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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생강, 남쪽에서 따스함 품고 왔어요
겨울철 생강, 남쪽에서 따스함 품고 왔어요
  • 박태균
  • 승인 2021.01.06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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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전 중국의 고의서부터 고려사까지 기술된 ‘생강’
- 성질이 따뜻하고 감기에 좋아 민간에서는 천연 기침약

 

 

 


수정과ㆍ추어탕ㆍ어죽ㆍ냉잇국ㆍ배숙ㆍ송편ㆍ동치미ㆍ연포탕ㆍ만두ㆍ게장ㆍ가자미식해 등 다양한 한식에 빠짐없이 사용되는 생강(生薑)은 원래 열대성 채소다. 고온ㆍ다습한 땅에서 잘 자라고 원산지도 인도와 남부 아시아다. “겨울에 무, 여름에 생강을 먹으면 의사를 볼 필요가 없다”는 속담까지 있다.

2,000년 전의 중국의 고의서에도 생강이 등장한다. 고려사(1018년)에 기술된 것이 한반도의 첫 생강 관련 기록이다. 당시 생강은 왕의 하사품일 만큼 귀했다. 생강을 찌거나 삶아서 말린 것이 건강(乾薑), 불에 구워 말린 것이 흑강(黑薑)이다.

성질이 따뜻해 기온이 떨어졌을 때 보온(保溫) 식품으로도 유용하다. 겨울철 향신료로 간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생강 한쪽을 불린 찹쌀 한 컵과 함께 푹 끓인 뒤 체로 걸러 만든 미음을 먹으면 몸이 한결 따뜻해진다. 생강의 보온 효과는 진저롤ㆍ진저론 등 생강의 매운맛 성분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한 덕분으로 알려졌다.

감기ㆍ독감 시즌인 겨울에 더욱 빛을 발한다. 다산 정약용은 ‘다산방’에서 “생강을 달여 먹고 땀을 내면 감기가 낫는다”고 했다.

감기 기운이 있는 사람에게 생강을 얇게 저며 설탕이나 꿀에 재웠다가 뜨거운 물에 넣어 우려낸 생강차를 권장한다. 생강즙ㆍ대추ㆍ설탕ㆍ술(따뜻하게 데운) 등을 끓는 물에 넣은 것도 감기 초기 환자에게 추천한다.

민간에선 생강을 썰어서 설탕에 절였다가 80∼90도의 고온에서 말린 편강을 기침ㆍ가래약으로 흔히 써 왔다.

입맛을 높이고 소화를 돕는 효과도 있다. ‘동의보감’엔 건강(乾薑, 말린 생강)이 한방 소화제로 소개됐다. 생강의 매운맛 성분은 소화 효소의 분비를 촉진해 위액이 더 잘 나오도록 한다.

살균(殺菌)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도 매력이다. 생선회ㆍ초밥 등을 생강과 궁합이 잘 맞는 식품으로 보는 것은 맛이 서로 잘 어울리는 데다, 생강의 매운맛 성분이 날음식에 오염돼 있을지 모르는 각종 식중독균을 죽이기 때문이다.

장거리 여행 전에 생강을 미리 먹어두면 멀미 걱정을 덜 수 있다. 생강의 멀미 억제 효과는 약국에서 판매하는 멀리 예방약 못지않다. 생강은 뇌가 아닌 장(腸)에 작용해 멀미를 완화하므로 일반 멀미약처럼 졸음을 일으키지도 않는다. 홍콩에서 배 타는 사람이 생강을 즐겨 먹는 것은 그래서다.

입덧 완화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임신 초기에 속이 메스껍거나 구토감이 느껴질 때 생강(하루 1g)과 비타민 B6(하루 75㎎)를 먹으면 속이 한결 가벼워진다는 연구 결과가 호주에서 나왔다. 임산부와 태아에겐 이렇다 할 부작용이 없었다.

생강은 인도의 아유르베다 의학ㆍ아로마테라피(향기요법)의 재료로 활용된다. 한방에선 전체 약재의 거의 절반에 들어 있는 약재다. 생강이 한약재로 자주 쓰이는 것은 외부에서 침입한 사기(邪氣, 나쁜 기운)를 몸 밖으로 내보내는 효과가 있다고 봐서다. 생강이 다른 약재를 잘 흩어지게 하는 성질도 갖고 있다. 각종 한방 처방에 생강을 소량 첨가하면 약의 전달 효과가 빨라진다. 해독 효과가 커서 탕약에 든 여러 생약 성분의 독성을 덜어준다. 한방에선 생강을 대개 열을 내려주고 기침을 멎게 하며 가래를 삭여주기 위한 용도로 쓴다.

국내에서 생강은 김치 담글 때 주로 사용된다. 음료와 차의 재료로도 쓰인다. 음식에 생강을 너무 많이 넣으면 씁쓸한 맛이 나므로 조금씩 적당량을 넣는다. 중국인은 주로 육류요리에 이용한다. 일본인은 얇게 썬 생강을 식초에 절인 초절임 형태를 선호한다.

유럽에선 빵ㆍ케이크ㆍ비스킷ㆍ푸딩ㆍ잼 등을 만들 때 생강이 들어간다. 생강을 이용해 만든 술과 음료도 즐긴다. 생강ㆍ설탕ㆍ물ㆍ레몬주스를 이용해 만든 술이 진저비어(ginger beer)다. 발효 과정을 거치지만 알코올 함량은 낮은 술로 1800년대 영국에서 처음 제조됐다. 진저에일(ginger ale)은 탄산수에 생강 향을 섞어 만든 탄산음료다. 진저에일은 1851년 아일랜드에서 처음 발명됐다. 진저에일의 일종인 캐나다 드라이(Canada Dry)는 1907년 캐나다에서 개발됐다. 진저에일은 골든(golden)ㆍ드라이(Dry) 등 두 종류가 있으며, 널리 사용되는 것은 ‘드라이’다. 색이 탁하면 진저비어, 투명하면 진저에일일 가능성이 크다. 진저에일 병 안에서 하얀 부유물이 보이기도 하는데 생강이므로 안심해도 된다.

향미가 강하면서 매운맛이 적당한 것이 양질의 생강이다. 크기와 모양이 일정하고, 육질이 단단하며, 굴곡이 적고, 껍질이 얇은 것이 상품이다. 어두운 흑색을 띠거나 가늘고 어린뿌리가 나 있거나 시든 것은 사지 말아야 한다.

섭취할 때 주의할 점도 있다. 생강이 혈관을 확장하는 효과가 있어 치질ㆍ위궤양ㆍ십이지장궤양 등 출혈이 일어나기 쉬운 병을 가진 환자에겐 권하기 힘들다. 생강차를 마신 뒤 찬 바람을 쐬고 다니면 열린 땀구멍으로 냉기가 침범해 감기가 도리어 악화할 수도 있다.

생강은 흙을 털고 깨끗이 씻은 뒤 껍질을 벗기고 요리에 사용하면 된다. 2∼3일 이내에 먹을 생각이라면 다듬어서 비닐이나 젖은 행주에 싸서 냉장고에 넣어둔다. 더 오래 두고 먹으려면 흙이 붙은 채로 신문지 등에 싸서 흙이나 모래에 묻어둔다. 비닐봉지에 넣어 보관할 때는 봉지에 구멍을 뚫어두어야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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