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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생선회 건강하게 먹기
여름철 생선회 건강하게 먹기
  • 박태균
  • 승인 2021.06.04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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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식산과 자연산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식중독 예방을 위한 안전 팁으로 맛있고 건강하게

 

 


여름철 생선회 집은 대부분 울상이다. 비브리오란 식중독균에 대한 우려로 소비자의 발길이 대폭 줄기 때문이다. 비브리오균라고 하면 비브리오 패혈증균과 장염 비브리오균이 있다. 이중 생선회 집에서 간혹 문제 되는 것은 증상이 훨씬 가벼운 장염 비브리오균이다. 설사 횟감에 장염 비브리오균이 오염돼 있더라도 수돗물로 잘 씻어내기만 한다면 별문제가 안 된다. 호염성 세균인 비브리오균은 염분이 없는 물에선 맥을 못 추기 때문이다.

생선회는 우리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는 음식이지만 뜻밖에 잘 못 알고 있는 정보가 많다.

생선회 집에선 손님 식탁에 채소를 많이 내놓는다. 회를 채소에 직접 싸서 먹으면 맛에선 손해 본다. 채소가 생선회의 씹힘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생선회와 채소는 따로 먹는 것이 좋다. 생선회의 참맛을 느끼려면 묵은김치나 김에 싸거나 양파ㆍ마늘과 함께 먹는 것은 피한다.

생선회는 초장과도 잘 어울리지 않는다. 초장을 찍어 먹으면 매운맛의 여운이 오래 남아 생선회 고유의 맛이 사라질 수 있어서다. 고추냉이(와사비)에 찍어 먹는 것이 정석이다. 고추냉이의 시니그린(톡 쏘는 맛의 성분) 성분이 후각을 일시 마비시켜 생선의 비린 맛을 못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생선회와 ‘찰떡궁합’인 술이 무엇인지 과학적으로 연구된 적이 없다. 한국인은 소주, 일본인은 청주(정종)를 흔히 꼽는다. 분명한 것은 회를 먹기 전에 술부터 마시면 생선회 고유의 맛ㆍ향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살아서 펄떡펄떡 뛰는 생선을 잡아 바로 썰어놓은 활어회가 맛도 최고란 생각도 정답은 아니다. 생선회 맛은 치아로 느끼는 맛(육질의 단단함)과 혀로 느끼는 맛(지방ㆍ이노신산 등이 주는 깊고 풍부한 맛ㆍ감칠맛)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 국민이 즐기는 활어회는 쫄깃쫄깃한 식감을 준다. 감칠맛 성분인 이노신산은 극히 적다.

실제 국내 연구에서 넙치는 사후 5시간쯤 지난 뒤 육질이 가장 단단했으나 이노신산 함량은 하루가량 경과 뒤 최대치를 보였고, 이 수치가 3∼4일 유지됐다. 감칠맛을 높이기 위해 생선을 며칠 숙성시킨 뒤 손님상에 올리는 것이 선어회다. 신선도ㆍ씹는 느낌보다는 미각을 중시하는 일본인은 선어회를 선호한다.

횟감은 자연산이 맛ㆍ영양 등 모든 면에서 양식산보다 나을 것으로 여기는 것도 진실과는 거리가 있다. 일반적으로 자연산은 식감, 양식산은 지방 함량에서 우위를 점한다.

생선회 섭취 후의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도마ㆍ칼ㆍ행주 등 주방기구를 뜨거운 물에 삶거나 소독액으로 철저히 소독해야 한다. 생선용 도마ㆍ칼ㆍ젓가락을 따로 사용해 다른 음식과의 교차 오염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신선한 생선 근육에 비브리오균이 존재할 가능성이 작다. 생선을 위생적으로 처리하고 냉장고(5도)에 보관하면 괜찮다. 한여름이라도 생선회 섭취를 무조건 꺼릴 필요는 없다. 대표적인 여름 횟감인 돌돔ㆍ민어 등은 이 시기에 먹어야 제맛이다.

일반인이 양식산 생선회를 먹을 때 가장 걱정하는 것은 항생제의 잔류 여부다. 양식하면 밀식이 불가피하고 이로 인한 질병의 발생을 막기 위해 많은 양식장에서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항생제는 중금속과는 달리 생선의 체내에 계속 잔류하지 않는다. 항생제를 사용한 뒤 일정 기간(3∼4주) 지나면 생선 체내의 항생제 검출량이 정부의 규제기준 이하로 떨어진다. 양식장에서 법에 정해진 휴약(休藥)기간을 잘 지키느냐가 관건이다.

민물 회는 간흡충(간디스토마)ㆍ요코가와흡충 등 기생충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 민물 생선은 되도록 생식을 피하고 대변검사 등을 통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최선의 대처법이다.

자연산 생선의 식감이 양식산보다 늘 뛰어난 것은 아니다. 바다낚시로 건져 올린 생선을 그 자리에서 회를 쳐 먹는다면 식감 하나만은 기막힐 것이다. 그물로 잡으면 식감이 이보다 떨어진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도중 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한 번도 갇혀 지낸 적이 없는 자연산을 횟집의 좁은 수조에 넣어두는 것도 엄청난 스트레스다. 대부분의 자연산이 수조에서 사나흘을 견디지 못하는 것은 이래서다. 사람의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듯이 스트레스에 시달린 생선은 식감이 퍼석해지는 등 상태가 나빠지게 마련이다. 반면 양식산은 부화 후 줄곧 좁은 공간에서 생활해 수조 안에서도 스트레스를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수조에선 사료를 제공하지 않으므로 자체 지방을 소모, 육질이 약간 단단해지기도 한다.

양식산이냐 자연산이냐에 따른 영양상의 차이는 미미한 편이다. 넙치의 경우 양식산이 더 기름지며 특히 오메가-3 지방 함량은 자연산의 두 배 가량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양식산은 가둬 키워서 운동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전문 사료를 먹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육질의 단단함은 자연산이 양식산보다 10% 가까이 높았다. 우리 국민은 회를 먹을 때 식감(씹힘성)을 중시한다. 양식산보다는 자연산이, 선어회보다는 활어회가 더 맛있다고 평가하는 것은 이래서다.

한국의 대표 횟감 생선인 넙치(흰살)와 일본에서 인기 높은 방어(붉은살)를 영양 측면에서만 따지면 방어가 월등하다. 특히 DHAㆍ EPA 등 오메가-3 지방 함량은 방어가 8배 이상이다. 철분ㆍ비타민도 더 많이 들어 있다.

성인의 1일 적정 단백질 섭취량은 75g가량이다. 한 끼에 25g만 보충하면 충분하다. 생선의 100g당 단백질 함량을 20g으로 가정하면 생선회 1인분의 적정 분량은 120g 정도다. 1㎏ 짜리 넙치를 주문하면 500g의 생선회가 식탁에 오른다. 대략 4인분이다.

다이어트 중인 사람에겐 흰살생선으로 만든 회가 권장된다. 흰 살의 100g당 열량은 96~104㎉.이다. 붉은살생선은 135~240㎉로, 거의 두 배다. 이는 높은 지방 함량 탓이다.

생선회를 섭취할 때는 맛이 강하지 않은 흰살생선을 먼저 먹는 것이 바른 순서다. 어쩌다 붉은살생선에 먼저 젓가락이 갔을 때는 생강으로 입안 ‘청소’ 뒤 흰살생선을 집어야 제맛을 느낀다.

생선회는 육류보다 콜라겐 함량이 낮아서 그리 질기지는 않다. 날로 먹는 음식이니만큼 단백질의 소화율은 떨어진다. 평소 소화에 문제가 있다면 생선을 살짝 가열해 먹는 것이 좋다.

생선은 회ㆍ구이ㆍ튀김ㆍ탕ㆍ조림 등 다양하게 조리할 수 있다. 단백질은 조리법에 따른 손실이 거의 없다. 지방은 조리 과정에서 상당량 빠져나간다. 구이를 하면 지방의 약 30%가 소실된다. 이때 EPAㆍDHAㆍ타우린 등 웰빙 성분도 함께 사라진다. 튀김ㆍ탕으로 조리하면 지방의 절반이 다른 웰빙 성분과 함께 튀김용 기름이나 국물로 유출된다.

생선회는 무엇보다 위생에 신경 써야 한다. 식중독균 등 유해 세균을 죽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가열 조리다. 생선회는 원천적으로 열을 가할 수 없는 식품이다.

생선의 단백질은 세균 등 식중독균에게도 훌륭한 먹이가 된다. 생선회는 육류 등 다른 단백질 식품보다 부패 속도가 빠르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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