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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앞 침침한 눈이 걱정이라면, 루테인이 해답
컴퓨터 앞 침침한 눈이 걱정이라면, 루테인이 해답
  • 박태균
  • 승인 2021.05.31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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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세 이상이 되면 반절 이상 감소, 황반변성, 백내장 원인…
- 살구∙계란∙시금치 등 식품을 통한 외부 보충 필수

 

 

 

6∼7월이 제철인 살구가 요즘 진한 노란 빛을 띠며 새콤달콤한 맛을 자랑하고 있다. 살구는 눈 건강에 이로운 과일로 알려졌다. 살구에 풍부한 베타카로틴ㆍ루테인ㆍ지아잔틴 등이 눈에 쌓인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이기 때문이다. 황반변성과 백내장은 나이 든 사람에게 실명(失明)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안과 질환이다. 망막의 가운데에 있는 작은 점(황반)이 파괴되면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게 되고, 그냥 방치하면 시력을 잃게 된다. 한국망막학회는 국내에만 환자가 1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백내장은 나이가 들면서 깨끗하고 투명했던 렌즈(수정체)가 뿌옇게 혼탁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두 질환의 공통점은 노화가 주원인이란 것이다. 자외선에 장기간 노출돼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쌓이면 발병하기 쉽다. 루테인ㆍ비타민 CㆍE 등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이 두 질환의 예방을 도울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그래서다.

메밀의 ‘웰빙성분’인 루틴(rutin)과 루테인(lutein)을 혼동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루테인을 미국인은 ‘루틴’이라 발음하기도 한다. 루틴은 모세혈관을 튼튼히 하고 혈압을 낮춰주는 성분이다. 수용성으로, 플라보노이드의 일종이다. 루테인은 지용성이다. 카로티노이드의 하나다. 루틴이 메밀ㆍ감자ㆍ아스파라거스ㆍ버찌ㆍ감귤류ㆍ팥 등에 풍부하다면 루테인은 시금치ㆍ케일ㆍ고구마ㆍ금잔화ㆍ오렌지ㆍ옥수수ㆍ브로콜리ㆍ완두콩ㆍ달걀노른자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사람의 출생 시점부터 루테인은 눈의 망막ㆍ수정체ㆍ황반 등에 존재한다. 눈의 루테인 함량은 25세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60세가 되면 반 이하로 줄어든다. 특히 흡연자의 눈 내 루테인의 감소 속도는 비흡연자보다 2배 이상 빠르다. 나이가 들어 황반에서 루테인이 빠져나가면 황반의 두께가 얇아진다. 외부 자극에 대한 방어력이 떨어져 황반변성이 생기기 쉬워진다.

황반변성ㆍ백내장의 발병엔 두 가지의 촉발인자가 관여한다. 하나는 가는 세월이다. 다른 하나는 루테인 감소다. 나이 들면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루테인이 줄어들어 활성산소 제거능력이 떨어진다. 그 결과 황반이나 수정체 주변에 유해산소가 장기간 쌓이면 황반변성ㆍ백내장이 생긴다.

루테인의 황반변성ㆍ백내장 예방 효과를 입증한 연구결과는 이미 여럿 나왔다. 루테인을 매일 6㎎씩 6년간 섭취한 집단의 황반변성 위험이 약 57%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1994년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실렸다. 1999년 미국안과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루테인을 하루 6㎎씩 8년간 섭취한 집단의 백내장 발생률은 미섭취 그룹에 비해 20% 가까이 낮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눈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루테인을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성분’으로 인증했다.

루테인이 노안ㆍ녹내장에 유익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연구결과는 아직 없다. 체내에 축적되는 지용성 물질이지만 다행히 특별한 부작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루테인의 하루 섭취허용량은 체중 ㎏당 2㎎ 이하다. 50㎏ 여성이라면 하루에 100㎎까지는 섭취해도 괜찮다는 뜻이다. 식약처는 루테인의 하루 최대 섭취량을 20㎎ 이하로 제한했다.

루테인은 비타민처럼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는다. 루테인이 풍부한 채소나 루테인 보충제(건강기능식품) 등 외부에서 보충해야 한다. 루테인의 하루 권장 섭취량은 6~20㎎이다. 시금치나물 80g가량 먹으면 이 양을 채울 수 있다. 계란 한 개엔 0.2㎎가량 들어 있을 뿐이어서 식생활이 부실ㆍ불규칙한 사람은 루테인 보충제를 복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부분의 보충제엔 금잔화(마리골드)에서 추출한 루테인이 들어 있다.

황반변성ㆍ백내장 가족력이 있거나 자외선 노출이 잦은 운전기사, 야외에서 일하는 사람, PC를 오래 사용하는 사람에게 루테인 보충제 복용을 권할 만하다. 다만 1~2년은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동맥경화 연구’에서 혈중 루테인의 농도가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 비해 동맥이 덜 ‘좁아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루테인이 동맥경화의 예방에 효과가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지만 아직 학계에서 널리 인정된 것은 아니다.

루테인이 혈관 질환 예방을 도울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항산화 효과 때문이다. 루테인이 혈관에 쌓인 활성산소를 없애 혈관을 건강하게 지켜준다는 것이다. 유럽에선 지중해 연안 주민의 심혈관 질환 사망률이 가장 낮다. 이들의 ‘지중해식 식사’를 분석했더니 루테인 등 카로티노이드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최근엔 루테인이 대장암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김정선 교수팀은 식품을 통한 루테인ㆍ지아잔틴 섭취와 대장암 발생 연관성에 관한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 학술지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국립암센터에서 대장암 진단을 받은 700명의 환자와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에서 검진을 받은 일반인 1,400명을 대상으로 루테인ㆍ지아잔틴 섭취와 대장암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루테인ㆍ지아잔틴 섭취량이 가장 높은 그룹(하루 4.35㎎ 이상)의 대장암 발생률이 가장 낮은 그룹(하루 1.95㎎ 미만)에 비해 대장암 발생률이 약 75% 낮았다. 루테인ㆍ지아잔틴 하루 4.35㎎은 시금치 약 36g, 상추 약 250g, 브로콜리 약 310g에 들어있는 양이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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