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닦지 않고 먹는 수세미? 칼칼한 목도 개운하게 씻어준다
닦지 않고 먹는 수세미? 칼칼한 목도 개운하게 씻어준다
  • 박태균
  • 승인 2021.04.01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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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박과 친척, 즙을 내어 마시면 천식에 좋아
- 이집트에선 ‘하늘이 내려준 물’, 본초강목에는 ‘천라수’

 

 

 

수세미라고 하면 설거지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과거엔 식물 수세미 열매로 설거지했기 때문에 주방의 설거지 도구를 수세미라고 통칭해 부른다. 요즘 가정에선 식물 수세미가 아니라 대개 가공 수세미를 이용해 설거지한다.

식물 수세미 열매는 안쪽이 그물 모양 섬유질 조직으로 돼 있다. 안쪽으로 그릇을 닦으면 오물이 잘 제거된다. 시골에선 아직도 말린 식물 수세미를 설거지할 때 쓰기도 한다. 과거에 식물 수세미는 목욕할 때도 사용됐다.

식물 수세미는 호박ㆍ오이ㆍ수박ㆍ참외ㆍ동아ㆍ여주 등과 함께 박과 채소에 속한다. ‘수세미 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원산지가 열대 아시아인 한해살이 덩굴식물이다.

외형은 오이나 큰 애호박처럼 생겼다. 길이가 30∼60㎝로, 오이보다는 길다. 생김새가 작은 야구방망이를 연상시킨다. 자세히 보면 오이보다 주름이 더 많다. 열매가 자라면서 처음엔 단단해지고 무거워지지만, 점점 익어가면서 무게가 가벼워지면서 약간 말랑말랑해진다. 대개 즙을 내서 마시거나 효소로 만들어 먹지만, 오이처럼 자주 먹는 채소는 아니다.

식용으로 쓰이는 것은 완전히 영글지 않은 열매다. 덜 익은 수세미 열매는 나물론 물론 볶음ㆍ전 등의 식재료로도 쓰인다. 설탕과 수세미를 1대 1의 비율로 재워서 숙성시킨 것이 수세미 효소다. 말린 수세미 10g에 물 1~2ℓ를 넣고 1시간가량 약한 불로 끓여낸 것이 수세미 차다. 수세미 차는 냉장고에 보관해뒀다가 하루 두 잔 정도를 보리차처럼 마시면 된다. 수세미 볶음은 오이보다 부드럽지만, 살짝 아린 맛이 난다. 수세미의 맛이 약간 비리다고 느껴지는 경우 카레 요리에 넣어 먹거나 배즙과 함께 먹으면 거부감을 덜 수 있다.

다 익은 열매는 먹을 수 없다. 삶아서 껍질을 벗기면 안의 과육이 섬유질로 구성된 스펀지처럼 변한다. 이것을 설거지에 이용한다.

한방에선 말린 수세미를 약재로 썼다. 약성이 크다고 봐서다. 수세미의 한방명은 사과락(絲瓜絡)이다. 한의서엔 “수세미의 성질이 차서 폐ㆍ기관지의 열을 내리고 담을 삭여주는 청열화담(淸熱化痰ㆍ열을 내리고 가래를 삭임)의 효능이 있다”고 기술돼 있다. 대개 천식ㆍ비염ㆍ축농증 등이 있는 사람에게 권장된다. 수세미가 코점막이나 부비동 점막의 염증ㆍ부종을 가라앉히고 점막의 면역력을 높여준다고 여겨서다.

가을에 수세미즙을 내어 얼음 설탕과 함께 달여 마시면 가래가 진정되고 기침ㆍ천식이 완화된다. 수세미를 구하지 못하면 오이를 강판에 갈아 즙을 마셔도 괜찮다. 오이 3개를 즙을 내어 몇 번에 나눠 마시는 것이 적당하다.

미세먼지로 인해 목이 칼칼할 때도 수세미가 효과적이다. 특유의 찬 성질과 항산화ㆍ항염 효과가 있는 성분 덕분이다. 이는 예부터 수세미가 ‘천연 항생제’로 불리는 이유다. 서구에서 수세미가 기관지 등 호흡기 건강에 이롭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ㆍ유럽ㆍ호주 등에선 수세미가 함유된 비강 스프레이까지 판매된다.

먼지가 많은 중동지역에서 수세미가 많이 재배된 것도 수세미의 호흡기 건강 치유 효과와 관련이 있다. 중동 사람은 먼지와 모래로부터 코와 목을 지키는 식품으로 애용됐다. 고대 이집트에선 ‘하늘이 내려준 물’이라고 불렀다. 파라오가 즐겨 먹었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중국 명나라 고의서인 본초강목엔 ‘천라수’(天羅水)라고 기술돼 있다.

수세미에 함유된 건강 성분은 식이섬유ㆍ사포닌ㆍ비타민ㆍ미네랄과 플라보노이드ㆍ안토시아닌 등 항산화 성분이다. 쿠마르산이란 항염ㆍ항산화 성분도 풍부하다. 식이섬유는 변비 예방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유익하다. 도라지에 함유된 사포닌 성분이 수세미에도 들어 있다. 이 사포닌은 기관지 건강을 도와 가래를 삭이고, 염증 해소를 통해 기침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적이다. 수세미에 피부를 맑게 해주고, 피부 항균작용 등을 하는 사포닌도 함유돼 있다. 민간에서 오래전부터 수세미즙을 피부 보습용 화장수로 쓴 것은 그래서다. 인삼에 함유된 진세노사이드 계열의 사포닌도 들어 있다. 진세노사이드는 신진대사 촉진과 피로 해소에 유용하다.

수세미는 너무 메마르지 않은 것을 고르되 눌렀을 때 너무 부드럽게 눌리는 것은 피한다. 신문지로 수세미를 돌돌 말아 냉장고의 채소 칸에 보관하면 꽤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물로 잘 씻은 수세미를 어슷썰기한 뒤 건조기에 넣어 말리거나 햇살에 말려 보관하는 방법도 있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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