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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 윤활유’로 통하는 효소의 진짜 효능은?
‘생체 윤활유’로 통하는 효소의 진짜 효능은?
  • 박태균
  • 승인 2020.12.08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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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치ㆍ된장ㆍ간장 등 발효식품에 식물효소가 많이 함유
- 효소의 가장 두드러지는 생리 활동은 소화

산소만큼이나 중요하다는 효소는 흔히 생체 윤활유로 통한다.

효소는 사람을 포함한 생명체 내에서의 모든 대사작용을 원활하게 촉진하는 생체 촉매. 생체 반응에서 끼지 않는 데를 찾기 힘들 만큼 오지랖이 넓다.

우리 몸에서 생성되는 효소는 평생 생산되는 양이 정해져 있다. 하루에 만들어지는 효소는 소화ㆍ대사에 나눠 쓰인다. 소화를 위해 효소를 많이 쓰면 신체 기능을 유지하는 대사효소가 부족해 몸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효소의 가장 두드러지는 생리 활동은 소화다. 아밀라아제(전분분해효소)ㆍ리파아제(지방분해효소)ㆍ프로테아제(단백질분해효소)ㆍ락타아제(유당분해효소) 등이 대표적인 소화 효소다. 우리 몸에 소화 효소가 없다면 한 끼 식사를 소화시키는 데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락타아제가 부족한 사람이 우유를 마시면 설사 등 배앓이를 하는 것이 유당불내증이다. 먹은 음식이 에너지가 되고 인체조직을 만들고 배설하는 모든 과정에 효소가 작용한다. 외부 침입 균에 대항하는 면역 시스템을 작동시키고, 노화 억제ㆍ항암 효과를 얻게 하는 데도 효소의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 몸의 효소는 현재 밝혀진 것만 해도 2,700여 종이다. 이처럼 효소의 종류가 많은 것은 하나의 효소가 한 가지 기능만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단백질분해효소는 탄수화물엔 아무 작용을 하지 않고 입에서 작용하는 효소는 위나 장에선 무용지물이다. 탄수화물ㆍ단백질ㆍ지방 등을 분해하고 소화하기 위해선 22가지의 효소가 필요하다.

몸속에서 분비되는 효소는 나이가 들거나 질병 등에 걸리면 줄어든다. 노인은 흔히 소화가 잘 안 된다고 호소하는데 이는 소화기관의 노화도 원인이지만 더 큰 이유는 타액에 함유된 소화효소, 즉 아밀라아제가 감소한 탓이다. 나이 들면 효소의 분비량은 물론 활성도 점점 떨어진다. 당뇨병 등과 같은 만성질환자는 정상인보다 효소가 적다.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는 췌장액 중 지방을 저장ㆍ분해하는 데 쓰이는 리파아제 효소 함량이 정상인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가 들었거나 질병이 있거나 칼로리를 과도하게 섭취하거나 운동이 부족하거나 정크푸드를 즐기거나 술ㆍ담배를 많이 하는 사람은 몸 안에 효소가 부족하기 쉽다. 식사를 많이 하면 효소가 빨리 소모된다. 이 때문에 음식 먹을 때 소화가 잘되도록 충분히 씹어야 하고, 식물효소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크푸드는 대사효소를 고갈시키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음주ㆍ흡연할 때는 술ㆍ담배 속 유해물질을 분해하기 위해 많은 효소가 사용된다.

지방분해효소나 SOD 등 항산화 효소 등 생체 반응을 돕는 효소를 인공적으로 만들 순 없다. 설령 효소가 많이 든 식품이 개발된다고 해도 해당 효소식품이 체내에서 원래 기능을 그대로 발휘한다는 보장은 일절 없다. 효소는 단백질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효소 단백질이란 용어도 있다.). 단백질은 위에서 대부분 아미노산으로 분해된다. 일단 분해된 단백질이 다시 같은 기능을 가진 효소로 재합성된다는 보장이 없다. 효소를 먹으면 해당 효소가 우리 몸에 들어가 그 모습 그대로 유지한 채 필요한 부위에까지 도달해 동일한 효소 작용을 할 것으로 착각하는 오해하는 소비자가 의외로 많다.

체내에서 SOD 등 항산화 효소가 부족하면 활성산소 등 유해물질이 쌓여 신체기관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당뇨병ㆍ고혈압ㆍ암 등 만성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기관지염ㆍ방광염ㆍ비염ㆍ관절염 등 염증성 질환도 생길 수 있다.

미국ㆍ유럽에선 식물효소요법과 췌장효소요법으로 체내에 부족한 효소를 보충한다. 식물효소요법은 신선한 과일ㆍ채소ㆍ견과류ㆍ곡류 등을 즉석에서 착즙해 식사대용 또는 식사와 함께 마시는 것이다. 과일ㆍ채소ㆍ견과류ㆍ곡류 등에 함유된 식물효소를 섭취하게 된다. 췌장효소요법은 췌장의 추출물을 암 환자의 종양에 주사해 치료에 성공한 뒤 본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 병원에선 일부 암 환자에게 췌장효소제제를 처방하고 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효소제품은 곡물 효소ㆍ과일 효소 등 식물효소 뿐 아니라 송아지 생간에서 추출ㆍ건조한 췌장효소 등 동물성 효소를 포함하고 있다.

식물효소를 많이 함유한 식품으론 배ㆍ포도ㆍ파인애플 등 과일과 토마토ㆍ당근 등 채소가 꼽힌다. 과일ㆍ채소엔 단백질ㆍ전분 분해효소 등이 들어 있다. 과일ㆍ채소에 든 식물효소는 신선할수록 활성이 높다. 싱싱한 과일ㆍ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면 단백질ㆍ지방ㆍ전분분해 등의 소화활동, 암 예방과 노화지연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무순ㆍ브로콜리 순 등의 새싹채소에도 다양한 식물효소가 존재한다. 식물도 어릴 때는 빨리 자라기 위해 대사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야 하므로 다양한 효소가 필요하다.

김치ㆍ된장ㆍ간장 등 발효식품에도 식물효소가 많이 들어 있다. 한국인은 된장ㆍ고추장ㆍ간장ㆍ김치 등을 통해 식물효소를 섭취할 수 있어 식물효소 부족을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이래서 나왔다. 우리 전통식품의 발효 도중 발효균 등 미생물이 자라면서 여러 성분을 분해해 탄수화물ㆍ단백질ㆍ지방 분해효소 등 다양한 식물효소가 생긴다. 청국장엔 원재료인 콩 속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가 있다. 여기에 청국장 균을 넣어 발효시키면 혈전을 분해하는 효소가 생성된다.

김치ㆍ된장 등 발효식품은 조금 싱겁게 담그는 것이 좋다. 소금 농도가 높으면 효소의 단백질이 변성돼 식물효소의 활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시판 중인 효소 제품 중 효소 자체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건강 기능성 인증을 받은 제품은 없다. 효소 홍삼ㆍ효소 인삼ㆍ곡물 효소 등은 모두 홍삼ㆍ인삼ㆍ비타민 등의 기능성 성분이 있어 건강기능식품 인증을 받았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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