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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잣, 지구 온난화로 최근 5년 새 생산량이 97%나 감소했지만…
가평 잣, 지구 온난화로 최근 5년 새 생산량이 97%나 감소했지만…
  • 박태균
  • 승인 2020.11.19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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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른 잣은 100g당 지방 함량이 60g 이상
- 불포화 지방 많은 잣은 공기와 닿지 않도록 밀폐를 철저히 해야

잣이라고 하면 경기도 가평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최근 가평군은 청평면 하천리에서 상면 율길리를 연결하는 군도 20호선 잣향기 자전거길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가평 잣은 최근 5년 새 생산량이 97%나 감소했다.

소나뭇과()에 속하는 나무 가운데 가장 큰 것이 잣나무다. 잣은 잣나무의 씨다. 소나무는 전 세계적으로 100종 이상인데 이 중 20여 종만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씨앗을 만든다.

솔방울처럼 생긴 커다란 잣송이에서 바로 빼낸 것이 피잣이다. 피잣은 아직 딱딱한 껍질에 덮여 있다. 피잣의 껍질을 제거하면 그 안에 얇은 노란색 껍질에 담긴 잣이 나온다. 이 속껍질까지 벗긴 것이 노란빛이 돌면서 뽀얀 잣, 백잣이다.

(pine nut)은 겉이 딱딱한 견과류의 일종이다. 예부터 기운이 없거나 입맛이 없을 때 원기회복 음식으로 애용됐다. 잣죽은 요즘도 아픈 사람에게 흔히 추천하는 음식이다.

잣송이의 겉이 딱딱한 데다 점액까지 나와 까먹기는 쉽지 않다. 잣의 인기가 여전한 것은 오돌오돌하고 부드러운 맛 덕분이다. 우리나라 전통 요리에선 각종 음식의 고명으로 쓰인다. 잣죽을 끓여 먹기도 한다. 경기도 가평의 향토음식인 잣국수도 유명하다. 잣을 곱게 갈아 만든 잣육수을 국수 면발에 붓거나 면발에 잣가루를 섞는다. 가평에선 잣묵ㆍ잣곰탕ㆍ잣막걸리까지 만든다. 가평은 전국 잣 생산의 40%, 잣 유통의 80%를 차지하는 잣 고을이다. 경북에선 떡에 잣가루를 묻힌 잣구리도 즐겨 먹는다.

잣은 정월 대보름 절식(節食)부럼의 재료 중 하나다. 우리 선조는 이날 밤에 날밤ㆍ호두ㆍ은행ㆍ잣 등 견과류를 어금니로 깨무는 풍속을 부스럼(부럼) 깨물기라 불렀다. 앵두화채ㆍ수박화채 등 화채를 만들 때 마지막에 잣을 띄웠다.

잣은 이탈리아 요리에서도 널리 쓰인다. 피뇰리(pignoli)라고 불리는 잣은 페스토ㆍ쿠키 등을 만들 때 사용한다.

영양적으론 여느 견과류와 마찬가지로 고지방 식품이다. 마른 잣은 100g당 지방 함량이 61.5g(볶은 것은 75g)에 달한다. 그러나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방의 대부분이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 지방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잣에 함유된 지방이 식욕을 억제해 칼로리 섭취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되기도 했다.

불포화 지방이 산패(酸敗)하면 유해물질인 과산화 지질이 생기므로 공기와 닿지 않도록 밀폐를 철저히 하고 구입 후 가능한 한 빨리 먹는 것이 좋다. 불포화지방도 지방은 지방이므로 1g9의 열량을 낸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실제로 마른 잣 100g의 열량은 640(볶은 것 708)에 달한다. 양껏 먹다간 다이어트는 물 건너간다.

잣 자체와는 달리 잣죽과 잣두부는 지방 함량이 각각 0.9g4.3g, 열량이 3186에 불과한 다이어트 식품이다.

잣엔 혈압 조절을 돕는 미네랄인 칼륨도 풍부하다. 고혈압 환자의 간식거리로 권할 만하다.

동의보감엔 잣이 기혈(氣血)을 보()하고 폐 기능을 도와 기침을 멈추게 하며 내장 기능을 원활하게 한다고 기술돼 있다.

민간에선 겨울에 피부가 건조해져 각질이나 가려움증이 생기면 잣을 매일 10알가량 꾸준히 먹으라고 권장했다. 우리 선조들이 대보름 날 잣을 포함한 부럼(견과류)을 드시면서 피부 부스럼(트러블)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 것은 나름 과학적 근거가 있다.

지방이 풍부해 장()의 운동을 활발하게 해 배변을 돕는다고도 봤다.

잣은 윤기가 흐르고 밝은 노란색을 띄는 것이 상품이다. 모양이 세로로 길고 표면이 매끈하면서 알이 통통한 것을 고른다. 국산 잣에선 윤기가 난다. 씨눈 덮개가 거의 없고 겉면에 상처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잣나무 향과 송진 향도 감돈다. 반면 수입 잣은 윤기가 적다. 씨눈 덮개가 붙은 것이 많다. 상처는 잘 눈에 띄지 않지만 오래 보관하면 진한 갈색으로 바뀐다.

오래 두고 먹으려면 속껍질이 붙은 상태에서 냉장고에 넣어둔다. 소나무 꽃가루에 노출되거나 땅콩을 먹은 뒤 알레르기를 일으킨 적이 있다면 잣을 먹은 뒤에도 알레르기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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