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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스님이 꼽은 사찰음식 세 재료, 우엉ㆍ연근ㆍ머위
선재스님이 꼽은 사찰음식 세 재료, 우엉ㆍ연근ㆍ머위
  • 푸드앤메드
  • 승인 2019.02.2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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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에 머위를 세 번 올리지 않으면 상좌를 내쫓아도 된다”


  -사찰에선 우엉이 스님의 인내심을 길러준다고 여겨 



 사찰음식 전문가인 선재 스님은 사찰음식 재료 중 웰빙 효과가 높은 것으로 우엉ㆍ연근ㆍ머위를 꼽는다. 맛이 쓴 머위는 혈관을 튼튼하게 한다. 불가에선 “봄에 머위를 식탁에 세 번 올리지 않으면 상좌(제자)를 내쫓아도 된다”는 말이 있다. 우엉은 암 예방과 재발 방지, 연근은 몸을 정화시키고 혈전을 막는데 유용한 채소로 간주된다.

 사찰에선 우엉이 인내심을 길러준다고 여겨 일부러 스님의 밥상에 올렸다.

 우엉은 버릴 것이 없다. 주로 뿌리를 먹지만 어린 순은 삶아서 무쳐 먹고 심장 모양인 잎은 기름에 튀겨 먹고 뿌리는 조려서 반찬으로 쓴다.

 대표 웰빙 성분은 식이섬유다. 식이섬유는 열량이 거의 없고 빠르게 포만감을 주어 체중 감량에 이로운 성분이다. 또 변비를 예방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동맥경화 예방을 돕는다. 우엉을 잘랐을 때 나오는 끈적거리는 성분인 리그닌도 식이섬유의 일종이다. 리그닌은 요즘 암 예방 성분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리할 때 우엉을 최대한 얇게 써는 것은 자르는 도중 리그닌이 많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다당류인 이눌린(inulin)이 많이 들어 있다는 것도 우엉을 돋보이게 한다. 우엉은 전체 당질의 절반가량이 이눌린이다. 이눌린은 천연 인슐린(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이라 불릴 만큼 혈당 조절에 이롭다.

 우엉의 떫은 맛 성분은 녹차의 떫은 맛 성분과 같은 타닌(카테킨)이다. 타닌은 소염 효과가 있어 피부 건강을 돕는다.

 연근(蓮根)은 불교와 인연이 깊은 식품이다. 민간에선 혈액의 소통(흐름)을 원활하게 식재료로 통한다. 연근 껍질을 벗기다가 실수로 양의 피를 받아놓은 그릇에 연근을 떨어뜨렸는데 이때 양의 피가 서로 엉기지 않는 것을 보고 연근이 뭉친 피를 흩뜨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중국(송나라) 때의 얘기다. 선짓국을 끓일 때 연근을 넣으면 엉기지 않는 것도 연근이 혈전(血栓) 예방을 돕는다는 간접 증거다.

 명칭에 뿌리 ‘근’(根)이 들어 있어 연근을 연의 뿌리로 오인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론 땅속줄기다. 식물의 줄기가 땅 속에 있는 것을 땅속줄기라 하는데 연근은 땅속줄기 중에서도 땅속을 옆으로 뻗어 나가는 뿌리줄기에 해당한다. 대개 뿌리줄기인 연근을 캐낸 뒤 수염뿌리를 제거하고 먹는다.

 덜 익은 것은 부드럽고 단맛이 나므로 껍질만 벗기면 생식이 가능하다. 연근은 사각사각 씹히는 질감과 뛰어난 영양을 지녀 다양한 요리 재료로 이용된다. 구멍이 나 있어 이를 통한 조미료와 열의 이동이 용이하다. 궁합이 잘 맞는 식품은 다시마ㆍ말린 표고버섯ㆍ건어물이다.

 연근의 주성분은 탄수화물(대부분 녹말)이다. 연근에서 얻은 녹말을 우분(藕粉)이라 한다. 우분에 멥쌀을 섞어 지은 뒤 꿀을 섞은 음식이 연자분이다.

 비타민 C(항산화 효과)ㆍ칼륨(혈압 조절)이 많이 들어 있다는 것이 돋보인다. 불용성(不溶性) 식이섬유가 풍부하다는 것도 영양상의 장점이다. 불용성 식이섬유는 배변을 용이하게 하여 변비를 예방한다. 또 장내의 발암ㆍ유해물질 배출을 촉진해 대장암 예방 효과도 기대된다.

 연근을 자를 때 보이는 끈적끈적한 ‘실’ 같은 물질도 소중한 성분이다. ‘실’의 정체는 단백질의 일종이자 점액 성분인 무틴(mutin)이다. 무틴은 토란ㆍ청국장ㆍ나토ㆍ오크라에도 있는데 위벽을 보호하고 단백질ㆍ지방의 소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체내에 당질(탄수화물)이 들어오면 무틴이 들러붙어서 당질의 분해 속도를 늦춰준다. 연근은 혈당 조절을 도우므로 당뇨병 환자에게 권할 만하다.

 연근은 맛이 달면서도 떫다. 떫은 것은 항산화 성분인 타닌(카테킨)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소염ㆍ지혈 효과를 지닌 타닌은 점막 부위의 염증을 가라앉히고 피를 멎게 한다. 위염ㆍ위궤양ㆍ십이지장궤양 등 소화기에 염증이 있거나 코피가 잦은 사람에게 연근 반찬을 추천하는 것은 그래서다.


 ◇사찰음식에서 말하는 4계절 질병과 제철음식


봄: 가래ㆍ기침 감기ㆍ심화 병이 오기 쉽다, 머위ㆍ쑥 등 쓴맛을 내는 식품이 유용

여름: 풍병(중풍ㆍ뇌졸중)이 오기 쉽다, 보리밥ㆍ보리차ㆍ열무김치ㆍ호박잎ㆍ풋고추ㆍ풋오이 등 더위를 이길 수 있는 식품이 유용

가을: 황열병ㆍ염증에 의한 질병(위장염)ㆍ편도선이 붓는 감기 등이 오기 쉽다, 고구마ㆍ무ㆍ우엉ㆍ당근ㆍ붉은 고추ㆍ늙은 호박ㆍ과일 등 식물의 뿌리ㆍ열매가 유용

겨울: 봄ㆍ여름ㆍ가을의 병이 뭉쳐서 오기 쉽다, 사계절 음식을 두루 먹고 김장김치ㆍ오곡밥ㆍ아홉 가지 나물을 섭취한다



◇승려 식사법(발우공양)의 4대 원칙


소식(小食)한다

고루 먹는다(승려가 일곱 집의 공양을 받아먹는 ‘칠가식’은 각종 영양소가 골고루 든 음식)

법(法)답게 먹는다(배가 고프거나 식탐으로 음식을 먹지 않는다)

오래 씹는다(음식이 물이 될 때까지 씹는다)


자료=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소



◇사찰음식 등 채식 위주의 식생활에서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


단백질: 부족하면 면역력이 떨어진다(콩ㆍ버섯을 즐겨 먹어 단백질 보충)

비타민 B12: 동물성 식품에만 존재, 부족하면 악성 빈혈에 걸리기 쉽다

칼슘: 부족하면 성장 지연, 뼈와 치아 약화(시금치 등 녹색 채소ㆍ콩ㆍ견과류에 함유)

철분: 부족하면 철 결핍성 빈혈 유발(시금치ㆍ브로콜리ㆍ콩에 함유)

아연: 면역력 강화, 성장을 돕는다(통밀ㆍ현미ㆍ콩ㆍ견과류에 함유)





고민희 기자 kkmmhh@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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