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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의 ‘푸드 백신’ (31) 산후 조리에 유익한 식품
박태균의 ‘푸드 백신’ (31) 산후 조리에 유익한 식품
  • 푸드앤메드
  • 승인 2019.02.2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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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역이 산모에게 좋은 이유


 -돼지족발ㆍ마ㆍ식혜도 효과적 



 서양 여성은 아기를 낳자마자 샤워부터 한다. 우리는 예부터 산후 보온을 강조했다. ‘삼칠일’(세이레)이라고 해서 산후 21일이 지나기 전엔 바깥출입을 금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이 기간엔 산모와 아기는 되도록 외부인과 접촉하지 않고 미역국을 먹으며 몸조리를 하도록 했다. 과거엔 출산하면 삼칠일엔 금줄을 쳐서 잡인의 출입을 막았다.

 한방에선 분만 당일과 산후 첫째 날엔 절대 안정을 취하고 누운 채로 손과 발 정도만 움직이라고 권장한다. 2∼3일째는 누운 채 몸을 움직이되 젖을 먹이거나 식사를 할 때만 자리에서 일어나고, 4일부터는 실내를 가볍게 걸어 다녀도 된다. 산후 7일까지는 찬 물에 손을 넣거나 찬 바람을 쐬거나 뛰는 것은 좋지 않다.

 최근엔 한방에서도 삼칠일을 특별히 강조하진 않는다. 산후에 일정 기간 건강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의미 정도로 받아들인다. 산후 3∼4일이 지나면 샤워나 머리감기를 할 수 있으나 욕실에서 충분히 몸을 말리고 나올 것을 당부한다.

 산모가 임신 전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기간을 산욕기(産縟期)라 한다. 10개월간의 임신 동안 변화된 모체를 임신 전의 상태로 회복시키고, 10여 시간의 분만과정을 겪으면서 쌓인 정신적ㆍ육체적 피로를 씻어내며 체력을 복원시키는 기간이다. 대개 출산 후 6~8주 이내다.

 산욕기를 거치면서 임신 말기에 1000g까지 커졌던 자궁은 다시 60g 가량으로 줄어든다. 자궁벽막은 새 막으로 완전히 대체돼 새로운 수정란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중국 당나라의 명의 손사막은 저서인 ‘천금방’에서 “출산 후엔 산모의 오장육부가 모두 허약해진다. 산후 100일 간은 근심거리를 만들지 말고 일을 너무 무리하게 해선 안된다. 남편과 잠자리도 금물이다. 출산 후 아랫배가 차거나 아프다면 너무 일찍 성생활을 재개한 탓이기 쉽다”고 기술했다.

 산후 조리란 출산 후 한두 달 동안 몸이 임신 전의 상태로 회복되도록 돕고 보양하는 것을 가리킨다.

 자연 유산ㆍ인공 유산 등 유산을 한 뒤에도 산후 조리와 거의 비슷한 몸조리가 필요하다.

  산욕기에 몸을 잘 보양하지 않으면(산후 조리에 실패하면) 나중에 생리 불순 ㆍ냉증ㆍ갱년기 장애 등 다양한 여성 질환으로 고생할 수 있다. 산후 조리 때는 임신으로 인해 생긴 기미 등 피부의 잡티를 없애고 주름지거나 트거나 늘어진 피부의 탄력을 되찾는 노력도 병행한다. 이 시기를 잘 보내야 임신 때문에 늘어난 체중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다.

 산후 조리 음식으로 대표적인 것은 미역이다. 산모에게 첫국밥으로 제공하는 것이 흰쌀밥과 미역국이다. 우리 조상은 미역을 산후선약(産後仙藥)으로 간주했다. 해산달이 다가오면 미역부터 준비했다. 해산미역은 값을 깎지 않았으며 꺾지 않고 새끼줄로 묶어준다. 깎으면 아기의 수명이 줄고 꺾으면 산모가 난산을 한다는 속설이 있어서다. 아기를 낳으면 미역국 세 그릇을 삼신(三神)에게 올리고 세이레(21)일 동안 미역국을 먹는다.

 고래가 새끼를 낳으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미역을 뜯어 먹는데 고려 사람들이 이를 보고 산모에게 미역을 먹이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다.

 미역이 산모에게 좋은 것은 요오드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요오드는 산후에 늘어난 자궁을 수축시키고 모유가 잘 나오게 하며 피를 멎게 하는 데 유용한 미네랄이다. 출혈로 빠져나간 철분과 아기에게 빼앗긴 칼슘도 많이 들어 있다. 칼슘은 출산 후 흥분된 신경을 안정시키고 자궁 수축ㆍ지혈을 도와준다. 미역과 궁합이 잘 맞는 식품은 두부다. 파와 함께 먹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파에 함유된 인ㆍ유황 등이 미역에 풍부한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는데다 파의 강한 냄새가 미역 고유의 맛을 가려버리기 때문이다. 산후 초기엔 쇠고기보다는 참기름을 넣어 미역국을 먹는 것이 좋다.

 민간에선 호박, 특히 늙은 호박이 산후 조리용 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산후 부기를 빼는 데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잘못이다.

 산후 부기는 산모의 배뇨 기능과는 무관한 경우가 많다. 출산 직후엔 대개 배뇨 기능이 왕성하다. 소변이 잘 나오지 않아서 붓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늙은 호박이 부기를 빼주는 것은 이뇨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모가 소변을 보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으면서 몸이 부어 있을 경우 늙은 호박은 별 도움이 안된다. 오히려 배뇨를 담당하는 신장에 과부하가 걸려 극히 드물지만 신성(腎性) 고혈압을 유발할 수도 있다.

 호박은 산모의 위장 능력을 강화시켜 소화력을 높여준다. 단 출산 후 어혈이 사라진 뒤에 먹는 것이 좋다. 호박이 기혈의 흐름을 막아서 어혈을 정체시킬 수 있어서다.

 산모가 입맛을 잃거나 소화ㆍ모유 분비가 잘 안될 때는 호박 꿀단지를 만들어 먹이는 것도 방법이다. 호박의 꼭지 부위를 떼어 내고 속을 판 뒤 여기에 꿀을 넣고 다시 꼭지를 덮어 푹 쪄낸 것이 호박 꿀단지다.

 별명이 ‘민물의 대장군’인 가물치도 효과적인 산후 조리용 식품이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엔 “산모가 산후에 가물치를 먹으면 백병(百病)을 고칠 수 있다”고 기술돼 있다. 조선 중기의 문장가 유몽인의 ‘어유야담’에도 “가모치(加母致, 가물치를 뜻함)는 어머니나 산모 등 여성에게 좋은 음식”이라 소개됐다. 동의보감엔 “성질이 차고 부은 것을 내리며 소변이 잘 나가게 한다”고 쓰여 있다. 이를 근거로 평소 몸에 열이 많은 산모에게 권장한다. 산후 부기를 가라앉혀준다고 하나 늙은 호박과 마찬가지로 배뇨에 이상이 없는 산모는 순전히 부종을 치유하기 위해 가물치를 먹을 필요는 없다.

 가물치엔 칼슘ㆍ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어 산모의 영양 보충을 돕는다. 회음 절개나 제왕절개를 한 산모에겐 추천되지 않는다. 혈류 순환이 원활해야 상처가 빨리 치유되는데 가물치ㆍ잉어ㆍ쇠고기ㆍ돼지고기 등 기름진 식품은 기혈은 순환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절개 부위가 다 아문 뒤에 먹는 것은 괜찮다.

잉어도 산후 조리에 유용하다. 젖이 잘 나오게 하고 출산 후의 빈혈 예방도 돕는다. 우리 선조는 몸이 많이 부은 산모에게 잉어탕ㆍ황기 잉어구이 등을 제공했다.

 돼지족발ㆍ마(산약)ㆍ식혜 등도 산모가 기억해둘만한 음식이다.

 돼지 족발은 예부터 영양부족으로 모유 생산이 안 되는 산모에게 먹였다. 모유량은 충분하지만 잘 나오지 않거나 막혀있을 때는 조리 시 돼지의 발굽까지 사용했다. 기(氣)가 막혀 있으면 모유 배출이 잘 안 되므로 막힌 기를 발굽으로 뚫는다는 것이다. 돼지가 발굽으로 땅을 파듯이 말이다. 두뇌건강을 위해 뇌를 닮은 호두를, 간 건강을 위해 동물의 간을 추천하는, 이른바 동기상구(同氣相求)라는 한방 이론에 근거한 것이다.

 산모는 온몸의 뼈와 이가 약화되고 탈모 증세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를 완화하는 산후 조리 식품이 마다. 마는 한방에서 신(腎 , 비뇨생식)의 기능을 강화시켜 뼈와 관절을 튼튼하게 하고 탈모 방지를 돕는 채소로 간주된다.

 식혜는 모유의 분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젖을 끊을 때 유용하다. 산후에 팔다리나 관절이 아플 때는 쥐눈이콩(서목태, 약콩)이나 콩나물을 넣고 탕을 만들어 먹는 것이 좋다.

 산후에 피해야 하는 음식도 여럿 있다. 짜거나 자극적이거나 딱딱하거나 기름지거나 찬 음식이다.

 짠 음식은 기혈의 순환을 떨어뜨려 모유의 분비를 막을 수 있다. 콜라ㆍ커피ㆍ녹차 등 카페인 음료를 산모가 마시면 모유를 먹는 아기에게 카페인 성분이 전달된다. 찬 음식의 냉기는 모체에 스며들어 기혈의 흐름을 정체시킨다. 출산 직후엔 치아를 비롯한 전신의 관절이 약해지는데 이때 딱딱한 음식을 먹으면 쉽게 손상될 수 있다.

 기름진 음식은 기혈을 정체시켜 혈류순환을 방해한다. 열량 과잉으로 산모가 산후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흑염소ㆍ개소주ㆍ뱀탕 등 고열량 보양식을 피하라고 하는 것은 그래서다. 산모의 체중 조절을 위해선 호박 꿀단지도 과식해선 안 되고 미역국도 하루 3회 이내로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양의학과 영양학에선 산모 본인은 물론 모유를 먹는 아기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임신 기간보다 열량과 영양소를 더 많이 섭취할 것을 권한다.

열량은 임신 도중보다 400㎉(샌드위치 한개) 가량 더 섭취하고 단백질은 임신기보다 5g, 평소보다 15g 더 먹는 것이 적당하다. 이를 위해 살코기ㆍ저지방이나 무지방 유제품ㆍ생선의 섭취를 늘려야 한다.

 지방은 참치ㆍ꽁치ㆍ고등어ㆍ정어리 등 푸른 생선에 풍부한 DHAㆍEPA 등 오메가-3 지방 위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특히 DHA는 아기의 신경계 발달을 돕고 염증을 줄이며 아기들이 잠을 제대로 잘 수 있게 하고 알레르기를 억제한다.

 물은 평소보다 많이 마시려고 노력해야 한다. 제철 과일과 채소를 더 많이 섭취해야 대부분의 산모가 경험하는 변비를 예방할 수 있다. 지나치게 짜거나 자극적인 음식은 신장에 무리를 줄 수 있고 모유의 맛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피한다. 카페인ㆍ알코올ㆍ흡연은 산후 조리 때는 삼간다.





고민희 기자 kkmmhh@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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