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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고 싶다면? ‘행복 신경 물질’ 세로토닌 잡아라
행복해지고 싶다면? ‘행복 신경 물질’ 세로토닌 잡아라
  • 박태균
  • 승인 2021.05.17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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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감∙학습능력 올려주는 ‘세로토닌’…부족하면 우울증 찾아와
- 필수 아미노산인 ‘트립토판’ 섭취가 관건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 중 우리 기분과 관련된 것이 셋 있다. 노르아드레날린ㆍ도파민ㆍ세로토닌이다. 노르아드레날린은 분노, 도파민은 흥분하거나 쾌감을 느낄 때 주로 나온다. 노르아드레날린은 충동ㆍ폭력성, 도파민은 강한 의존성ㆍ중독성을 보인다. 이처럼 뇌가 브레이크 없는 차처럼 ‘폭주’할 때 이를 통제하는 물질이 세로토닌이다.

세로토닌은 별칭이 ‘행복 물질’ ‘공부 물질’ ‘조절 물질’이다. 속도ㆍ무한경쟁ㆍ대립으로 고단한 요즘 사람에게 행복감을 주고, 학습능력을 올려준다. 뇌에서 세로토닌이 결핍되면 남성은 충동성, 여성은 우울증이 증가한다. 세로토닌은 심신이 안정되고 평화로울 때 많이 분비된다. 뇌에서 세로토닌이 덜 만들어지면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다음 네 가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첫째, 감정이 불안정해져 근심ㆍ불안ㆍ우울감에 빠지기 쉬워진다. 둘째, 간혹 충동적인 성향이 나타나고, 자살 위험이 커진다. 자살한 사람의 세로토닌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낮았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셋째, 불면 등 수면 장애를 유발한다. 넷째, 식욕이 커져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우리 뇌에선 트립토판→세로토닌→멜라토닌으로 이어지는 화학 반응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세로토닌 분비를 늘리려면 원재료인 트립토판을 부족하지 않게 섭취할 필요가 있다.

세로토닌의 기본 원료인 트립토판은 체내에서 생성되지 않는 필수 아미노산이다. 전량 식품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행히도 모든 종류의 고기에 트립토판이 들어 있다. 특히 돼지고기ㆍ오리고기ㆍ붉은 살생선 등은 훌륭한 트립토판 공급식품이다. ‘밭에서 나는 우유’라고 불리는 콩, 우유ㆍ치즈 등 유제품, 무화과ㆍ바나나ㆍ케일 등에도 소량의 트립토판이 들어 있다.

식품을 통한 트립토판의 공급이 중단되면 세로토닌이 고갈돼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기분이 가라앉은 사람에게 초콜릿을 권하고,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사람에게 따뜻한 우유를 추천하는 것은 초콜릿ㆍ우유에 든 트립토판이 세로토닌 분비를 도울 것으로 기대해서다.

트립토판이 세로토닌의 원료로 사용되려면 뇌라는 장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트립토판이 뇌 안으로 들어갈 때 상당량의 포도당이 요구된다. 트립토판을 뇌 속으로 ‘침투’ 시키려면 포도당이 풍부한 식품을 즐겨 먹거나 섭취하면 체내에서 포도당(단순당)으로 분해되는 밥ㆍ빵 등 탄수화물 함유 음식을 충분히 섭취할 필요가 있다. 밥ㆍ채소ㆍ과일 등 탄수화물이 풍부한 아침식사를 거르거나 다이어트를 위해 탄수화물 섭취를 과도하게 줄이면 트립토판이 뇌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이는 세로토닌 결핍으로 귀결된다.

뇌에 들어가는 데 성공한 트립토판은 비타민 B6ㆍ나이아신(비타민 B군의 일종)ㆍ마그네슘 등과 함께 세로토닌을 만든다. 이를테면 트립토판ㆍ비타민 B6ㆍ나이아신ㆍ마그네슘이 세로토닌의 제조 원료다. 비타민 B6는 꽁치ㆍ고등어ㆍ연어ㆍ참치ㆍ소간ㆍ바나나ㆍ고구마 등에, 나이아신은 참치ㆍ고등어ㆍ삼치ㆍ꽁치ㆍ정어리 등 푸른 생선과 돼지 간ㆍ소간ㆍ닭 가슴살 등에 많이 들어 있다. 나아이신은 체내에서도 합성되는데 이때 트립토판이 주 재료다. 트립토판 함량이 낮은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는 중남미 국가 주민이 나이아신 결핍증인 펠레그라(피부에 붉은 반점이 생기는 피부병)에 잘 걸리는 것은 그래서다. 마그네슘은 우리 국민이 칼슘과 함께 부족하게 섭취하는 미네랄이다. 특히 서구식 식사를 즐기는 젊은 세대에서 마그네슘이 부족하기 쉽다. 마그네슘이 특별히 많이 든 식품은 없다. 아몬드ㆍ호두 등 견과류와 오징어ㆍ콩ㆍ두부ㆍ굴ㆍ시금치 등에 소량 함유돼 있다.

밤이 되면 세라토닌은 멜라토닌의 원료가 된다. 태양이 져서 전등 스위치를 끄면 세로토닌은 뇌의 송과체에서 ‘수면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멜라토닌으로 바뀐다. 멜라토닌은 숙면을 돕고 특히 장거리 해외여행의 시차 극복에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연식품 중에도 멜라토닌이 함유된 식품이 있다. 우유ㆍ호두ㆍ케일 등이다. 밤에 잠이 오지 않으면 따뜻한 우유를 마시라고 권장하는 것은 우유엔 트립토판과 멜라토닌이 함께 들어 있기 때문이다.

세로토닌 분비를 늘리는 데 트립토판ㆍ탄수화물ㆍ비타민 B6ㆍ나이아신ㆍ마그네슘 보충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있다. 음식을 가능한 한 많이 씹는 것이다. 요즘 우리가 먹는 음식 대부분은 너무 부드러워서 씹기 힘들지만, 세로토닌은 많이 씹을수록 더 많이 나온다. 무설탕 껌이라도 씹는 것이 좋다. 껌을 씹으면 5분 후부터 세로토닌이 분비되기 시작한다. 프로야구선수가 경기 도중에 껌을 씹는 것도 긴장을 풀고 세로토닌 분비를 늘리기 위해서다. 수술 환자에게 죽 대신 밥을 주는 것도 세로토닌 분비를 돕기 위한 의사의 배려이다. 음식을 꼭꼭 씹으면 소화제이자 강력한 항균제인 침과 잘 섞이게 된다. 한 끼 식사에 최소 30분은 할애하고, 한 번에 씹는 횟수가 10회 이상(다다익선)이어야 다량의 세로토닌을 불러낼 수 있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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