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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식품의 득실
유기농 식품의 득실
  • 박태균
  • 승인 2020.12.18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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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기농은 방사선 쬐기ㆍ유전자 조작 등 신(新)기술 철저히 배제
- 일반농과 유기농 작물의 영양상 차이는 없어 

 

 

 

  유기농 식품이라고 하면 건강ㆍ안전 등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소비자의 막연한 호감 때문인지 요즘 마트에선 ‘유기농’이나 유기물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오가닉’(Organic)을 제품 라벨에 표시한 제품이 자주 눈에 띈다. 같은 종류의 일반 식품보다 20% 이상 값이 비싼 유기농 식품을 사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도 수두룩하다.


 유기농 식품은 유기농업을 통해 재배된 농ㆍ축산물을 가리킨다. 농약ㆍ화학비료ㆍ동물용 항생제ㆍ호르몬제 등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방사선 쬐기(조사)ㆍ유전자 조작 등 신(新)기술을 철저히 배제해 얻은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국제유기농운동연멩(IFOAM)이 내세운 건강ㆍ생태ㆍ공정ㆍ배려라는 유기농업의 4대 원칙에 따라 생산한 식품이다.


 웰빙 시대를 맞아 유기농 식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미국ㆍEU에서 유기농 식품 시장의 성장세는 수그러들지 않는다. 


 유기농이 ‘시대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만큼 이제는 득실을 잘 따져봐야 할 때가 됐다. 


 득(得)은 우리 식탁에서 농약ㆍ화학 비료ㆍ식품첨가물 등 각종 화학 물질의 잔류 걱정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없애는 폴리페놀ㆍ플라보노이드 등 항산화 물질이 일반 식품보다 더 많이 들어 있다.


 비타민ㆍ미네랄ㆍ필수 아미노산 등 각종 영양소도 일반 식품보다 유기농 식품에 더 많이 함유돼 있을 것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둘의 영양상 차이는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독일 영양협회도 유기농 식품이 영양가 면에서 일반 식품보다 더 낫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실(失)은 유기농업의 생산성(수확량)이 비료ㆍ농약을 사용하는 통상적인 농업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빠르게 늘어나는 세계 인구를 유기농업으로 먹여 살릴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수확이 떨어지면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유기 농산물에 가격 프리미엄이 붙는 것은 그래서다.


 유기농 식품의 다른 문제점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곰팡이 독소 등의 오염 가능성이 일반 식품보다 오히려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엔 찬반양론이 있다. 


 중앙대 식품공학부 하상도 교수는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토마토 살모넬라균(식중독균의 일종) 오염사고와 2006년에 미국에서 일어난 시금치 병원성 대장균(식중독균의 일종) 오염사고의 공통점은 원인 식품이 유기농 식품이었다는 것”이며 “유기농 식품을 안전식품이라고 맹신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유기농업에선 화학 비료 대신 축분(畜糞)ㆍ퇴비를 사용하는 데다가 오염된 물(관개용수)을 뿌리는 경우가 많고 유기 농장에서 야생동물의 분변 등이 농작물에 오염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유기농업이 산업화ㆍ규모화되면서 운송ㆍ가공ㆍ유통 도중 유해 세균의 오염이 과거보다 쉬워졌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농촌진흥청 지형진 박사는 “유기농업에선 퇴비ㆍ농업용수 관리를 엄격하게 하므로 식중독균 오염 가능성이 특별히 클 까닭이 없다”고 주장한다. 


 유기농 식품의 식중독균 오염 가능성에 대해 양론이 존재하나 적어도 유기농 식품이 각종 식중독균 오염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더욱이 ‘유기농 식품=안전 식품’이란 근거 없는 믿음은 소비자에게 방심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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