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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톡]할 것 없으면 농사? 그랬다간 쫄딱 망해요
[톡톡톡]할 것 없으면 농사? 그랬다간 쫄딱 망해요
  • 푸드앤메드
  • 승인 2017.08.3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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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것 없으면 농사? 그랬다간 쫄딱 망해요


기초를 탄탄하게 다진 뒤 블루베리 농사에 뛰어들어 정착에 성공한 청년이 있다. 경기도 여주 가남읍에서 블루베리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성래(37)씨가 그 주인공이다. 기자는 6월 21일 여주 터미널에서도 차로 30분은 달려야 하는 외진 곳에 위치한 그의 농장에서 김 씨를 만났다.


블루베리 따는 젊은 농사꾼


  김 씨는 2010년 블루베리 농사를 시작해 올해로 8년차에 접어든 ‘준 베테랑 농사꾼’이다. 농사를 평생 직업으로 삼겠다는 마음으로 농고에 진학한 뒤 여주농업경영전문학교을 거쳐 순천대 농업교육과로 편입해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다. 스무 살 때부터 서른이 될 때까지 농사의 기초가 될 자본을 모으고 전문적인 지식을 쌓는 등 기반을 닦는 데만 10년을 쏟았다.

처음부터 블루베리를 생각하고 농고에 진학한 건 아니었다. 순천대 재학 당시 농정원에서 진행하던 직업 탐색 프로그램인 ‘농산업 잡맵(Job map) 프로젝트’에 참가한 뒤 블루베리 농사로 마음을 굳혔다.


농업은 철저한 준비 필요한 직종


김 씨가 처음 블루베리 농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블루베리는 흔하지 않은 작목이었다. 농고ㆍ농대를 다니며 남보다 더 두터운 농업 지식을 갖고 있었지만 꾸준히 농업 관련 포털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거나 책을 사보며 따로 공부해야 했다.

“예전엔 ‘할 일 없으면 농사나 짓지…’란 생각으로 무작정 농업에 뛰어든 사람도 많았어요. 지금은 할 것이 없어 농사지으면 100% 망합니다.”

농업은 다른 어떤 직종에 도전할 때보다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믿는 그다. 김 씨는 자신의 지식ㆍ경험을 나누기 위해 자신의 전공(농업교육과)을 살려 실습생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엔 농정원에서 진행하는 장기현장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실습생 3명을 교육했다. 올해에도 3명의 실습생을 받을 예정이다. 그는 실습생에게 일부러 힘든 일을 맡기기도 하면서 농사의 어려움을 몸으로 부딪쳐 보도록 한다. 섣불리 농사를 시작했다가 실패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작년에 실습 교육을 받은 학생 중 한 명인 이윤준(24)씨는 김 씨의 농장 바로 옆에 하우스 두 동을 빌려 가지 농사를 짓고 있다. 그를 믿고 서울에서 홀로 내려와 곁에 자리를 잡은 고마운 교육생이다. 아직 규모가 작아 가지 농사론 용돈벌이 정도밖에 못하지만 김 씨가 해왔던 것처럼 탄탄하게 기초를 쌓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단다.


최악을 생각하고 농사에 뛰어들어라


 지금이야 나름 ‘성공한 농사꾼’ 소리를 듣고 있지만 지난 7년 동안엔 힘든 일도 참 많았다. 농사 초반에 블루베리 나무가 제대로 된 열매를 맺기까지 몇 년 간의 기다림도 필요했다. 그 기간엔 수입이 없어 가지 농사를 지으며 버텼다.

“농사를 지어보니 모든 과정에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지금 농업을 시작하려는 분들에겐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고 뛰어들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이런 힘든 과정을 헤쳐 나가면서도 그는 ‘블루베리 농사가 즐겁다’ 말한다. 자신의 블루베리를 받아본 소비자가 보내는 감사의 인사가 농사의 활력소가 된다고 했다. 농사의 고단함보다 작은 즐거움에 행복해할 줄 아는 그를 보며 ‘천생 농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문예 기자  moonye23@foodnmed.com

(저작권 ⓒ ‘당신의 웰빙코치’ 데일리 푸드앤메드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인터뷰는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의 간행물 '상상낙서'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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