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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선 김보다 친숙한 톳은 미네랄의 보고  
제주에선 김보다 친숙한 톳은 미네랄의 보고  
  • 박태균
  • 승인 2021.08.27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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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톳의 알긴산과  푸코스테롤은 항암 효과가 기대되는 성분
 - 에스트로겐과 유사 물질 많이 함유돼 폐경 여성에게 권장  

 

 


 
  영화 울버린과 레미제라블로 친숙한 배우 휴 잭맨은 조미김을 과자나 간식처럼 먹는다. 그의 딸 에바와 길거리를 거닐며 김을 먹는 사진은 한국 팬들 사이에 널리 알려졌다. 제니퍼 가너의 딸도 간식으로 조미김을 즐겨먹는다. K-씨푸드가 글로벌 인기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선봉장은 ‘김’이다. 20∼30년 전만 해도 미국 등에서 ‘잡초를 먹는다’며 무시하던 김은 최근엔 없어서 못 파는 귀한 몸이 됐다. 말 그대로 ‘김생 역전’이다.


 김과 비슷한 해조류로 제주 사람에게 가장 친숙한 해조류는 톳이다. 톳은 제주와 전남 외의 다른 지역에선 잘 모르는 사람도 수두룩하다. 제주 근해에선 1m 이상 성장하나 다른 지역 바다에선 다 자라도 50∼60㎝에 그친다. 그만큼 성장 환경도 제주도 근해가 최고다. 제주에선 주로 자연산 톳이 채취된다. 제주산 톳은 2010년 정부의 지리적 표시제 인증을 받았다. 양식 톳은 전남 완도와 진도에서 대부분 생산된다. 양식 톳은 대개 3∼6월에 나오며 맛이 부드럽다. 반면 제주의 자연산 톳은 씹히는 질감이 뛰어나고 맛이 깊다는 평가를 받는다.


 톳은 미역ㆍ다시마ㆍ모자반ㆍ감태 등과 함께 갈조류의 일종이다. 거제 등 경남 해안에선 ‘톳나물’, 전남 서해안에선 ‘따시래기’라고 부른다.  제주에선 ‘톨’이라고도 한다. 한자명은 토의채(土衣菜)ㆍ녹미채(鹿尾菜)다. ‘동의보감’이나 ‘자산어보’와 같은 옛 서적에도 기록돼 있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맛이 담백하고 산뜻해 데쳐서 먹으면 좋다”고 기술했다.


 맛이나 질은 겨울철 찬 바다에서 채취한 톳이 가장 낫다.    


 일반적으로 톳은 생채 나물처럼 초무침을 해 먹는다. 육지에서 보릿고개에 잡곡밥을 해 먹듯이 제주에선 춘궁기에 톳밥(톨밥)을 지어 구황(救荒) 음식으로 이용했다. 말려서 저장해 뒀다가 여름에 냉국에 넣기도 했다.


 여느 해조류와 마찬가지로 톳은 칼슘ㆍ철분ㆍ요오드 등 미네랄의 보고(寶庫)다. 마른 톳 100g엔 칼슘이 768㎎이나 들어 있다. 이는 같은 무게 우유의 칼슘 함량보다 7배 이상이다. 뼈가 튼튼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자녀를 키우려면 식탁에 칼슘이 풍부한 톳을 올리는 것이 좋다. 톳 100g당 철분 함량은 76.2㎎(마른 것 기준)에 달한다. 같은 무게의 시금치(2.5㎎)나 고칼슘 우유(1㎎)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빈혈로 고생하는 사람은 톳이나 김 등을 즐겨 먹는 것이 좋다.  


 베타카로틴ㆍ비타민 B1ㆍB2 등 비타민도 풍부하다. 베타카로틴은 몸 안에 들어가면 비타민 A로 전화되는데 피부나 점막을 보호해 피부를 건강하게 하고 감기 예방도 돕는다.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抗)산화 비타민이기도 하다. 비타민 B1은 별명이 ‘정신 건강 비타민’이다. 변비와 암 예방을 돕는 알긴산 등 식이섬유도 풍부하다. 톳의 알긴산과  푸코스테롤은 암 예방 효과도 기대되는 성분이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물질로 많이 함유돼 있다. 갱년기 여성의 골다공증ㆍ심혈관 질환 예방식품으로 톳을 추천하는 것은 그래서다.  


 제주 사람들 못지 않게 일본인들도 톳을 즐겨 먹는다. 일부 지역에선 매년 9월15일을 ‘톳의 날’로 지정해 톳 축제를 열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식품으로 간주, 학교 급식에서 매주 1회 이상 톳을 식단에 올리는 것을 법제화한 일본의 지자체도 많다. 일본에서 유통되는 톳의 70%가량이 한국산이다.

 

 


 마트에선 광택이 있고 굵기가 일정한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너무 여린 것 보다는 잎이 도톰하면서 씹히는 느낌이 약간 억센 듯 한 것이 상품이다. 이런 톳은 맛은 물론 치아 건강에도 이롭다. 쪄서 건조시킨 톳도 시판되고 있다. 가공된 톳은 밥에 바로 섞어서 먹거나 물에 불려서 무쳐 먹을 수 있다.


 말린 톳은 조리 전에 30분가량 물에 담가 불린 뒤 사용한다. 충분하게 불렸으면 체에 옮겨 물로 헹군 다음 물기를 뺀다.


 톳은 톳나물ㆍ톳나물바지락회무침ㆍ톳나물밥ㆍ톳나물젓갈무침ㆍ톳냉국ㆍ톳두부무침ㆍ톳밥ㆍ톳범벅 등 다양한 음식의 재료로 사용된다. 톳과 메밀가루로 만든 제주의 별식이 톳범벅이다. 불린 톳을 물에 넣고 끓이다가 메밀가루를 넣고 다시 끓이면 완성된다. 간은 소금으로 하는 데 톨범벅이라고도 한다.


 톳과 ‘찰떡궁합’인 식품은 식용유다. 그래서 톳을 기름에 볶거나 튀기만 맛과 향이 더 살아난다. 콩과도 잘 어울린다. 콩과 함께 조리거나 두부ㆍ된장ㆍ참깨 등으로 무쳐 먹으면 맛이 기막히다.  


 말린 톳은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잘 밀봉한 뒤 서늘한 그늘에 보관하는 것이 최선이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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