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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칸디나비아 사람이 호밀을 즐기는 이유?
스칸디나비아 사람이 호밀을 즐기는 이유?
  • 푸드앤메드
  • 승인 2019.02.25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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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 에스트로겐의 일종인 리그난 풍부


-위스키ㆍ진ㆍ맥주ㆍ보드카의 원료로도 유용 



 호밀(rye)은 밀처럼 보이지만 더 슬림(slim)하다. 밀보다 보리와 닮은 구석이 더 많다. 보릿고개란 말이 있듯이 보리는 예부터 굶주린 배를 채워주는 서민의 곡식이었다. 고대 그리스ㆍ로마의 귀족들은 식감이 나쁘다는 이유로 호밀을 멀리 했다. 거친 음식, 즉 식이섬유가 풍부한 통곡(whole grain)이 입 안에서 부드럽게 넘어가는 잘 도정된 곡류보다 건강에 훨씬 유익하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덕분에 과거엔 부자보다 가난한 사람이 영양ㆍ건강 측면에서 더 나은 음식을 섭취할 수 있었다.

 호밀은 춥고 메마른 땅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다. 북극권에서도 생존할 만큼 내한성(耐寒性)이 강하다. 겨울 밀을 재배하기에도 기온이 낮은 곳에서 생산되는 겨울 곡물이다. 유럽의 한지(寒地)인 러시아ㆍ폴란드와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사람이 호밀을 즐겨 먹는 것은 그래서다.

 우리 국민은 호밀이라고 하면 호밀 빵이나 제롬 샐린저가 쓴 ’호밀밭의 파수꾼’을 흔히 연상한다. 호밀로 만든 빵이 웰빙 빵으로 널리 알려지기 전까지 한국인에게 그리 친숙한 곡류는 아니었다. 1921년 강원도 난곡의 독일인 농장에서 호밀이 처음 재배됐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밀ㆍ보리보다 수확량ㆍ수익성이 떨어져 국내에선 거의 생산되지 않는다. 국산 호밀은 대부분 가을에 씨를 뿌려 봄에 수확한다.

독일 흑빵인 슈바르츠브로트ㆍ펌퍼니켈, 스칸디나비아의 바삭바삭한 크네케브로트 등이 유명한 호밀 빵이다. 호밀에는 빵을 만들 때 끈기ㆍ탄력을 주고 모양을 잡아주는 글루텐(gluten, 단백질의 일종)이 밀보다 적게 들어 있다. 호밀 빵이 밀가루 빵에 비해 더 딱딱하고 꽉 찬 느낌을 주는 것은 그래서다. 글루텐이 소량이나마 들어 있으므로 글루텐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사람은 호밀 섭취를 피해야 한다.

 호밀 빵은 검은 빵으로 통한다. 호밀 빵이 검은 것은 덜 정제된 분말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도정이 쉬운 밀ㆍ벼와는 달리 호밀은 낟알에서 배아ㆍ겨ㆍ겉껍질 등을 분리(정제)하기가 힘들다. 밀에 비해 호밀의 영양소가 풍부한 것은 이 덕분이다.

 밀가루로 빵을 만들 때는 효모가 주로 사용되지만 호밀 빵 제조에는 사워도우(sourdough)가 더 자주 쓰인다. 신맛이 나는 이유다. 북구인은 딱딱한 호밀 빵을 얇게 썰어 버터ㆍ돼지기름 등을 발라 먹는다. 철갑상어알ㆍ정어리 등을 얹거나 햄ㆍ치즈ㆍ훈제 연어ㆍ훈제 고등어 등을 끼워 넣은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호밀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잘 간직한 곡식이다  사람이 경작해 수확한 호밀과 야생 호밀이 성분상의 차이가 별로 없다. 원산지는 중앙아시아다. 호맥(胡麥)ㆍ흑맥(黑麥)이라고도 한다. 주로 빵ㆍ비스킷ㆍ호밀전분용으로 쓰인다. 사료용으로도 재배된다. 미국ㆍ캐나다 위스키, 네덜란드 진, 러시아 맥주ㆍ보드카의 원료로도 사용된다.

맛은 깊고 약간의 산미(酸味)가 느껴진다. 주 영양소는 탄수화물(100g당 70.7g)이지만 의외로 고(高)단백 식품이다. 100g당 단백질 함량이 15.9g(호밀 빵 8.5g)에 달한다. 혈압을 조절하는 칼륨(100g당 501㎎), 빈혈 예방을 돕는 철분(100g당 6.4㎎). 노화ㆍ암을 억제하는 셀레늄, 스트레스 해소에 이로운 마그네슘, 피로 회복ㆍ정신 건강에 유익한 비타민 B1, 천연 수면제인 트립토판(아미노산의 일종)이 풍부한 것도 영양상의 장점이다.

 최고의 웰빙 성분은 식이섬유다. 호밀이 정장 작용ㆍ변비 개선ㆍ항암 효과가 뛰어난 곡류로 알려진 것도 밀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식이섬유 때문이다.

 호밀은 고혈압(칼륨)ㆍ비만(식이섬유)ㆍ빈혈(철분)ㆍ갱년기 장애(리그난)ㆍ당뇨병(식이섬유) 환자에게 추천할 만하다.

 음식 섭취 후 혈당 변화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인 당지수(GI)가 호밀 빵의 경우 55 이하로 채소ㆍ버섯ㆍ해조류 수준이다. 호밀에 든 리그난은 콩의 아이소플라본처럼 식물성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의 일종이다. 리그난은 폐경 여성의 몸 안에서 마치 여성호르몬처럼 작용해 심장병 등 폐경 여성에게 흔한 질병 예방을 돕는다. 밀폐용기에 담아 차고 건조한 곳에 두면 몇 달 보관이 가능하다.

 호밀에 생기는 맥각병은 곰팡이의 일종인 맥각균이 원인이다. 곰팡이 냄새가 나는 호밀 음식은 먹어서는 안 된다. 극히 드문 일이지만 이런 호밀 음식을 먹으면 환각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맥각균에 환각 유발 물질이 포함돼 있어서다. 마약류인 LSD는 맥각균에서 유래한 것이다. 맥각병에 걸려 호밀 줄기에 나타나는 검은 덩어리인 맥각은 혈압상승 또는 수축 기능이 있어 약으로 쓰기도 한다.


  ◇전통 호밀빵 만들기

 반죽 재료: 강력분 250g, 호밀가루 250g, 물 400㎖, 생효모(이스트) 15g, 몰트 10g, 소금 10g, 전반죽 200g


 만드는 법

 ① 모든 재료를 넣고 섞은 다음 반죽을 랩으로 씌워 45분간 1차 발효시킨다

 ② 450g씩 나눠 동글리기한 뒤 20∼30분간 방치한다

 ③ 성형한 뒤 25도에서 1시간30분 동안 2차 발효시키고 호밀가루를 뿌린다

 ④ 칼집을 적당히 넣은 뒤 230도에서 30분간 구워낸다



 ◇검은 호밀빵 만들기

 반죽 재료: 호밀가루 1000g, 물 750㎖, 소금 30g, 르뱅 1000g, 캐러멜 10g

 호밀 르뱅: 포도와 적당한 크기로 자른 사과를 3주 가량 보관하면 생기는 즙과 물ㆍ밀가루를 섞은다. 이 과정을 2∼3회 반복하면 르뱅이 만들어진다. 첨가제ㆍ베이킹 파우더ㆍ생효모를 넣지 않고 자연 배양한 것이 장점이다.


  만드는 법

 ① 모든 재료를 2분간 믹싱한 뒤 랩을 씌워 30분간 방치한다

 ② 1200g과 600g씩 분할하고 성형한 뒤 호밀가루를 묻힌다

 ③ 호밀가루를 뿌려둔 발효용기에 ②룰 놓고 15∼20분간 발효시킨다

 ④ 260도로 예열한 오븐에 넣고 240도에서 75∼90분간 구워낸다





고민희 기자 kkmmhh@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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