 오리자놀도 여성 갱년기 증상 개선제이다. 감마 오리자놀은 곡물에서 발견되는 성장 촉진물질로 쌀겨유에서 분리된다. 몸 안의 천연 진통제인 엔돌핀 분비를 늘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갱년기 여성에게 감마 오리자놀을 하루 300㎎씩 투여했더니 85%가 안면홍조ㆍ위축성 질염 완화 등 갱년기 증상 개선 효과를 얻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감마 오리자놀은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도 낮춰준다.

갱년기 여성이 심장병 못지않게 조심해야 할 병은 골다공증이다. 갱년기가 되면 뼈의 성장을 촉진하는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급감해 골다공증 발생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지면 골절을 입기 쉽다. 운동ㆍ외부 활동이 망설여진다. 그만큼 각종 성인병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수명은 단축된다.

갱년기 여성은 뼈 건강에 중요한 미네랄인 칼슘을 충분히 보충해둬야 한다. 칼슘은 한국인이 가장 부족하게 섭취하는 영양소다. 나이 들면 ‘소화가 잘 안된다’, ‘마시면 설사를 한다’(유당불내증), ‘자라는 아이나 마시는 것이지…’ 하며 ‘칼슘의 왕’인 우유 섭취를 꺼린다. 칼슘은 우유 외에 요구르트ㆍ치즈 등 유제품, 멸치ㆍ말린 생선 등 어패류, 시금치ㆍ다시마ㆍ브로콜리ㆍ두부 등에 풍부하다.

 칼슘은 체내 흡수율이 낮기로 유명한 미네랄이다. 칼슘의 체내 흡수율을 높이려면 비타민 D를 함께 섭취해야 한다. ‘선샤인 비타민’인 비타민 D는 햇볕을 쬐면 피부에서 생성되며, 낙농제품ㆍ등푸른 생선 등에 소량 들어 있다.

 여성의 갱년기 증상 가운데는 우울ㆍ불면ㆍ고독 등 정서적인 것이 많다. 갱년기 여성의 우울ㆍ불면 등을 해소하는데 유효한 영양소는 트립토판(아미노산의 일종)이다. 트립토판은 몸안에서 세로토닌이란 ‘행복 전도사’의 원료가 된다. 숙면을 돕고 우울감을 덜어준다. 우유엔 트립토판이 풍부하다. “잠들기 전에 따뜻한 우유 한잔을 마시면 숙면을 취할 수 있다”는 말은 이래서 나왔다. 갱년기 여성이 불면증에 시달린다면 우유ㆍ견과류ㆍ닭고기 등 트립토판 함유 식품과 콩ㆍ곡류ㆍ감자 등 복합 탄수화물 함유 식품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다. 복합 탄수화물은 뇌안에서 트립토판이 세로토닌으로 바뀌는데 기여한다. 우울감에 빠진 갱년기 여성이라면 비타민 B군의 섭취에도 신경써야 한다.

 갱년기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4대 허브는 당귀ㆍ감초ㆍ은행잎ㆍ승마(블랙 코호시)다. 이중 당귀는 안면 홍조 등 갱년기 증상 외에 생리통ㆍ무월경ㆍ자궁출혈 등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감초는 생리전 증후군의 치료에 더 유용하다. 은행잎 추출물은 ‘손발이 너무 차다’, ‘건망증이 심해졌다’는 갱년기 여성에게 주로 처방된다.

 북미에 자생하는 식물인 승마는 갱년기 여성을 위한 허브의 대표다. 연구도 가장 많이 됐다. 과거 미국 인디언은 갱년기 증상 개선 외에 불임 치료ㆍ진통 완화 용도로 썼다. 1950년대 말부터 독일에서 에스트로겐의 대체 물질로 인기를 모으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에스트로겐과 효과가 비슷하면서 우려할만한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높이 평가됐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승마의 효능은 갱년기 증상 개선, 골다공증 예방, 생리전 증후군의 완화 등이다. 과잉 섭취시 드물게 위장 장애ㆍ현기증ㆍ구역질ㆍ구토 등을 일으키지만 심각한 부작용은 없다. 고혈압약이나 타목시펜(유방암 치료제)을 복용 중인 환자는 주의를 요한다. 하루 적정 섭취량은 40∼80㎎이다.

 한방에선 갱년기 여성에게 당귀차ㆍ녹차ㆍ대추차 등을 흔히 권한다. 동양에서 당귀는 인삼 다음으로 유명한 약재다. 혈(血)을 보(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차와 대추차는 갱년기 여성의 혈액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약차로 통한다.





고민희 기자 kkmmhh@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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