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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철의 주인공, 배추의 모든 것
김장철의 주인공, 배추의 모든 것
  • 박태균
  • 승인 2021.02.15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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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세기 한약 구급방 처음 출현, 국민 전체 채소 소비량의 31.2% 우뚝
- 영양성분, 보관법 등 더 건강한 배추 소비를 위한 꿀 팁

 

 

 

올해 김장은 11월 하순부터 12월 상순이 적기일 것으로 예상한다. 민간기상기업 케이웨더는 11월 하순과 12월 상순 기온이 평년보다 다소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이 시기를 ‘김장 예상 적정 시기’로 전망했다. 일반적으로 김장은 일 평균기온이 4도 이하, 일 최저기온이 0도 이하로 유지될 때가 적기다. 이보다 기온이 높으면 김치가 빨리 익고, 반대로 낮으면 배추ㆍ무가 얼어 제맛을 내기 어렵다.

김치를 담그는 김장철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식재료는 배추다. 배추는 우리 국민이 가장 즐겨 섭취하는 채소이기도 하다. 연간 1인당 배추 소비량은 49.3kg으로, 전체 채소 소비량의 31.2%를 차지한다(2015년 기준).

배추는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호냉성 채소다. 성장에 적합한 온도는 18~20도다. 잎이 뭉치는 결구를 위해선 이보다 약간 낮은 온도인 15∼18도가 적당하다.

배추의 기원은 지중해 연안과 북동부 유럽의 보리밭 등에서 자라는 잡초성 유채라고 전해진다. 이 식물이 지중해ㆍ중앙아시아를 거쳐 2,000년 전에 중국에 전파됐다. 16세기에 반결구배추, 18세기에 결구배추가 나왔다.

우리나라 문헌엔 13세기께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 처음 등장한다. 당시엔 채소가 아니라 약초로 이용됐다.

배추는 국물 음식에도 넣지만 주된 용처는 김치다. 우리 선조는 채소와 소금물로만 김치를 만들었다. 요즘 우리가 흔히 먹는 고춧가루로 양념한 배추김치가 선보인 것은 18세기 이후다. 한반도에 고추가 유입된 시기가 16세기 초이고, 배추는 17세기부터 재배되기 시작했다.

배추김치의 맛은 배추가 좌우한다. 배추김치를 담글 때 식재료의 배합 비율은 지역ㆍ사람마다 다양한데 배추를 100으로 할 때, 무 10, 파 1, 고춧가루 2∼3, 마늘 1∼1.5, 생강 0.5, 젓국 2, 소금 2 정도가 일반적이다.

배추는 무ㆍ고추와 함께 우리 국민이 즐겨 먹는 ‘3대 채소’로 꼽힌다. 영문명이 ‘Chinese cabbage’다. 한국 배추(Korean cabbage)라고 하면 서울 배추와 개성배추가 있다. 서울 배추는 키가 작고 색깔이 연한 데 반해 개성배추는 키가 크고 색깔이 짙다.

배추의 품종은 잎이 포탄처럼 단단하게 뭉친 결구(結球)배추, 밑동 부분만 뭉친 반결구배추, 잎이 모이지 않은 불결구(不結球)배추로 분류된다.

결구배추(그대로 배추)와 반결구배추가 요즘 배추의 대세를 이룬다. 잘 자라고 수확량이 많으며 저장하고 다루기 쉽다는 장점 때문이다.

무ㆍ양배추ㆍ브로콜리ㆍ꽃양배추(콜리플라워)ㆍ케일 등과 함께 배추는 배춧과 채소에 속한다. 과거엔 영양학계에서 십자화과 채소라고 했다가 양배춧과 채소에 이어 요즘은 배춧과 채소라고 부른다. 배춧과 채소 중 서양인의 식탁에 자주 오르는 양배추ㆍ브로콜리ㆍ콜리플라워ㆍ케일 등은 이미 웰빙 식품의 지위를 굳혔다. 이에 비해 배추ㆍ무는 평가 절하돼 있다. 둘이 동양에서 주로 섭취하는 채소여서인지 효능을 밝힌 연구가 아직 부족한 탓이다.

영양 측면에서 보면 배추는 저열량ㆍ고칼륨ㆍ고식이섬유 식품이다. 배추(생것)의 열량은 100g당 10㎉로 양배추ㆍ적양배추의 절반 수준이다. 삶거나 소금에 절인 배추도 열량이 14㎉여서 전혀 부담이 없다. 혈압을 조절해주는 미네랄인 칼륨은 100g당 239㎎ 들어 있다. 비타민 C(17㎎)ㆍ칼슘(37㎎) 함량은 무 수준이다. 항산화 비타민이자 황색 색소 성분인 베타카로틴은 거의 들어 있지 않다.

배추의 식이섬유(변비ㆍ비만 예방에 유익)는 다른 채소보다 부드럽고 열을 가하면 부피가 많이 줄어든다. 다른 채소의 식이섬유처럼 장에서 발효하면서 가스를 방출하는 일이 적다.

겉의 푸른 잎에도 비타민 C가 풍부하므로 버리지 말고 김치나 국에 넣어 먹으면 좋다. 안의 심 부분은 단맛이 강해 생으로 썰어 무치거나 국을 끓여 먹어도 괜찮다.

배추는 소화가 잘된다. 수분이 많은(95.6%) 채소여서다. 육류를 섭취할 때 무를 함께 먹는 사람도 있지만, 배추는 무보다 고기와 궁합이 더 잘 맞는다.

배추는 속이 꽉 차고 묵직(2∼3㎏)한 것이 상품이다. 잎은 얇고 부드러우며, 밑 부분은 잘 뭉쳐 있어야 한다. 속의 잎을 씹었을 때 달고 고소한 맛이 나야 한다. 잘랐을 때는 속이 꽉 차 있고 내부가 노란색을 띠는 것이 상품이다. 너무 진한 노란색이나 흰색은 피한다. 잎에 검은 반점이 나 있으면 속까지 ‘점박이’일 가능성이 있다. 검은 반점은 붕소가 부족하다는 증거다.

이미 씻었거나 잘라 놓은 배추는 서둘러 사용하지 않으면 무르거나 시들게 된다. 바로 사용하지 않을 배추는 밑동만 잘라 놓고 겉에서부터 한 잎씩 필요한 만큼 잘라 쓴다.

보관은 10∼24도의 상온에서 하는 것이 원칙이다. 씻은 상태이거나 남은 배추는 비닐봉지에 담아 냉장고의 채소 칸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이때 배추를 세워두면 물러지는 것이 다소 억제된다.

8월 중순께 파종해 10월 말부터 수확하는 배추를 ‘가을배추’라 한다. 가을배추를 ‘김장배추’라고도 부른다. 과거부터 배추는 김장철에 맞춰 가을에 주로 수확됐다. 요즘은 비닐하우스와 김치냉장고 덕분에 연중 출시된다. 배추 맛은 늦가을 서리가 내릴 때 나온 것이 최고다. 기온이 떨어지면 잎이 단단하게 뭉쳐(결구) 당분이 빠져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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