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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코마이신으로도 죽일 수 없다면 슈퍼 박테리아
반코마이신으로도 죽일 수 없다면 슈퍼 박테리아
  • 박태균
  • 승인 2019.03.25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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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SA는 슈퍼 박테리아가 아니라 슈퍼버그

-세균은 그람 양성균과 그람 음성균으로 분류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이 얼마 전 1심에서 전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조사 결과 신생아는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균은 강력한 항생제도 듣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급’ 세균이다. 이대목동병원 사태를 계기로 다제 내성균 등 슈퍼 박테리아의 심각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우리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세균(박테리아)은 그람 양성균과 그람 음성균으로 나뉜다. 그람(Gram)은 덴마크의 의사 한스 그람의 이름으로 그가 고안한 방법으로 세균을 염색하면 보라색(그람 양성균) 또는 빨간색(그람 음성균)으로 염색된다. 그람 양성균과 음성균은 항생제에 대해서도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인다. 예로 그람 양성균을 잘 죽이는 항생제라도 그람 음성균에 대해선 약효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람 양성균과 음성균의 세포벽 구조와 성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람 양성균과 음성균에 효과적인 항생제가 따로 있다. 최후의 항생제라고 통하는 반코마이신은 그람 양성균을 겨냥한 약이다. 대표적인 슈퍼 박테리아로 알려진 VRSA(Vancomyc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는 황색 포도상구균의 일종이다. 상처가 난 손에서 발견되고 3대 식중독균중 하나인 황색 포도상구균이 슈퍼 박테리아란 말은 아니다. 황색 포도상구균 중에서 반코마이신에 내성을 가진(반코마이신으로 죽일 수 없는) VRSA만 슈퍼 박테리아다. VRSA는 마지막 항생제라는 반코마이신을 주사해도 생존해 더 이상의 치료방법이 없다고 해서 슈퍼 박테리아다. 

 국내 병원의 골칫덩이인 MRSA라는 세균도 약어의 뒤 두 글자가 VRSA와 같은 ‘SA’다. 다시 말해 황색 포도상구균이다. MRSA의 첫자인 M은 메티실린(methicillin)이란 항생제다. MRSA는 메티실린이란 항생제로 죽일 수 없는 포도상구균을 가리킨다. MRSA는 반코마이신으론 죽일 수 있다. 서구에서 슈퍼 박테리아보다 한 등급 낮은 ‘슈퍼 버그(Super bug)라고 부르는 것은 그래서다. 황색 포도상구균이란 평범한 세균이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해 MRSA도, VRSA도 되는 것이다. 

그람 음성균의 최후의 항생제는 카바페넴(carbapenem)이다. 인도ㆍ파키스탄ㆍ영국ㆍ미국에서 잇달아 발견된 ‘슈퍼 박테리아’는 ‘카바페넴 내성 장내균’이다. 약어로는 CRE(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이다. 장내균도 흔한 세균이다. 과거엔 등 그람 음성균 전용 항생제를 투여해 쉽게 죽일 수 있었다. 

일본에서 발견된 MRAB는 ‘AB’ 즉 아시네토박터균(Acinetobacter Baumannii)이라는 그람 음성균이다. 여기서 M은 ‘Multi-drug’, 즉 여러 약(항생제)을 의미한다.  MRAB는 여러 항생제를 투여해도 잘 견디는 아시네토박터균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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