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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까지 위협하는 식중독균도 있다
생명까지 위협하는 식중독균도 있다
  • 박태균
  • 승인 2019.04.11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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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중독균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식중독이라고 하면 가벼운 질병으로 여기는 사람이 대부분

-병원성 대장균 O-157ㆍ비브리오 패혈증균ㆍ리스테리아균은 '강독'

 

나들이 하기 좋은 계절이다. 들뜬 마음으로 나선 길에 음식을 조심하지 않으면 자칫 건강까지 상할 수 있다. 기온이 올라가고 바깥 출입이 잦은 봄철엔 식중독이 늘어난다. 

봄철엔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균에 의한 세균성 식중독이 많이 생긴다. 최근 5년(2014~18)간 이 균에 의한 식중독 환자는 3281명에 달한다. 봄철인 3~5월에 62.2%(2,041명)가 집중됐다.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균은 토양 등 환경에 널리 존재한다. 열에 강한 포자를 갖고 있다. 조리한 음식을 빨리 냉장 보관하지 않으면 포자가 발아해 독소가 생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이윤동 식품기준기획관은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균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조리 시 독소까지 파괴될 수 있도록 식품의 중심부 온도가 63~74도 이상 되도록 충분히 가열 조리하고, 조리 후 가급적 빨리 먹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관해야 한다면 10도 이하로 냉장 보관하거나, 60도 이상 온장 보관한다.

식중독이라고 하면 배탈ㆍ설사로 며칠 고생하면 자연 치유되는 가벼운 질병으로 여기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노로 바이러스를 비롯해 살모넬라균ㆍ황색 포도상구균ㆍ장염 비브리오균ㆍ바실러스 세레우스균 등은 증상이 그리 심하지 않고 지속기간도 대개 1주일 이내다.   

 식중독균 중엔 증상이 위ㆍ장에 머물지 않고 심장ㆍ신장 등 다른 장기들을 손상시키거나 생명까지 위협하는 것이 여럿 있다. 병원성 대장균 O-157ㆍ비브리오 패혈증균ㆍ리스테리아균이 여기 속한다. 

 일반적인 대장균은 대장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하는 세균으로 대부분 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덜 익은 쇠고기 등을 먹었을 때 감염되기 쉬운 병원성 대장균 O-157은 예외다. 고려대 식품생명공학과 이민석 교수는 "병원성 대장균 O-157이 내는 독소는 용혈성 요독증후군(HUS)을 일으켜 신장을 망가뜨리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순한’ 장염 비브리오균과는 달리 비브리오 패혈증균은 ‘독종’이다.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강동현 교수는 "평소 간이 나쁘거나 알코올 섭취가 과다한 사람이 비브리오 패혈증균에 감염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리스테리아균에 의한 증상은 일반적인 식중독 증세와는 다르다. 임신부가 감염되면 유산ㆍ사산ㆍ조산 등이 유발된다. 고위험군(임산부ㆍ어린이ㆍ노인ㆍ면역이 약한 사람)에겐 패혈증ㆍ뇌수막염ㆍ심내막염 등을 일으키는 위험천만한 세균이다. 

우리 식품안전ㆍ방역 당국이 ‘식중독균은 식중독만을 일으킨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결과 병원성 대장균 O-157ㆍ리스테리아 등 ‘유별난’ 식중독균에 의한 HUSㆍ유산ㆍ패혈증 등을 바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리스테리아균의 경우 국내에서 냉동식품 등에서 여러 차례 검출됐지만 리스테리아 환자는 1명도 없다. 미국에선 해마다 2500건 정도의 발병 사례가 보고 되고 있다. 

병원성 대장균 O-157에 의해 HUSㆍ신부전이 생긴 사례도 국내엔 거의 없다. 우리 국민이 특별히 더 건강해서일까? 그보다는 HUS 증상이 나타나거나 신장이 망가져도 병원성 대장균 O-157을 의심하는 의사가 거의 없기 때문일 가능성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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