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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가 반드시 피해야 하는 약 있다
임신부가 반드시 피해야 하는 약 있다
  • 박태균
  • 승인 2021.08.13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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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신 중이라고 해서 모든 약이 금기약은 아니다
- 임신 도중 열이 심하게 나면 타이레놀 복용이 더 이익

 

 

 


 
 탈리도마이드 약화(藥禍) 사고는 흔히 제약산업의 ‘타이태닉’으로 통한다. 이 사고로 인한 어두운 그림자는 60년이 넘도록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 약은 1958년 독일에서 신경안정제로 발매됐다. 임신한 여성의 입덧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1964년까지 유럽 전역에서 임신부의 입덧 완화제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여성이 낳은 아기 중 8,000여명이 다리가 없고 팔은 팔꿈치까지 밖에 자라지 못한 기형아로 태어났다.


 이 사건은 이후 전 세계의 많은 여성에게 ‘약을 잘못 먹으면 기형아를 출산한다’는 공포를 심어줬다.


 임신 사실을 모르고 감기약ㆍ항생제 등 약을 먹었거나 X선 촬영을 했거나 음주ㆍ흡연을 한 여성은 대부분 많이 불안해한다. 심지어는 감기약 1회 복용했다는 이유로 유산까지 심각하게 고려하는 여성도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임신한 여성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면역력이 떨어진 임신부는 코로나19 등 감염성 질환에 취약하고 치명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다행히 호흡기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직접 태아 기형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


 임신 중이라고 해서 모든 약이 사용 금기약은 아니다.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여드름약(이소트레티노인)ㆍ건선약(아시트레틴)ㆍ간질약(발푸로익산) 등 임신부가 절대 복용 또는 주사해선 안 되는 금기약도 있지만, 사용 가능한 약이 더 많다. 우울증 치료제처럼 약을 제때 먹지 않으면 임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예도 있다. 우울증이 심한 임산부가 항우울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상태가 불안정해져 오히려 조산이나 저체중아를 출산할 수 있다. 열이 심하게 나면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을 복용해야 고열에 따른 신경관결손증(무뇌아, 척추이분증)을 예방할 수 있다.


 약이 태아에 미치는 영향은 임신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임신 시기는 착상 전기인 임신 4주 전, 기관 형성기인 임신 4∼10주, 태아기인 임신 10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약의 복용이 불가피하다면 임신 시기에 따른 위험요인을 고려해 사용한다. 예컨대, 임신부가 감기에 걸렸다면 이부프로펜 같은 소염진통제를 임신 26주 이후에 복용하는 것을 삼간다. 이부프로펜이 태아의 동맥관 조기폐쇄 등 부각용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이 시기엔 아세트아미노펜을 사용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임신부는 약을 사용할 때 반드시 담당 전문의와 상담 후 복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임신과 수유 기간의 약 복용 등 위험 물질 정보를 상담서비스 하는 ‘한국 마더세이프 전문상담센터’에 문의하는 것도 방법이다. 여기선 무료로 약 상담을 해준다.


 임신 기간엔 될 수 있으면 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임신부가 어느 시기에나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진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등)도 대규모 연구에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와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임산부가 감기에 걸렸다면 약을 먹기보다 물을 충분히 섭취하고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통증이 느껴지면 적절한 지압이나 마사지를 받는 것이 방법이다.


 임신 사실을 모르고 특정 약 복용ㆍX선 검사를 받아 기형아 출산을 두려워하는 여성이 기억해야 할 것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기형에 대해 바로 알 필요가 있다. 기형을 일으키는 원인은 수두룩하다. 대체로 유전적 요인이 25%, 환경적 요인이 5∼10%, 원인불명이 60∼65%를 차지한다. 약이나 방사선이 기형아 출산의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실제로 약ㆍ방사선에 의한 기형은 전체의 1% 미만이다.


 둘째, 예민한 시기엔 약 복용을 삼간다. 태아가 약에 가장 민감한 시기는 장기가 형성되는 임신 5∼10주다. 취약 시기가 아니더라도 임신 기간엔 가능한 한 약 없이 지내는 것이 상책이다. 약이 태아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 아니라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지 못해서다.


 “임신 초기에 임신인 줄 모르고 약을 먹었다”고 호소하는 여성도 많다. 기형아 출산 걱정과 이에 기인한 인공 유산을 막으려면 ‘깜짝 임신’이 아니라 계획 임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부부의 계획 임신율은 30%에 불과하다.


 셋째, 임신부가 반드시 피해야 할 약 리스트다. 젊은 여성에게 인기가 높은 여드름약인 로아큐탄((이소트레티노인 성분) 등은 임신부가 절대 복용해선 안 되는 X등급 약이다. 항생제인 테트라사이클린,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인 프로스카, 발모제인 프로페시아, 항응고제인 쿠마딘(와파린), 항경련제인 페니토인, 관절염약인 메토트렉세이트, 남성호르몬제인 다나졸, 고혈압약인 에날라프릴 등도 임신부 금기약이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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